[김창균 칼럼] 지원금 살포에 억지로 꿰맞춘 ‘政治 방역’의 탈선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 읽어주는 칼럼
입력 2021.07.15 00:00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7/15/HG657QIHABDSTIJDR6T7I2ER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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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느는데 방역 완화
2주 새 액셀, 급정거,후진
지원금 지급 먼저 정하고
방역이 뒤따르다 탈 난 것
국정 홍보에 정적 때리기도
코로나가 정치 마술봉인가
“7월 1일부터 수도권 모임 6명까지 허용”(6월 27일) “5인 이상 금지 1주일 연장”(6월 30일) “5인 이상 금지 계속 유지”(7월 5일) “12일부터 3인 모임 금지”(7월 9일). 코로나 방역 지침이 요동친 지난 2주치 신문에 나오는 기사 제목들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14일 오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50대 예방접종 사전예약 오류 개선 등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적 모임의 인원 제한을 4명에서 6명으로 완화한다는 방침이 발표 사흘 만에 유보됐고, 8일 만에 없던 일이 됐으며, 12일이 지나자 정반대로 4명에서 2명으로 줄인다는 결정이 나왔다. 방역 완화 액셀을 밟았다가 급정지를 하고, 심지어 후진하는 일이 불과 두 주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더욱 이상한 건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방역 완화가 결정됐다는 점이다. 6월 초 300 내지 400명이었던 하루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선 20일쯤부터 6인 모임 허용 얘기가 나오더니 발표가 난 28일 직후엔 700명대에 진입했다.
7월 6일부터 1000명을 넘어서는 4차 대확산 국면에 접어들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7월 말에 2000명이 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감염, 격리, 사망, 회복을 변수로 하는 예측 모델을 통해 3주 후 확진자 수의 최대치를 추정한 것이다. 뒤집어 보면 7월 초 1000명이 넘을 수 있다는 예측을 6월 중순에 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부터 방역 완화 조치가 추진됐다.
이 상식 밖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힌트도 2주치 신문 속에 있었다. “연 소득 1억원 가구까지 1인당 25만~30만원 지원”(6월 29일). 정부와 여당이 소득 하위 80% 가구에 재난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발표가 나온 것은 6인 모임 허용 발표가 나온 바로 이틀 뒤였다. 재난 지원금과 방역 완화 논의가 신문에 처음 등장하는 시기도 6월 중순에 비슷하게 겹친다.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재난 지원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었다. ‘코로나 사태 진정’이 지원금의 전제 조건이다. 반대로 코로나가 확산됐으니 지원금은 중단돼야 한다. 그런데 무조건 ‘고’를 외친다. 지원금 살포를 먼저 정해놓고 코로나 사태 진정 및 방역 완화를 거기에 끼워 맞추는 식이다. 마차가 먼저 달려 나갔는데 말이 반대 방향으로 틀면서 탈선된 것이 이번 4차 대확산이다.
김창균 논설주간
작년 총선서 집권 세력은 “선거에서 이기면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나눠 드리겠다”는 공개 매표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이후 핑곗거리만 생기면 지원금 뿌릴 궁리만 한다. ‘우리에게 표를 주면 주머니에 공돈이 생긴다’는 세뇌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국민을 돈 봉투 보고 침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 취급한다. 올 11월 집단면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또 지원금 얘기가 나올 것이다. 그래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 종식을 기념하는 재난 지원금 결정판이 전 국민 식탁에 오르게 된다. 이번 지원금은 메인 디시의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다.
문 정권에 코로나는 종합선물세트다. 그 속엔 재난 지원금만 있는 게 아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K방역’이라는 정권 홍보도 대통령이 애호하는 품목이다. 청와대는 얼마 전 G20 국가 정상들이 문 대통령을 일제히 가리키는 사진을 공개하며 “방역은 당신이 최고”라는 칭찬을 들었다고 자랑했다. 작년 말엔 대통령의 전화 한 통화로 모더나 백신 공급 물량이 2000만명분(4000만회)으로 두배 늘고, 도입 시기는 3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겼다고 발표했다. 약속했던 2분기가 훌쩍 지나갔는데 현재까지 도입된 모더나 백신은 86만회(약속 물량의 2%)고, 8월 초까지 예상 물량을 합해도 185만회(5%) 정도다. 며칠 전 모더나 예약이 먹통으로 시작해서 대란으로 끝난 이유다. 청와대는 대통령 전화 한 통화의 기적이 부도난 사태에 대해 아무 설명이 없다.
코로나는 문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적폐 세력에 ‘방역 방해’ 딱지를 붙이는 구실도 제공했다. 작년 2, 3월 1차 확산 때는 대구, 신천지 탓을 했고, 8월 2차 확산은 광화문 집회가 죄를 뒤집어썼다. 집회 참가자에 대해 대통령은 “방역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세력에게 공권력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살인자”라는 극단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번 확산 때 민노총은 8000명이 집회를 강행했다. 그런데도 공권력의 엄중함도 실종됐고, 살인자라는 비난도 들리지 않는다. 코로나 4차 대확산은 대통령 말처럼 모두의 책임이 아니다. ‘정치의, 정치를 위한, 정치에 의한’ 문재인표 방역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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