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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우(關羽)와 장비(張飛)의 한바탕 웃음 -
한편, 여포(呂布)의 휘하(麾下) 장수(將帥)인 이봉(李封)과 설란(薛蘭)으로 부터 자신(自身)의 본거지(本據地)인 연주성(兗州城)을 탈환(奪還)한 조조(曹操)는 책사(策士) 순욱을 자신의 거처로 불렀다.
"주공, 찾으셨습니까 ?"
조조(曹操)는 순욱(荀彧)이 나타나자, 화난 어조로 책망(責望)하듯이 말한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힘든 출정(出征)으로 연주(兗州)와 서주(徐州)에서 악전고투(惡戰苦鬪)를 벌이면서 수십만의 군사와 군량을 허비했지만 땅 뙈기라곤 한 뼘도 얻지 못했소. 한데 유비(劉備)는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서주(徐州) 육군(六郡)을 차지했소. 그것만 봐도, 그 작자가 겉으로는 후덕한 척하나, 속은 간사한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소!"
그러자 잠자코 듣고 있던 순욱(荀彧)이 차분한 어조로 대꾸한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유비(劉備)는 겉으로는 인의(仁義) 군자(君子) 같지만, 어리석은 척하며 큰뜻을 품은 그런 인물(人物)입니다. 절대(絶對) 얕잡아 보시면 안 됩니다."
그러자 조조(曹操)가 순욱(荀彧)의 말끝을 자르며 단호한 어조로 대꾸한다.
"유비(劉備)를 한 번도 얕잡아 본 적 없소! 오히려 놈이 속으로 나를 얕잡아 보는 거지..."
"그러면 앞으론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순욱(荀彧)이 조조의 의향을 묻자,
조조(曹操)가 긴 숨을 내쉬며 말한다.
"당신을 부른 것은 상의할게 있어서요. 우리가 군량 준비만 된다면 다시 유비(劉備)를 쳐서 서주(徐州)를 취할 거요."
"안 됩니다 주공!"
"안 될게 뭐 있소? 서주(徐州)는 중원(中原)을 얻기 위한 요충지(要衝地)요. 대업을 이루려면 필히 서주(徐州)를 얻어야 하오."
조조(曹操)는 단언(端言)하듯이 말했다.
그러자 순욱(荀彧)은,
"숙고(熟考)하십시오. 서주(徐州)는 예전과 다릅니다. 지금은 유비(劉備)와 여포(呂布)가 연합(聯合)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합니다. 주공(主公)께서 성급히 공격하신다면, 두 사람이 한마음이 되어 필사적으로 저항(抵抗)을 할 것입니다. 반대로 주공께서 좀 더 참고 기다리시면 서주성(徐州城)은 두 사람의 각축장(角逐場)이 될 것입니다. 여포(呂布)와 유비(劉備) 두 사람은 하나는 호전적(好戰的-이며 하나는 가식적이(假飾的)기 때문에 곧 부딪칠 것입니다. 그때를 틈타 군사를 일으켜 서주(徐州)를 공격(攻擊)한다면 간단히 끝날 것입니다."
그러자 조조(曹操)가 매서운 눈길로 순욱(荀彧)을 쏘아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으음... 일리가 있소! 서두르면 힘을 합쳐 대항하고 인내하면 분열이 보일 것이다?... 순욱(荀彧)?... 당신 말이 옳소!
내가 부족했소!"
조조(曹操)는 순욱(荀彧)에게 자신의 경솔함을 솔직히 고백하였다.
그러자 안도(安堵)의 미소를 띤 순욱(荀彧)이 조조(曹操)를 향해 두 손을 읍하고 허리를 굽히며,
"주공(主公)께서 순간적으로 노하셔서, 판단(判斷)하시는데 성급(性急)하셨던 탓일 뿐입니다. 그러나 주공(主公)께서 평소(平素)처럼 마음의 평화(平和)를 찾아 평정(平靜)을 가지신다면 어떤 일이든지 대번에 핵심(核心)을 짚으실 것입니다."
그러자 조조(曹操)가 감탄(感歎)한 어조로,
"그 말도 옳은 말이오. 앞으로 내가 화를 참지 못하면 내가 정신이 들도록 욕(辱)을 해 주시오!" 하고 말하자
순욱(荀彧)은 다시 허리를 굽히며,
"소인이 어찌 주공(主公)께 욕( 辱)을 하겠습니까?"
그러자 조조(曹操)가 순욱(荀彧)의 말을 자르며 말한다.
"이건 명령(命令)이오!"
순욱(荀彧)은 머리를 다시 한번 조아리며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
한편, 서주(徐州)에서는 진궁(陳宮)이 유비(劉備)를 여포(呂布)의 객사로 안내하며 말한다.
"유 장군께서 호의(好意)를 베풀어 서주(徐州)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연회(宴會)를 열어 주시고 백방으로 보살펴 주시니 여장군과 저 진궁(陳宮)은 감격(感激)스럽다 못해 불안한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고 말을 하자,
유비(劉備),가 대답한다.
"공대형 말씀에 오히려 제가 불안하군요. 서주(徐州)는 두 분의 집입니다.
두 분께서 오래 머무르신다면 저 유비(劉備)의 복일뿐만 아니라 서주(徐州) 모든 백성들의 행운입니다."
"하.... 고맙습니다. 여장군도 너무 감격(感激)스러운 나머지 오늘은 특별히 저희가 연회(宴會)를 열어 유 장군을 청하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유비(劉備)가 진궁(陳宮)과 이런 대화를 하며 여포(呂布)가 머무르는 객사(客舍) 앞에 이르자,
여포(呂布)가 마중을 나왔다가 반갑게 맞으면서 말한다.
"아우님! 어서 오시오."
유비(劉備)가 두 손을 합장 배례(拜禮)하며,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하고 예(禮)를 표(表)하자, 여포(呂布)도 마주 예(禮)를 표하였다.
여포(呂布)가 유비(劉備)의 한 손을 잡아끌며 말한다.
"아우님을 하루라도 못 보면 좀이 쑤실 지경이오.
그래서 약소한 주안상(酒案床)를 차려 아우님 은혜(恩惠)에 보답하려고 하오. 오늘은 마음껏 마셔 봅시다.
유비(劉備)가 여포(呂布)가 안내하는 자리에 앉으며 말한다.
"고맙습니다."
한편, 무료(無聊)한 한때를 군사(軍士)들과 봉술(棒術) 겨루기로 보내고 있던 장비(張飛)에게 관우(關羽)가 다가가 말한다.
"이보게 아우, 나 하고 얘기 좀 하세!"
"왜요, 형님?" 장비(張飛)는 군사들을 물리고 나서 다시 관우(關羽)와 마주했다.
관우(關羽)가 말한다.
"여포(呂布)가 무슨 연회(宴會)를 연다고 형님을 모셔갔네."
그러자 장비(張飛)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에이, 그게 뭐 어때서요? 그냥 술 마시는 것이 아니오?" 하고 대꾸한다.
그러자 관우(關羽)가,
"시중드는 사람이 초선(貂蟬)이라고 하는데 듣자 하니 그 여자가 천하의 절색(絕色)이라 남자들이 한번 보면 정신(精神)을 못 차린다고 하는데 초선(貂蟬)을 내세웠다는 것은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에이 형님도, 초선(貂蟬)이라는 여자는 동탁(董卓)이 죽고 난 뒤에 자진(自盡)했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죽은 초선(貂蟬)이가 나타난단 말이오?" 장비(張飛)는 황당(荒唐)하단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관우(關羽)는 딱하다는 듯이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말한다.
"그러게 말이야, 듣자 하니 여포(呂布)에게는 이처 일첩(二妻一妾)이 있는데, 첫째 부인은 엄씨(嚴氏)요, 둘째 부인은 조표(曺豹)의 딸이요, 첩(妾)의 이름은 초선(貂蟬)이라는군, 그런데 여포(呂布)가 동탁(董卓) 이 살았을 때 왕윤(王允)의 양녀(養女) 초선(貂蟬)을 무척 사랑했으나 동탁(董卓)에게 빼앗긴 일이 있었지, 그 후에 동탁을 죽이고 초선이 자결(自決을 했지만, 여포(呂布)는 그녀에 대한 연모(戀慕)의 정(情)을 잊지 못해, 새로 취(取)한 애첩(愛妾)의 이름을 '초선(貂蟬)'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이번 초선이는 먼저 초선(貂蟬)이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지..."
장비(張飛)는 관우(關羽)의 말을 귀담아듣고 한 마디로 일갈(一喝)해 버린다.
"그러게 내가 뭐라했소? 여포(呂布)란 놈이 제일 잘하는 것은 뺀질뺀질한 얼굴로 여자(女子) 후리는데 일등(一等)이라고 하지 않습디까?"
"여하간(如何間) 얼른 유비(劉備) 형님에게 가보세!"
"갑시다, 형님! 이번 기회(機會)에 여포(呂布)란 놈을 기어(期於이) 이 없애버려야겠군!" 장비(張飛)는 이 말 한마디를 내뱉고 쏜살같이 여포의 객사(客舍)로 향한다.
그러자 관우(關羽)가 황급(遑汲)히,
"장비(張飛)야! 장비야!" 하고 부르며 뒤따라갔다.
한편, 여포(呂布)의 객사(客舍)에서는 여포(呂布)가 얼마 전에 맞아들인 초선(貂蟬)이라는 애첩(愛妾)을 시켜 흐뭇한 미소(微笑)를 지으며 유비(劉備)에게 술을 따르게 하고 있었다.
"장군(將軍), 드시지요." 초선(貂蟬)이 술을 따라 주며 말했다.
유비(劉備)는 초선(貂蟬)에게 국궁(鞠躬) 배례(拜禮)를 하며 술잔을 받았다.
"감사(感謝)합니다. 형수(兄嫂)님."
그러자 여포(呂布)가 이 모습을 보고 자신(自身)의 가슴을 <탁탁>치며 말한다.
"현덕(玄德)! 오늘부터 우리는 한 집안 형제(兄弟)요.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 하는 거요. 자, 자, 듭시다. 드시오!"
유비(劉備)가 여포(呂布)를 향해 술잔을 들어보이며,
"드시지요." 하고 말하며 술 한 잔을 들이켰다.
"채 앵 ~".... 그 순간(瞬間), 여포(呂布)의 옆으로 (瞬間)이 굉음(轟音)을 내며, 벽(壁)에 냅다 꼿히는 것이 아닌가?
"응?..."
"엇?"
유비(劉備)와 여포(呂布)가 동시(同時)에 놀라며 방천화극(方天畵戟)이 날아온 곳을 건너다보니 그곳에는 한 손에 장팔사모(丈八蛇矛)를 꼬나 쥔 장비(張飛)가 서 있는 것이었다. 장비가 여포(呂布)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친다.
"여포(呂布)! 우리 형님이 어떤 사람인데, 네놈이 감히 아우라고 부르는 것이냐! 네놈이 뭔데?... 성(姓)이 네 개나 되는 이 후레자식아! 정원(丁原), 동탁(董卓), 왕윤(王允)이 모두 네놈 때문에 죽었는데, 어디서 뻔뻔스럽게 우리 형님에게 아부(阿附)를 하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 퉤! 퉤!"
장비(張飛)가 마지막에는 카악~, 퉤! 하고, 여포(呂布)를 향해 가래침을 뱉었다.
그러자 여포(呂布)는 얼굴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유비(劉備)도 마찬가지로, 유비는 장비(張飛)를 향해 노여움이 가득한 어조로 외쳤다.
"셋째! 닥치지 못해!"
그러자 장비(張飛)는 손에 쥔 장팔사모(丈八蛇矛)를 높이 들어 흔들며,
"여포(呂布)! 잘 들어라. 내가 네놈의 방천화극(方天畵戟)을 그리 던져주었으니 당장 그걸 들고 이쪽으로 와서 죽을 때까지 한번 붙어보자!"
유비(劉備)가 장비(張飛)를 향(向)해 소리친다.
"셋째, 당장(當場) 물러가라!"
그러자 장비(張飛)가 뒷걸음으로 물러나면서 여포(呂布)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며 말한다.
"여포(呂布), 잘 들어라! 성문(城門) 앞에서 기다리겠다. 겁내지 말고 나와라!"
여포(呂布)는 장비(張飛)에게 모욕(侮辱)을 당하자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움켜쥐면서 자리에서 서성거렸다.
유비(劉備)는 장비(張飛)가 물러가는 것을 보자 여포(呂布)에게 국궁(鞠躬) 배례(拜禮)를 하며 사과(謝過)했다.
"봉선형(奉先兄)! 정말 송구(悚懼)합니다. 셋째가 좀 거칠고 예의(禮儀)가 없습니다. 아우 대신 제가 사과(謝過)드립니다. 송구합니다." 유비(劉備)는 허리를 굽히며 여포(呂布)에게 거듭 미안(未安)해하였다.
그러자 여포(呂布)가 말한다.
"현덕(玄德), 아무 말 마오. 내가 비록 어리석기는 하여도 사리(事理)는 아오. 서주(徐州)에 더는 못 있겠소. 당장(當場) 떠나도록 하겠소."
"어디로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유비(劉備)가 물었다.
그러자 정작 갈 곳을 정한 바 없는 여포(呂布)는 참담(慘澹)한 어조로 대답한다.
"대장부(大丈夫)에겐 천하(天下)가 집이오. 방천화극(方天畵戟)과 적토마(赤兔馬)가 있는데 이 몸 둘 곳이 없겠소?" 말을 마친 여포(呂布)가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유비(劉備)가 황급히 여포(呂布)의 앞을 막아서며 말한다.
"봉선형(奉先兄)! 이럽시다. 서주성(徐州城) 오십 리밖에 소패성(小沛城)이 있습니다. 저도 그곳에 주둔(駐屯)한 적이 있습니다. 군(軍)을 이끌고 잠시(暫時) 그곳에 머물러 계시도록 하십시오. 군량(軍糧)과 마초(馬草)는 서주(徐州)에서 대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그 순간(瞬間), 진궁(陳宮)이 나타나 유비(劉備)의 제안(提案)에,
"좋을 듯합니다. 소패(小沛)와 서주성(徐州城)은 기각지세(埼角之勢)를 형성(形成)해 경종(警鐘)이 울리면 서로 도움을 줄 수가 있소. 봉선(奉先)! 어서 감사를 올리시오!" 하며, 여포(呂布)의 대답을 재촉하였다.
딱히, 갈 곳이 없었던 여포(呂布)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유비(劉備)를 향(向)해 입을 연다.
"그렇다 하니 감사(感謝)드리겠소." 여포(呂布)는 두 손을 모아 허리를 굽히며 유비(劉備)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잠시 후(暫時後), 여포(呂布)와 진궁(陳宮)의 말(馬)을 필두(筆頭)로 여포의 군사(軍事)들은 성(城) 밖으로 나와 소패성(小沛城)으로 출발(出發)하였다.
마상(馬上)에서 여포(呂布)가 진궁(陳宮)에게 신세(身世) 한탄조(恨歎調)의 말을 한다.
"나, 여포(呂布)가 이지경이 될 줄 몰랐소. 이건 뭐, 문(門)지기가 따로 없소이다."
그러자 진궁(陳宮)이 대꾸한다.
"바보 한신(韓信)도 비굴함을 무릅쓰고 깡패의 가랑이 밑을 기어갔고, 장량(張良)도 다리 밑으로 떨어진 신발을 세 번이나 주어다 주었소. 장군(將軍)은 그들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소이다. 꾹 참고 견뎌야 하오."
여포(呂布)가 쓴 입맛을 다시며 묻는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진궁(陳宮)이 대답(對答)한다.
"소패(小沛)에 머물면서 전열(戰列)을 재정비(再整備)해 상황(狀況)을 봐야지요..."
성루(城樓)에서는 유비(劉備), 관우(關羽), 장비(張飛)가 성(城)을 떠나가는 여포(呂布)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가운데 장비(張飛)는 시원하다는 소리를 거침없이 내뱉는데,
"허어... 잘, 되었다! 못된 놈이 가버리니 골칫거리가 줄어들겠네!"
그 말을 듣고 유비가 말한다.
"정작 이제부터가 골칫거리야 조조(曹操)가 여포(呂布)를 물리친 지가 반 달이 됐는데 예상대로라면 지금쯤은 서주(徐州)를 치러 와야 할 것인데 지금까지 연주(兗州) 쪽에서 아무런 이상 조짐이 없으니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네."
그러자 관우(關羽)가,
"염려 마십시오. 서주성(徐州城)은 견고 (堅固)하고 군량(軍糧)도 풍족(豐足)하니 조조(曹操)가 공격(攻擊)해 오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자 장비(張飛)가 들뜬 소리로,
"그럼요! 당연(當然)하지요!.. 한참을 쉬었더니만 온몸이 근질근질한 판인데 조조(曹操)가 쳐들어 올 것을 기다릴 게 아니라 이번 참에 우리가 연주(兗州)를 쳐들어 가면 어떻겠소? 어때요, 형님들?"
"하하하하하!...."
관우(關羽)가 장비(張飛)의 말을 듣고 기분 좋게 웃자, 장비는 더욱 신이 났다.
그리하여 장비(張飛)는,
"와, 하하하 핫!...." 하고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어젖혔다.
삼국지 - 72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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