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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단 현 상 - 03
승현이의 배웅에 뭔가 붕 떠있는기분에 아침부터 회의가 있었다는걸 잊어버렸다.어제 끝맞혔던 프로젝트를
마무리를 짓고 얼른 회의실로 뛰다싶이 걸어갔다.눈을 가려버리는 앞머리를 뒤로 넘기며 회의실 문을 열었다.
벌써 이사님들과 회장님이 들어와계셨다.내가 제일 늦게들어왔는지 따가운시선을 애써 피해야만했다.
그 중에 제일 표정이 안좋은 회장님은 헛기침을 하시더니 시작하라고 말씀하신다.
우선 디자인과 팀장이 이번 봄날씨에 맞춰 기획한 디자인을 발표하지만 귀에 전혀 들어오지않았다.
눈물을 쏟아버릴것같은 그 두 눈을 잊을수가 없었다.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그런 느낌.
그리고 맞잡은 그 손.아쉬움이 컸다.그래,그런 느낌이였어.승현아,넌…
"최동희사장,시작하게."
"알겠습니다."
서류들을 탁탁 정리하고 일어섰다.휴대폰의 진동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회의중이라 무시해버렸다.
혹시 승현이일까 하고 생각하다가 말이 꼬여버린것도 몇번있었다.하지만 다행인건 회장님은 맘에 드신지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표정을 지으셨다.그러다가 이벤트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인상을 구기시더니
그 부분은 넘어가고 나중에 다시 상의하세.라며 손을 절레절레 저으셨다.
사실 이 부분을 내가 제일 신경쓴 부분이다.어찌보면 아버지와 나는 생각하는것,스타일이 달랐다.
친아버지가 아니라서 그런가,하다가 그냥 넘겨버렸다.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문자를 보낸 수신자는 승현이였다.또 다시 붕뜬 느낌이 든다.
확인을 누르고 메세지내용을 확인하였다.오늘 학교가 늦게 끝날것같으니까 천천히 오라는 내용이였다.
나는 응,알았어.라고 썼다.확인을 누르려다가 다시 지워서 응,그 전에 백화점에 들리자.라고 썼다.
그리고 또 지웠다.응,천천히갈게.근데 내가 봐둔옷이 있는데,너랑 굉장히…쓰다가 다시 지웠다.뭐라고 보낼까.
그러다가 승현아,백화점에서 너랑 어울리는 옷을 봤는데,갈래?라고 보냈다.그리고 후회했다.
먼저 밥 뭐 먹을까?라고 보낼걸.
폰을 조용히 책상위에 올려놓고 잠깐 쉬다는뜻으로 고개를 의자에 기대었다.그리고 저절로 눈이 감겼다.
쉬는시간도 잠시 회장님의 호출이였다.난 왼쪽어깨를 통통,오른쪽어깨를 통통 두드리고 몸을 일으켰다.
됫목도 무척이나 뻐근했다.
"부르셨어요."
"그 정도가지고는 승현이에게 이 회사를 물려줄 수 없다."
아버지에겐 만족이란 없었다.내가 최고라고 자만하는동안 아버지는 아직이다며 더 최고를 원하신다.
그리고 내가 일주일동안 밤새며 준비한 프로젝트,그 수십장의 종이들이 내 앞에서 흔들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것 때문에 승현이 얼굴도 못본게 사흘이나 되었을거다.무척…힘들었는데.
"이 정도 되가지고 되겠나.최동희."
"죄송합니다."
"내가 내 자식인 승현이를 둘째치고 널 키웠었다.근데 그렇게 밖에 은혜를 갚지못하다니."
"……."
"승현이가 이 회사를 물려받기 전까지 최고중에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
"압니다."
"아는녀석이 그래?"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아버지는 굉장히 화가 많이 나셨다.얼굴,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승현이 얼굴
1초라도 더 보자고 일을 내일로 미룬게 내 잘못이였다.그 때 무리하지말고 열심히 하라는 승현이의 문자에
승현이가 보고싶어졌다.그래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내일로 미룬게 내 잘못이였다.
승현아,난 너를…
"나가봐,집에서보자구나."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곤 회장실을 나왔다.저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내 자신을 자책하는 중에 주머니가 울렸다.얼굴 한번 쓸어내리고 폰 풀립을 열었다.
수신자는 승현이였다.그런데 나에겐 정말 의외의 문자가 와있었다.
「내가 갈게.기다려.」
***
학교에 와서 느낀거지만 오늘은 매우 우중충했다.그냥 느낌이 그랬다.꼭 비가 올것처럼 흐릿했다.
그래서 그랬나,오늘은 정말 저기압이였다.툭 건들면 팡 터질것같은 시한폭탄을 품고있었다.
"그런다고 친구를 때려?"
"죄송합니다."
"반성문 앞뒤로 꽉꽉 채워서 2장써와.이 정도로 끝난게 다행인줄알어."
"네,죄송합니다."
그냥 딱 잘라서 내 잘못이였다.제잘제잘거리는 그 입을 가만둘 수 없었다.
짜증이 났다.오늘 우중충한것도 느낌이 흐릿한것도 모두 다.그리고 그 기억들까지.
오늘은 정말 짜증나는 하루이다.
결국 A4용지 반만 채우고 포기해버렸다.도저히 앞뒤로 다 채우진 못하겠다.머리속엔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둥둥 떠나닐뿐이다.다시는 친구를 때리지 않겠습니다?그런 말을 길게 쓸 재주는 나에게 없다.
구현이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반에 있었다.부탁해볼 생각으로 구현이앞으로 A4용지를 흔들어보였다.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보는 구현이에게 부탁할게라며 어울리지도 않는 애교를 떨어봤다.
"참,아예 밟아버리지 그랬냐?엉?"
"부탁해,진짜 못 쓰겠어.너 이런건 전문이잖아."
"내가 쫌 잘 쓰긴하지."
단순하긴.
바로 A4용지를 낚아채더니 손에 들고있던 샤프를 거칠게 가져가버린다.그리고 무언가를 막
써가는데 도저히 내 머리속에선 나올 수 없는 그런 절절한 말들을 써가고있었다.
난 흐뭇한 표정으로 구현이의 머릴 쓰다듬으며 내 책상위에 올려진 빵 하나를 구현이에게 던져주었다.
근데 그게 잘못던져진건지 구현이 머리위로 떨어져버렸다.머리를 문지르며 욕부터 튀어나온다.
어떤새끼냐며 으르렁 거리다가 바닥에 떨어진 빵을 보고 좁혀진 미간이 쭉 펴졌다.
그래,구현아.그렇게 웃어야 너 답다.
턱을 괴고는 멍하니 구현이의 뒷모습을 보았다.빠르게 움직이는 손과 보이진 않지만 지금쯤
빠르게 씹고있을 입이 훤히 내 머리속에 그려졌다.웃음이 절로 나왔다.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듯 싶었다.
"근디,승현아.오늘 비온다는데 우산은 가져왔냐?"
"비온다고?"
"응.잘하면 천둥도친데.으으으,무서워."
"…."
난 바로 서랍에서 폰을 꺼냈다.그냥 내가 간다고 문자를 보내기위해서였다.'전송이 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뜨고 난 확인을 버튼을 눌렀다.그리고 그 다음 순간에 누군가 소리쳤다.1학년 복학생이랑 8반에
김주환이랑 싸웠다며 이리저리 소리치고 있었다.가만,주환이가 학교를 왔다고?
"오랜만에 나왔으면 조용히 가지.꼭 좇같이 날뛰냐."
"주환이가 학교를 왔어?"
"응,아침일찍왔던데?"
"근데 왜 나한테 애길안해?"
"미안,까먹었다."
김주환.그 녀석은 나의 불알친구였다.담임선생님과 트러블이 있어서 등교하는 그 자체를 싫어하던
주환이가 학교에 왔다.무슨일이 있는게 틀림없는데 나한텐 전화도 문자도 없었다.그 흔한 단 한가지도 없었다.
근데 왜 점심시간엔 보이지 않았을까.급식을 먹지 않았나.나는 당장 주환이에게 가보기로 했다.
싸우고있다는데 선생들이 오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도대체 그 복학생이 누굴길래.
"나 간다."
"가서 말리려고?너 전에 기억안나?"
"괜찮아.간다."
주환이랑 나랑은 정말 싸움광이라고 할 정도록 싸움에 미쳐있었다.하루라도 사고를 치지않으면 온 몸이 근질거렸다.
그 날도 어김없이 싸웠는데,그래 바로 옆학교에 있는 일명 학교에서 제일 싸움잘하는 놈이랑 붙었는데 붙은건 내가
아니라 주환이였다.난 그 소식을 듣고 주환이를 말리려갔다.그거 마저 선생들 귀에 들어가면 주환이는 정말 퇴학이였다.
말리다가 팔이 부러졌다.다행히 뼈가 아주 깨끗하게 부러져서 불행중에 다행이였다.그 날…주환인 말했다.
'미안해.너무 힘들다.모든게 힘들어.'
'그게 무슨소리야!당장 그만둬!'
'나중에…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자.'
끝나있었다.싸움은 끝났지만 주환이는 아직도 싸우는듯 힘들어했다.나보다 더 상처가 많고 더 힘들텐데 그런 내색없이
날 병원에 데려다주었다.난 아무말 하지않았다.그냥 주환이의 눈이 모든걸 말해주는듯해서 난 아무말도 안했다.
그리고 일주일뒤에 주환이를 홀몸으로 키우신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주환이는 처음부터 끝가지 울지않았다.슬픔을
꾹꾹 눌러담는걸까,정말 슬프지 않는걸까.정말 애매한 표정을 짓고있었다.그러고 나서 주환이는 거의 한달을 잠적했다.
그런데 지금 주환이가 학교에 왔다고?믿어지지 않는다.
1학년 복도가 꽤나 시끄러웠다.내가 빨리 온건지 선생들은 보이지않고 아이들만 모여있었다.그 속에…주환이가 서 있었다.
나는 곧바로 주환이에게 달려갔다.무작정 주환이앞에 서서 그 녀석을 보았다.밥은 먹고 다니는건지 볼이 홀쭉했다.살이 더
빠진듯해서 가슴이 아팠다.그 동안 뭘하고 다녔는지 니 입으로 직접들어야겠다.
"비켜."
녀석이 나에게 말했다.
뒤를 돌아보니 1학년 복학생은 초죽음으로 쓰러져있었다.입술은 물론이요,양쪽 광대뼈와 눈이 멍들고 부어있었다.도대체
얼마나 때리면 이렇게 될까.게다가 코피까지 흐른다.난 같은반 1학년에게 얼른 양호실에 보내라고 말했다.
김주환 이 개자식 오랜만에 보는 친구에게 달랑 '비켜'란 말이 나와?너 그냥 자퇴서쓰고 학교 때려져.이 개자식아.
"이 씨발새끼가!"
"그,그만!!"
주환이의 오른쪽주먹이 나를 향해 돌진하다가 멈췄다.순간 감았던 눈을 떴다.어디서 많이 본 뒷통수인데…구현이다.
성난 호랑이처럼 이리저리 날뛰는 주환이를 막는 구현이가 정말 작아보여서 구현이를 밀어냈다.구현이는 너무 쉽게
주환이에게 떨어지고 곧바로 내 뺨위로 주환이의 주먹이 다가왔다.힘때문에 뒷걸음질하다가 엉덩방아를 찍었다.
주먹맛은 여전했다.넌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 제멋대로였다.새끼야 말을 하란말야.
"내가…눈치 못 챌줄알았냐?"
"…이 개자식이!"
"내 얼굴 보기힘들어서 한달이나 연락안했어?!"
"…."
그래, 이런 개 좇같은 상황이 어딨어.
네가 우리 형 좋아하는걸 누가 몰라,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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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게와서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이제 시험기간이라 제대로 글을 못올릴것 같아요.~
그래도 아예 안쓰는건 아니니까 기다려주셔야해요ㅠㅠ
재미있게 읽으시고,좋은하루되세요^*^
첫댓글 억 주환이가 동희를 좋아한다니 완전 반전이네요 ~ 흠 잘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