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In Love (사랑에미치다)
♡43
"아 차거."
갑자기 때 아닌 겨울비가 내린다.
그냥 산책겸 좀 걷고 싶어 나왔는데 비가 내려서 내 어지러운 마음과 머리를 식혀주는듯하다.
그래서 비를 맞으며 그냥 걸었다.
다른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냥 걸었다.
내 앞에서 나와 똑같이 걷고있는 사람을 따라 마냥 걸었다.
"도진아.."
내 작은 목소리를 들은것일까?
앞에 걷던이가 고개를 돌렸다.
내 얼굴위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나름 이쁘게 웃어보였다.
"오랜만이네."
어제일은 전혀 모른다는 듯.
"나 유학가고 처음이잖아. 쪼잔하게 인사도 안해주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혼란스러운 녀석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리고 조금 먼 거리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들린다.
"너.."
"응? 왜?"
곧 날 부르는 소리가 가까워지고 누군가가 내 손목을 낚아챘다.
"은한아. 나 도진이랑 되게 오랜만에 보는데 인사좀 하면 안될까?
나 유학가고 나서 처음이잖아. 응?"
내 손목을 잡고 있는 녀석의 손이 살짝 풀어졌다가 도진이의 이름을 부르는 한 여자의
소리에 다시 힘이 가해졌다.
"김도진!! 야! 김도진!!"
박서진이었다.
네명의 시선이 교차했다.
나를 조심스레 훑던 서진이의 입술이 열렸다.
"오랜만이네. 윤샛별. 유학은 잘 다녀왔니?
물론 우리 도진이에 대한 마음은 깨끗이 정리됐겠지?"
왜일까.
서진이의 물음에 대답을 못했다.
손목에 가해진 힘이 느껴졌다.
"박서진 조용히 해."
그때 로우톤의 감미로운 도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 기대란걸 해버린다.
혹시 아직 날 사랑하는게 아닐까.
그래서 내가 난처할까봐 도와주는건 아닐까.
"야, 김도진! 후우 잘들어 윤샛별.
나랑 도진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약혼했어.
그리고 곧 결혼도 할 생각이야 행여라도 마음남았어도 비워줬으면 해."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채 고개만 끄덕였다.
어차피 빗물 때문에 보이지도 않을테니.
"응 그럴게. 그냥 친구로 가끔 만나는것도 안되려나?"
"응, 안되. 내가 옛날에 말했지. 나 질투심이 굉장히 많아서
친구로라도 둘이 같이 있으면 돌아버릴 것 같아. 물론 지금도."
"아 그래. 그럼 먼저 가볼게. 잘 지내.
결혼....하면 청첩장은 보내줄거지?"
은한이의 손을 붙잡고 뒤돌아서 걸었다.
그러자 은한이가 들고있던 우산을 펴서는 내쪽으로 든다.
그런 녀석의 호의를 거절했다.
"은한아. 나 그냥 비 맞고 걸을래. 히히."
"감기걸려."
다시 우산이 날 향하고 은한이의 어깨가 젖어간다.
그리고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드디어 내비친다.
"울어?"
"은한아 미안해. 나 그냥 먼저 갈게."
은한이에게 인사를 남기고 고개를 숙여 집까지 열심히 뛰어왔다.
집에 돌아오니 언제 갔는지 이든이와 장미가 보이지 않았다.
신발장에 포스트잇하나가 붙어있었다.
'비오는데 어디갔어. 우리 먼저 갈게. 들어오면 연락하구~ 보고싶어도 연락해~ㅋㅋㅋ^^* '
내용을 다 읽고 피식 웃고는 그냥 옷도 벗지 않은채 침대속으로 파고 들었다.
비를 맞을때는 몰랐는데 집에 들어오니 춥다.
그대로 잠이들어버렸다.
#
"하아..하아..."
깨어보니 내가 아픈가보다.
온몸이 불덩어리고 일어나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겠다.
그래서 그냥 잠이나 자자 하는 순간에 문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별아~ 별아~"
"윤샛별! 어딨는거야. 아직도 쳐자고있냐?"
장미와 이든인가보다. 그리고 곧 녀석들의 발걸음소리가 다가온다.
머리가 울린다.
'철컥'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와 진짜 자고있네. 지금 시간이 몇신데!"
"장미야. 별이 이상해.."
"하아-하아-"
내 신음소리에야 겨우 장미와 이든이가 다가와서 내 이마를 짚어본다.
내 이마를 짚어보던 장미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날 한 대 때린다.
머리아파죽겠는데 머리를 치면 어쩌라는건지.
"미친거 아냐? 이지경이 될 때까지 뭐하고있었어, 이 등신아!!"
"병원가야되는거 아냐?"
"하아 하아. 됐어..."
"윤샛별 바보같아. 후우. 이든아 해열제 좀 사다줄래?"
"응.그래."
이든이가 약을 사러 나가고 장미도 방에서 잠깐 나가더니 찬물이 들어있는 그릇과 수건을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수건을 적셔 내 이마에 올렸다.
또다른 수건으로는 내 얼굴을 연신 닦아준다.
누가보면 엄청난 환자인줄 알겠네.
"바보냐? 아프면 전화를 해야할거 아냐. 혼자살면서 아프면 얼마나 서러운지 알아?"
"히..히..."
"웃긴 또 뭘 웃어. 뭐가 웃기다구. "
한동안 장미와 대화아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문여는 소리가 들리고 이든이의 헥헥대는 소리가 들린다.
"헥헥, 샛별아~ 살아있어?"
"이든아~ 샛별이 죽었는데?킥킥."
"거짓말하기는. 약먹자 별아."
그때 장미가 이든이의 뒷통수를 세게 때려버렸다.
금새 눈에 눈물이 맺히는 이든이.
"아 아프잖어. 왜 때려!"
"빈속에 약먹일래? 죽이나 만들어!"
"씨이. 이제 니가 해! "
"이든아. 누나 요리 못한다?"
장미의 말에 이든이가 할수없이 부엌으로 향한다.
연신 궁시렁거리면서.
"치. 무슨 여자가 요리도 못한대. 치이 그러면서 맨날 나만 괴롭히고.
누나는 또 뭐래. 웃겨웃겨. 차라리 별이가 훨 낫지."
"조용히해라, 정이든?"
"알았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