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과불식(碩果不食)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큰 과일은 먹지 않는다는 뜻인데요. 옛 농부들은 유전자가 훌륭한 큰 씨앗이나 과일은 먹지 않고 이듬해 씨앗으로 삼았습니다. "농민은 굶어 죽더라도 그 씨앗은 베고 죽는다."라는 속담과 궤를 같이하지요.
석과(碩果)는 우수한 열매입니다. 유전 공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크고 질 좋은 씨앗이 좋은 결실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으로 종자를 삼는 것이지요.
남도를 여행할 때 잎 진 감나무에 감만 주렁주렁한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내 것이 아니라도 풍성함으로 다가온 가을 풍경이니까요. 감을 수확하고 나면 손이 닿기 어려운 꼭대기에 몇 개가 위태롭게 걸려있는 것을 봅니다. 흔히 까치밥이라고 표현하지요. 그 감은 햇빛을 받아 더 튼실하게 보이고 맛나 보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남은 감은 희망입니다. 그리고 나눔과 베풂이기도 하지요. 옛 어른들은 가을걷이를 설렁설렁하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이웃들이 수확이 끝난 밭에서 이삭줍기를 통해 어려움을 해소하기도 했으니까요.
나무는 열매로 평가받습니다. 열매가 크고 당도가 높은 나무는 선택되지만 그렇지 않은 나무는 베어집니다. 그러니 열매를 잘 맺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