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을 앞두고
2학기 개학을 앞둔 팔월 셋째 월요일이다. 광복절이 일요일이라 대체 공휴일 제도가 도입된 첫 번째 경우였다. 오전에 방학 들면서 세탁을 위해 집으로 가져온 침구와 옷가지를 봇짐에 싸 놓고 치과 진료를 다녀왔다. 방학 중 건강검진을 받고 치과 진료를 다니면서 임플란트 시술은 마무리 단계다. 한동안 즐겨 드는 곡차를 참아야 해 난감했는데 이제 예전처럼 다시 들어도 된다.
치과 진료 후 아파트단지 초등 친구가 가꾸는 꽃밭으로 갔다. 도청에서 정년퇴직한 친구는 아파트단지 뜰에 꽃을 가꾸며 유튜버로 활동한다. 화단에 가꾸는 꽃의 특성이나 재배 방법 등을 시청자들에게 잘 소개해 구독자가 날로 늘고 있다. 나는 친구가 가꾸는 꽃 가운데 맨드라미 모종을 분양 받아 근무지 뒤뜰 봉숭아 뒷그루로 심을 작정이다. 맨드라미 모종을 50여 포기 싸두었다.
집으로 와 점심나절 침구와 반찬 가방을 챙겨 아파트 뜰로 내려갔다. 같은 아파트단지 사는 이웃 학교 카풀 지기와 접선해 아까 꽃모종과 함께 짐 꾸러미를 승용차에 싣고 거제로 향했다. 한동안 얼굴을 대하지 못한 카풀 지기와 방학을 보낸 안부를 나누면서 진해 용원을 거쳐 거가대교를 지났다. 대금산 주막에 들려 반주로 드는 막걸리를 두 병씩 마련해 연초 연사와실로 들었다.
한 달간 비웠던 좁은 방을 환기시키고 바닥의 먼지를 닦아냈다. 이후 날이 저물려면 시간이 남아 학교로 올라갔다. 창원에서 친구가 키운 맨드라미 모종을 심어두는 일이었다. 교정에서 본관을 돌아 뒤뜰로 갔다. 방학 들기 전까지 산언덕 옹벽 알록달록 고운 꽃을 피웠던 봉숭아는 이제 거의 저물고 씨앗을 달아 여물어갔다. 옹벽 비탈 맨 앞의 한 줄 봉숭아 그루는 뿌리째 뽑아냈다.
봉숭아를 뽑은 뒷그루로 맨드라미를 심어 가을에 꽃을 피울 셈이다. 친구가 정성들여 가꾼 맨드라미 모종을 한 포기 한 포기 줄 지어 심었다. 모종을 심기 전 거름도 내고 물도 주었다. 활착이 되고 나면 비료도 몇 줌 뿌려줄 생각이다. 비탈진 옹벽이 황무지나 마찬가지라 거름과 비료를 주어야 할 형편이었다. 그동안 비좁은 포트에서 자라던 모종은 앞으로 폭풍 성장이 기대된다.
광복절에 이어진 월요일은 휴무일이라 교정은 텅 비었다. 방학 중에도 관리자와 행정실 직원들은 매일 출근했지 싶다. 주차 공간이 새롭게 달라져 있었다. 업무 부장과 담임들도 수시로 학교에 나와 밀린 일을 처리했을 테다. 특히 보건교사는 방역 업무와 방학 중 고3들과 교직원들의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으로 무척 바쁘게 보냈을 걸로 본다. 나만 태평스레 지내다 개학을 맞았다.
내가 청소지도를 맡은 쓰레기 분리 배출 장소를 살폈다. 방학 중 일부 교직원은 출근했을 텐데도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학기 중 내가 워낙 깔끔하게 해두었는지라 쓰레기가 나와도 아무렇게 흩어져 있게 할 수 없었지 싶다. 교정을 나서 면소재지 연초삼거리로 나가 볼 일이 있었다. 연초삼거리로 가면서 아까 봉숭아 꽃밭에 심어둔 맨드라미 모종을 친구에게 사진으로 보냈다.
학교에서 연초삼거리까지는 도보로 십여 분 거리였다. 한 달 동안 연초를 떠나 창원에 머물다 복귀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게 남은 마지막 한 학기를 무난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 들기 전 세탁소에 맡겨둔 양복을 찾기 위해 가는 길이다. 먼저 농협 마트에 들려 찬거리로 삼을 만한 것을 살펴 찌개를 끓일 재료가 될 애호박과 두부를 샀다. 달걀도 열 개 샀다.
농협 마트를 나와 세탁소에 들려 방학 들면서 맡겨둔 양복을 찾았다. 왔던 길을 되짚어 연사마을로 향했다. 와실로 들어 샤워를 끝내고 저녁 끼니는 라면을 끓여 간단히 차렸다. 거가대교를 건너 대금산 주막에서 마련해 온 곡차가 반주로 빠질 리 없었다. 자작으로 잔을 채워 몇 잔 비우고 설거지를 끝내고 음용할 약차를 달였다. 이렇게 와실에서 개학 앞둔 준비를 마쳐 놓았다. 2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