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
김충경
겨울 혹한의 매듭 매듭을 딛고 꽃이 피었다
동백,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가 차례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암수한그루 꽃들은 수꽃이 먼저 피어 암꽃의 개화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암수딴그루 꽃들은 벌 나비 유혹하느라 가랑이 찢어지고 있다
찰나 같은 생을 아는 양 제 분신을 남겨야 하는 꽃들에게는 밤 시간조차 짧을 수밖에
사람 눈을 피해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감탕질로 봄밤이 환하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탕탕탕 총소리, 꽃들이 스러지고 수정 안 된 꽃들은 수음하느라 눈앞이 캄캄해진다
꽃들에게는 비껴갈 수 없는 숭고한 성교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
어느 누가 꽃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김충경 시집 {마우스 패드에는 쥐가 살고 있다}에서
첫댓글 이 시 한 편만 들어내어 읽어보니 이제 막 돋아난 새싹처럼 새롭게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