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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동초등학교총동창회 원문보기 글쓴이: 유랑아제
소래습지 염전길을 걷다
2011년 2월 22일 화요일 오전 11시. 봄맞이 하려고 장수공원 후문 동물원 부근에서 출발했습니다.
햇빛은 따사롭고, 대기는 시야 멀리 부우옇게, 약간의 습기를 머금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어디론가들 떠난 걸까요? 겨우내 왕성하게 모이던 회원들이 오늘은 여섯명 뿐입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여섯이든, 열이든 봄은 남촌 넘어 벌써 만수동 현대아파트 개울가에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봄은 만수천 개울가에 버들강아지 꽃망울마다 살금살금 고양이처럼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조우성의 시詩 마따나 '꽃들도 짐승의 털이 돋아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개울가 다리 밑으로 노짱들이 마악 겨울을 통과합니다. 이제 곧 봄빛을 마주 하며 걸어갈 모양입니다. 인곡의 실루엣이 봄빛에 아지랑이가 됩니다.
저 갈색의 겨울 풀잎들이 마음 급한 봄처녀들처럼 속삭이는 게 보입니다. 니는 봄옷 맞추었니? 난 벌써 가봉도 끝냈다. 이월상품 기다리다간 세월 다 간다. 낡은 겨울외투자락 벗으려고 꽃나무들이 몸서리치는 게 보입니다.
인부들이 나무의 겨울 외투를 거칠게 벗기고 있었습니다.
플러터너스 단단한 꼴밤들이 바람에 날려 흩어지기도 전에 아야아야...땅바닥에 떨어져 자지러집니다.
낡은 생각 떨구는 나무들 밑으로 어린 새싹이 돋아납니다. 아직은 새싹도 졈퍼를 벗지 못했습니다.
나무 계단이 햇살 아래서 따듯하게 일광욕을 합니다. 둥근 나무 기둥에서도 푸른 싹이 돋아날 것 같습니다.
노털들이 계절의 징검다리를 건너갑니다. 건너서 젊은 봄처녀 만나러 갑니다.
갈색의 갈대들은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요? 저 많은 생각과 소망들이 모여서... 비로서 봄이 되나 봅니다.
제2 경인고속도로 교각 밑인가요? 갯고랑 따라 봄바다도 슬그머니 들어와 몸을 누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썰물입니다. 여섯 시간 쯤 지나, 밀물 때 쯤이면 봄도 상륙할까요?
개울 따라 가다가 하수가 쏟아지는 낡은 수문을 보았습니다. 쾌쾌한 냄새가 진동했고... 갑자기 마음이 황량해졌습니다.
하수는 조용히 개울로 흘러갔습니다. 소리는 작았지만 냄새는 컸습니다. 저 하수가 바다로 가서 근해의 바지락도 기르고, 낙지도 기르고, 소라도 기르겠지요.
그 옆에는 하수종말처리장 같은 건물이 보였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하수시설이 낡아 아무도 모르게 하수가 저절로 새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저게 정화된 하수라고 믿고 내보내는 걸까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모르겠지만...냄새는 비위를 찔렀습니다. 제발 저 하수가 잘 정화된 하수이길 간절한 마음으로 빌었습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보금자리 주택이 거기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입니다. 저 사업이 성공해서 다 함께 가는 세상이 되길 또 한 번 간절히 빌어봅니다.
이 분들은 하늘의 햇볕정책도 안 통하나 봅니다. 영상 14도 기후에도 장갑을 안 벗네요. 피부 관리 하나 봅니다. 으흐흐..
무너진 소금창고 지붕 넘어로 신축 중인 아파트 건물이 보였습니다. 묘한 기분이 들던걸요. 산천도 의구하지 않고, 인걸도 간데 없어 보입니다.
아........
소래습지공원 안내판대로 공원은 언제 완공될까요? 야생의 벌판 저대로가 더 가슴에 벅찬 그림이긴 합니다만...
바퀴 달린 기계는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걸어라, 그리하면 네가 그리워하는 원시인을 만날 것이다.
봄이 오는 소래습지생태공원 흙빛은 밀크초클릿 부드러운 갈색 톤으로 발밑에 따스했습니다.
살 발라내, 뼈만 남은 짐승처럼 간신히 서있는 소금창고... 그래서 더 그리운 40년전 소래.
이 을씨년스런 모습을 그대로 보관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젊은이들은 알까?
이 폐허를 트로이의 유적처럼 보관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먼 땅을 찾아온 손님, 철새들의 도래... 그걸 숨어서 보려고 사람들은 희안한 걸 다 만들어 놓았습니다.
물 속에 잠기다 만 이 시멘트 덩어리마저 예사롭게 보이지 않구요. 로마의 쓰러진 성채 돌기둥처럼 ...
소금창고 삭은 나무 기둥 옆에서 생명의 열매를 달고 있는 작은 나무가 빨갛게 완강합니다.
멀리 습지생태관이 그 옛날 록허드슨, 엘리자벹 테일러, 제임스 딘 주연 영화 '자이안트'에서 본 텍사스 황야의 먼지 속 건물처럼 뿌옇습니다.
창고에 무엇이 들었길래 저렇게 꽁꽁 잠을쇠를 잠갔을까? 지나간 역사가 정지된 시간 속에 묶여 있네요.
소금이 강처럼 흘러 과거로 돌아가는 곳.
폐기된 수차의 물레 몇 대가 소금창고에 기대어 생각에 잠겨 있었고...
역사의 뒤안길을 가는 염전 몇 개 샘풀로 남아 있는 곳... 소래...
동키호테가 저렇게 예쁜 풍차를 보았으면 창을 꼬나들고 달려갔을까?
9.15 유엔군 인천상륙작전시, 피난 가서 신세졌던 개건너 어떤 노인장댁에 초등학교 2학년 때인가, 아버지 따라 문안 인사 가다가 보았던, 염전의 수차. 그때 아버지 손잡고 처음 올라가 보았던 저 수차... 아무리 밟아도 끄떡 않고 서 있던 저 괴물...
소래습지생태관에서는 인천의 옛날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난간도 없던 수인선 협궤철도 소래 철교
소래포구 옆 철도 길에 장이 섰었나 봅니다. 양산한약방 간판도 정겹고...
인천에서 서울로 가던 배
오래 전 소래포구 전경
갯벌생태계와 철새 조류
인증셭 3...
갯벌생태체험장
위성류 나무
자꾸만 트로이의 목마 생각이 나게 하는 건물, 생태관
인천의 그리움...갯벌과 갯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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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쓴 듯한 막걸리...커피...입간판... 옛 소래가는 골목 풍경
칠천원짜리 청어, 꽁치구이 백반...푸짐했던 점심.
막걸리 몇 잔에 가슴은 넉넉해지고...
노점 땅바닥에 앉아서 먹는 회맛이 더 좋다는 사람들...
소래 철교는 여전히 거기 남아 있었고...
잘 안팔리는지, 섹스폰 불던 그 남자, 목소리 걸게 한 마디 합니다. 아, 엿들 좀 먹어라.
만원에 갈치 다섯마리 사들고, 오래된 그리움의 소래포구 떠나는 발길...
- 소래습지 염전길 가다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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