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그 여름밤
푸른 별들의 잔해 속 그녀의 모습을
붉은 노을로 한 아름 안아다가
봉선화 잎으로 싸놓았던 손톱
그 아린 속살에서
신기루처럼 솟아난 희디흰 반달
아직 발그레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첫눈이 내린다
그렇게 이루어진다 했던 첫사랑은
엄니 말씀처럼 해마다 아련하지만 새롭다.
〈경북방송/김조민이 만난 오늘의 시〉2023.11.21.
첫눈, 그 해 겨울에 내리는 초설을 첫눈이라 했다. 우린 한때 거리의 가로수가 나목에 될 무렵부터 첫눈을 그렇게 고대했는지 모르겠다. 대부분 이성과의 기약 때문이었을 것이다.
첫눈과 이성과 기다림과 그 행운의 기대는, 엄니가 첫눈이 내리는 날까지 손톱에 물 드린 봉선화 꽃물이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지금은 손톱에 물들었던 붉은 부적의 힘도 잃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때의 그리움만은 아직 아른 한 노을빛에 묻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