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든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정말 고마운 것이다
-조용한 일 / 김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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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 복음(루카1,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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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의 계획 안에 있는 마리아의 모성은
주님 탄생의 예고에 믿음으로 동의하시고 십자가 밑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간직하셨던 그 동의에서부터
모든 뽑힌 이들의 영원한 완성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지속된다.
실제로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님께서는 이 구원 임무를 그치지 않고 계속하시어
당신의 수많은 전구로 우리에게 영원한 구원의 은혜를 얻어 주신다....... 그 때문에 복되신 동정녀께서는
교회 안에서 변호자, 원조자, 협조자, 중개자라는 칭호로 불리신다.” - 가톨릭교회교리서 969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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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일곱시, 산책을 하기 위해 찾은 법흥사에 범종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범종각으로 가니 가사장삼을 입은 스님이 정성을 다해 종을 울리고 ,
그 소리는 구봉대산을 넘고 있었다.
그 앞에 앉아 울림을 듣다보니 종을 울리던 스님은 극락전으로 향하기에
극락전 앞에서 스님의 예불 소리를 듣다 적멸보궁까지 걸어올라갔다.
그 곳 적멸보궁에도 예불을 마치신 스님이 묵상중이신지 환하게 불이켜진 암자에 고요함만이 묻어났다.
세상을 향한 기도가 머무는 곳,
세상과 떨어져 있어도 세상 속에 있는 곳,
수행자의 기도가 더 절실한 세상이 되었으니
잠시 곁에 앉아 예불소리에 마음을 담는다.
지난 토요일 문막 출신 할머니 수녀님을 배론성지에서 뵙고는
배론에 있는 봉쇄 수녀원의 수녀님을 방문하신 이야기를 한참동안 들었다.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은 힘이된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 마리아의 방문이 엘리사벳에게 힘이 되었듯,
마리아 역시 엘리사벳을 통해 위로를 얻는다.
말하지 않아도.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