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연(率然)
갑작스러운 모양 또는 당황하는 모양으로, 솔연이란 상산(常山)에 사는 뱀의 이름으로서, 단결과 끈질김의 상징을 일컫는 말이다.
率 : 거느릴 솔(玄/6)
然 : 그럴 연(灬/8)
善用兵者, 譬如率然.
용병을 잘 하는 사람은 솔연(率然) 같다.
솔연이란 무엇인가. ‘손자병법’을 쓴 손무의 풀이를 보자. “솔연이란 상산(常山)에 사는 뱀의 이름이다. 그 머리를 때리면 꼬리가 달려들고, 꼬리를 때리면 머리가 달려든다. 몸통을 때리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달려든다(率然者 常山之蛇也 擊其首則尾至 擊其尾則首至 擊其中則首尾俱至).”
손자는 이것을 집단행동의 모범이라고 찬양했다. 적에 대한 단결과 결연한 의지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장수는 군대를, 최고지도자는 국민을 솔연처럼 만들어야 승리한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흔히 바위를 단단함, 단합의 대명사로 들곤 한다. ‘바위처럼 굳건하게 단결해’ 운운하면서 말이다. 분명 바위와 같은 단결은 굳셀지 모르나 경직된 이미지가 있다. 옥쇄만 강요하는 군대도 있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바위는 어딘가 한 군데 금이 가고 갈라지면 덩어리 전체가 쪼개진다. 바위는 강하지만 약한 측면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에선 오히려 유약, 곧 부드러움이야말로 강력함의 상징이라고 본다.
“천하에서 지극히 부드럽고 약한 게 천하에서 가장 단단한 것을 부리고 있다(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는 ‘노자’의 말이 잘 보여준다.
여기서 솔연의 특성에 눈길이 간다. 아무리 쳐내고 잘라도 살아 움직이고, 삶아도 구워도 먹을 수 없는 끈질긴 저항력과 진취성이 바로 솔연인 것이다.
조직론에서 볼 때 개개인의 힘이 모여 구성되는 전체의 강력한 힘, 그것이 ‘솔연’이라고 하겠다.
집단의 단결력을 보여주면서 개개인의 특성을 잘 살린 화합의 힘을 우리 공동체가 지닌다면 솔연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바위의 단단함보다 뱀의 끈질김을 배우라는 경책이다.
21세기 초엽 우리나라에 거센 외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강국의 파워게임 강풍이다. 물론 우리가 구한말 한반도일 수는 없다.
하지만 허리 잘린 분단민족의 어려움이 있다. 국민 단합으로 이 시련과 위기를 극복해 평화통일된 한민족의 세기를 건설해야 하겠다. 민족대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있다.
▶️ 率(거느릴 솔, 비율 률/율, 우두머리 수)은 ❶상형문자로 卛(솔)은 고자(古字), 帅(솔), 帥(솔)은 동자(同字)이다. 玄(현)은 밧줄을 여러 개를 꼬아 놓은 모양을, 十(십)은 모으는 일의 뜻으로, 率(률)은 모든 것을 뭉뚱그리다, 사람을 인도하는 일, 또 수를 집계(集計)하다, 대강, 비율 등의 뜻이 있다. ❷상형문자로 率자는 '거느리다'나 '비율', '우두머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率자는 玄(검을 현)자와 十(열 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率자의 갑골문을 보면 실타래를 그린 糸(가는 실 사)자 주위로 점이 찍혀있었다. 이것은 밧줄을 잡아당길 때 부스러기가 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率자의 본래 의미는 '동아줄'이었다. 밧줄을 잡아당기는 모습에서 '이끌다'라는 뜻이 연상됐던 것일까? 지금의 率자는 '거느리다'나 '비율'과 같은 뜻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率자가 이렇게 '거느리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糸자를 더한 繂(동아줄 률)자가 '밧줄'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참고로 率자를 '비율'이라고 할 때는 '율'이라 발음한다. 그래서 率(솔, 률/율, 수)은 고려 때 동궁(東宮)의 시위(侍衛)를 맡은 각 관청의 으뜸 벼슬로 ①거느리다 ②좇다 ③따르다 ④소탈하다 ⑤꾸밈없다 ⑥경솔(輕率)하다 ⑦가볍다 ⑧거칠다 ⑨대강(大綱), 대략(大略) 그리고 ⓐ비율(률) ⓑ제한(制限)(률) 그리고 ㉠우두머리(수) ㉡장수(將帥)(수)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거느릴 통(統), 거느릴 령(領)이다. 용례로는 거짓으로 꾸미거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음을 솔직(率直), 남보다 앞서 함을 솔선(率先), 제 밑에 거느리고 부리는 사람을 솔정(率丁), 갑작스러운 모양 또는 당황하는 모양을 솔연(率然), 자기의 집안 식구를 거느리고 가거나 데려옴을 솔가(率家), 여러 사람을 함께 거느리고 감을 솔거(率去), 몸가짐이나 언행이 까다롭지 않고 솔직함을 솔이(率易), 타고난 성질을 솔성(率性), 사람을 이끌고 거느림을 인솔(引率), 언행이 진중하지 아니하고 가벼움을 경솔(輕率), 온통 몰아서 거느림을 통솔(統率), 진실하고 솔직함을 진솔(眞率), 집안의 딸린 식구를 식솔(食率), 어떤 일이 일어날 확실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를 확률(確率), 일정한 동안에 할 수 있는 일의 비율을 능률(能率), 두 나라 화폐 간의 교환 비율을 환율(換率), 일정한 양이나 수에 대한 다른 양이나 수의 비를 비율(比率), 들인 힘에 비하여 실지로 유효하게 쓰인 분량의 비율을 효율(效率), 과세물에 대한 과세의 비율을 세율(稅率), 어떤 수가 기준이 되는 수의 몇 배가 되는가를 나타내는 수를 배율(倍率), 앞장서서 하여 모범을 보이는 것을 이르는 말을 솔선수범(率先垂範), 남보다 앞장서서 몸소 실천함을 이르는 말을 솔선궁행(率先躬行), 폭정으로 백성들에게 고통을 줌을 일컫는 말을 솔수식인(率獸食人), 바다에 이르는 땅의 끝으로 곧 온 나라의 지경 안을 일컫는 말을 솔토지빈(率土之濱),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마구 함을 이르는 말을 솔구이발(率口而發), 온 나라 안의 일반 국민을 일컫는 말을 솔토지민(率土之民), 위로는 부모님을 모시고 아래로는 아내와 자식을 거느림을 일컫는 말을 상봉하솔(上奉下率) 등에 쓰인다.
▶️ 然(그럴 연/불탈 연)은 ❶회의문자로 燃(연)은 통자(通字), 肰(연)은 동자(同字)이다. 개(犬) 고기(月=肉)를 불(火)에 구워 먹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然자는 '그러하다'나 '틀림이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然자는 犬(개 견)자와 肉(고기 육)자, 火(불 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글자의 조합으로만 본다면 이것은 개고기를 불에 굽고 있는 모습이다. 然자의 본래 의미는 '까맣게 타다'였다. 개는 가죽을 벗기지 않고 껍질째 불에 그슬려 익혀 먹는다. 그러면 껍질이 새까맣게 타게 되기 때문에 然자는 '까맣게 타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그러하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火자를 더한 燃(그을릴 연)자가 '그을리다'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然(연)은 ①그러하다, 틀림이 없다 ②그러하게 하다 ③명백하다, 분명하다 ④그러하다고 하다 ⑤~이다 ⑥듯하다 ⑦허락하다, 동의하다 ⑧불타다, 불태우다 ⑨밝다 ⑩그런데, 드디어 ⑪그러하면, 그리하여 ⑫그렇다면, 그러면 ⑬그러고 나서, 연후(然後)에 ⑭그러나, 그렇지만 ⑮그런데도, 그렇기는 하지만 ⑯상태를 나타내는 접미사(接尾辭) ⑰원숭이의 일종(一種)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저절로 그렇게 되는 모양을 자연(自然), 도리상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당연(當然), 뜻밖에 저절로 되는 일을 우연(偶然), 겉 모양이 장엄하고 엄숙한 모양을 엄연(儼然), 알고 보니 정말이나 정말로를 과연(果然), 아득하여 분명하지 않은 모양을 막연(漠然),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를 천연(天然), 마음이 환하게 풀림을 석연(釋然), 침착하고 여유가 있음을 유연(悠然), 어떤 목적이 없이 되는대로 하는 태도가 있음을 만연(漫然), 그윽하고 멀어서 눈에 아물아물 함을 묘연(杳然), 갑작스러움을 돌연(突然), 확실히 단정할 만하게를 단연(斷然), 넓고 텅 빈 모양을 확연(廓然), 아주 정확한 꼴을 확연(確然), 그리 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음을 필연(必然), 고요하고 엄숙함을 숙연(肅然), 아직 정하여지지 아니함을 미연(未然), 도의에 근거를 두고 굽히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바르고 큰 마음 또는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넓고 큰 정기 또는 공명정대하여 조금도 부끄럼 없는 용기를 일컫는 말을 호연지기(浩然之氣), 마음에 충동을 받아도 동요하지 않고 천연스러운 것을 이르는 말을 태연자약(泰然自若), 제 정신을 잃고 어리둥절한 모양을 이르는 말을 망연자실(茫然自失), 속세에 속박됨이 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마음 편히 지냄을 이르는 말을 유연자적(悠然自適), 인공을 가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지를 일컫는 말을 무위자연(無爲自然), 큰 소리로 껄걸 웃음을 일컫는 말을 홍연대소(哄然大笑), 옛 모양 그대로임을 일컫는 말을 구태의연(舊態依然),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임을 일컫는 말을 고금동연(古今同然), 당연한 일을 일컫는 말을 당연지사(當然之事), 천지가 탁 트여 아무런 장해도 될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건곤통연(乾坤洞然), 사람들의 행동이나 의지 따위가 조금도 차이가 없이 한 덩어리가 됨을 이르는 말을 혼연일체(渾然一體), 사람이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심성이란 뜻으로 지극히 착하고 조금도 사리사욕이 없는 천부 자연의 심성을 일컫는 말을 본연지성(本然之性), 한 번 보고도 분명히 안다는 뜻으로 잠깐 보고도 환하게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일목요연(一目瞭然), 아주 끔직한 일을 당하거나 볼 때 두려워 몸이나 털이 곤두선다는 말을 모골송연(毛骨悚然), 초자연적으로 환경에 맞는 것은 있게 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없어짐을 일컫는 말을 자연도태(自然淘汰), 사람은 있는 곳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니 그 환경을 서로 바꾸면 누구나 다 똑같아진다는 말을 역지개연(易地皆然), 저녁 빛이 짙어 어둑어둑함을 일컫는 말을 모색창연(暮色蒼然), 차별 없이 서로 합치함을 일컫는 말을 혼연일치(渾然一致), 일의 되어 가는 형세가 본래 그러함을 일컫는 말을 사세고연(事勢固然), 막연하여 알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막연부지(漠然不知), 의논이나 언설이 사리에 잘 통하고 정연한 모양을 일컫는 말을 이로정연(理路整然),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쓸쓸함을 일컫는 말을 만목소연(滿目蕭然),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 당연함을 일컫는 말을 의리당연(義理當然), 우연한 일을 일컫는 말을 우연지사(偶然之事), 아주 조용하여 움직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적연부동(寂然不動), 천금과 같이 중한 허락을 일컫는 말을 천금연낙(千金然諾), 모르던 것을 문득 깨달음을 이르는 말을 번연개오(幡然開悟), 마음이 활짝 열리듯이 크게 깨달음을 얻는 일을 이르는 말을 활연대오(豁然大悟), 얼음이 녹듯이 마음에 한 점의 의심도 남기지 않고 의혹이나 미혹이 풀림을 일컫는 말을 환연빙석(渙然氷釋), 과오를 저지른 후에 능히 고침 즉 한 번 잘못을 저지른 연후에 잘못을 참회함으로써 선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과연후능개(過然後能改), 아직 그렇게 되기 전을 일컫는 말을 미연지전(未然之前), 예의란 나쁜 일을 미리 방지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예금미연(禮禁未然), 자연히 갖추어져 있는 덕을 일컫는 말을 천연지덕(天然之德), 태연자약 하여 아무 생각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태연무심(泰然無心), 오래 되어 옛날의 풍치가 저절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고색창연(古色蒼然), 세상이 시끄러워 사람의 마음이 안정을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물정소연(物情騷然), 그렇지 않은 바가 아님을 일컫는 말을 미상불연(未嘗不然), 조용하고 적적하여 아무 소문도 없음을 일컫는 말을 적연무문(寂然無聞), 흥미를 잃어 가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흥미삭연(興味索然), 잠자코 대답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묵연부답(默然不答), 환하게 통하여 이치를 깨달음을 이르는 말을 활연관통(豁然貫通), 사세가 그렇지가 아니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세소고연(勢所固然), 어찌 그러치 않으랴 또는 마땅히 그러할 것이다란 뜻으로 하는 말을 안득불연(安得不然),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런 대로 묵인한다는 말을 의수당연(依數當然), 이치가 본디 그러함을 일컫는 말을 이소고연(理所固然), 이치가 응당 그러하여야 할 일을 일컫는 말을 이소당연(理所當然), 이미 그렇게 된 일을 일컫는 말을 이연지사(已然之事), 옛 모양 그대로임을 일컫는 말을 고태의연(古態依然), 거울을 보는 듯 앞의 일이 환하게 밝음을 일컫는 말을 전감소연(前鑑昭然), 뜻밖의 일에 얼굴빛이 변할 정도로 크게 놀람을 일컫는 말을 아연실색(啞然失色), 한숨을 쉬며 크게 탄식함을 일컫는 말을 위연탄식(喟然歎息)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