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받는 패럴림픽 중계를 보는 불편한 시선올림픽과 비교 턱없이 낮은 중계 노출, 해결방안 있어
우선 국제대회 중계방송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 필요
파리시내 콩코드 광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 패럴림픽 개회식 모습. 전광판에 한국 선수단의 입장 모습이 비쳐지고 있다. ©이현옥
패럴림픽이 끝나면 올림픽과 비교해 중계방송을 잘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번 ‘2024년 파리 패럴림픽(8.28~9.8) 중계방송은 실제로 지구 반대편 파리에서 열리다 보니 우리보다 7시간이나 늦은 시차 문제도 있었지만, 앞서 열린 올림픽에서 양궁, 펜싱, 탁구, 심지어 여자 복싱까지 핫한 경기와 선수들이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아서 상대적으로 패럴림픽이 더욱 눈에 더욱 띄지 않았다.
요즘 스포츠경기는 TV중계에서 인터넷이나 OTT, 스트리밍 서비스 등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는 추세인데 패럴림픽도 그 영향을 받은 면이 있다. 스포츠 중계 노출이 인터넷 기반 매체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요한 메가이벤트, 그러니까 올림픽이나 월드컵축구 같은 경우는 큰 화면으로 봐야 제맛이 난다. 그런 이유로 주요 가전제품 회사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판촉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번에 파리 패럴림픽은 역대 대회 최초로 22개 전종목을 중계하고 중계권을 160개국에 팔아 그 수입이 이전 대회와 비교해 20%나 늘었다고 IPC가 대회 개막 전부터 홍보를 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중계도 실시간으로 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한국팀의 경기는 그렇게 많이 노출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중계권을 산 방송국이 조직위의 올림픽방송국(OBS) 중계신호를 받아서 다시 우리 실정에 맞게 편집을 해 송출을 하는데 쓸 그림 자체가 빈약했다는 하소연을 한다.
전민재(오른쪽)가 9월 5일 스타드 드 프랭스에서 열린 2024파리패럴림픽 육상 여자 100m T36 결선에 출전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중계권을 정당하게 샀는데 쓸 영상이 없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안되지만, 이는 국제종합대회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패럴림픽은 올림픽과 비교해 이벤트 수가 매우 많다. 육상경기만 해도 장애유형별로 각각 열려 메달수도 훨씬 많다.
이벤트가 가장 많은 종목이 육상과 수영이다 보니 중계카메라가 아무래도 집중을 하는데, 이번 대회에 우리나라는 육상 2명, 수영 4명이라는 소수의 선수 출전에 그쳤고 유감스럽게도 노메달이었다. 카메라 앵글 범위 밖에 있었다는 얘기이다. 그나마 육상 전민재 선수의 질주는 카메라가 주목해 경기를 유튜브에서 담아낼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우리나라가 패럴림픽 10연패라는 업적을 세운 보치아는 같은 경기장에서 동시에 많은 경기가 치러지다 보니 중계카메라가 모든 경기를 커버하지 못했다.
실제로 보치아 정호원 선수가 나오는 마지막 페어경기 결승전이 IPC 홈페이지의 메인에 뜨길래 마우스 커서를 올려놓고 새벽에 자다 일어나서 클릭을 했지만, 정작 중계는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기였다. 혹시 잘못 알고 있나 하고 링크를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경기 마지막날 페어 결승전 중계를 알리는 IPC의 유투브 화면, 우리나라 정호원을 노출시켰으나 정작 다른나라 선수의 경기가 중계됐다. ©이현옥
중계카메라는 프랑스와 시차가 없는 유럽국가나 장애인스포츠 강국인 북아메리카의 경기에 집중되어 있었고, 이번 파리 패럴림픽에서 종합우승을 한 중국은 워낙 메달 결정전에 많이 올라가는 아시아권 예외국이다 보니 카메라 노출이 많아 우리나라도 중국과 맞붙은 경기는 상대적으로 방송 노출이 많았다.
프랑스는 개최국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계방송에 많이 노출됐고 성적도 좋았다. 대회 유치와 개최에 있어서 많은 공로를 세우니 개최국이 중계나 성적에 홈어드밴티지가 있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실제로 프랑스는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보치아에서 금메달을 땄고, 6인제 시각장애 축구에서 패럴림픽 3연패를 한 숙적 브라질을 꺾고 결승에 오른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파리가 들썩였다.
프랑스는 이번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19개를 따며 종합 8위에 올랐다.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11개를 따 14위에 오른 것과 비교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장애인스포츠 강국들이 패럴림픽에서 성적도 우위에 있다 보니 중계카메라와 편성이 이들에게 집중되는 양상인 것이다. 이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우리나라의 경기 노출이 적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해결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콩코드 광장애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의 개회식 모습. 관중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프랑스 대표팀의 입장에 열광하고 있다. 이들이 들어설 때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 탑에는 프랑스 국기가 비춰졌다.개최국 프랑스는 이번 패럴림픽에서 가장 많은 시간 동안 중계방송에 노출 됐다. ©이현옥
경기연맹과 자국 후원사 그리고 중계권을 가진 방송국이 같이 노력하면 중계 노출 시간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중계스케쥴과 타임테이블은 올림픽과 패럴림픽 주관 방송국인 OBS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자진 국제경기연맹과 사전에 협의를 한다. 즉, 경기운영 권한을 가진 국제연맹에 꼭 필요한 경기중계를 확인하고 카메라 배치와 편성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연맹들이 국제연맹과 사전협상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때로는 강력한 어필도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방송국의 사전중계요청 조정능력이다. OBS는 중계권을 산 방송사의 의견을 사전에 묻고 꼭 필요한 경기중계 리스트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패럴림픽에 경험 있는 코디네이터 PD가 적극적으로 스케쥴 배정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방송국이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실무부서와 담당자는 올림픽을 마치고 한숨 돌린 후에 패럴림픽을 준비한다. 이미 패럴림픽 중계스케쥴은 세팅이 끝나 버린 상황이니 마트에서 신선식품은 다 팔리고 인기 없는 제품만 남는 꼴이라고 봐야겠다. 이 부분은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올림픽의 서브로 패럴림픽을 준비하는 미디어의 근본적인 개선이 함께 있어야 될 문제이다. 조직의 뒷받침 없이 담당자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감당하기에는 패럴림픽이 이제 너무 큰 무대가 되었다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 7월 12일 오후 2시 ‘패럴림픽대회 중계 확대를 위한 미디어 정책세미나’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최근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논의가 국회서 이루어지고 있다. ‘보편적시청권’이란 비인기 스포츠경기나 행사를 국민들이 방송을 통해 시청할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국회에서 입법 준비가 되고 있다.
일례로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중계시간을 비교해 보면 올림픽의 경우 생방송 건수는 257건이고 방송시간은 48,165분(약 802시간)이었으며 녹화방송은 방송건수 31건, 방송시간은 1,785분(약 29시간)으로 총 831시간이었다. 반면 패럴림픽은 생방송건수 27건, 방송시간은 2,435분(약 40시간)이었고 녹화방송의 경우 17건에 방송시간은 1,215분(약 20시간)으로 생방송과 녹화방송을 다 합쳐도 60시간에 불과해 올림픽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번 파리 패럴림픽의 지상파 중계시간 역시 예년 대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지상파 3사의 파리 패럴림픽 중계방송 자료를 살펴보면 MBC와 SBS는 일일 중계방송 시간이 대부분 100분을 넘지 않았고, KBS는 인터넷 등을 통해 주요 경기를 생중계했지만, 지상파 중계방송 시간은 많지 않았다.
패럴림픽 중계방송이 적은 이유는 지상파 3사가 패럴림픽을 중계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올림픽, 월드컵 등의 국제대회는 방송법에 따라 ‘국민적 관심대회’로 지정돼 방송사업자가 중계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패럴림픽 등 장애인 국제대회는 국민적 관심대회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장애인스포츠 시청권 보장을 위한 3법인 ‘스포츠 기본법’, ‘스포츠산업 진흥법’,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이다.
장애인스포츠시청권 보장을 위한 이 3개의 법률안은 스포츠 기본법에 장애인스포츠가 방송편성에 있어 차별받지 않도록 국가·지자체의 시책 마련 의무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면 패럴림픽을 통해 장애에 대한 선입견이 나아지고 사회 포용성이 확장될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법 개정 이전에 들여다봐야 할 문제가 있다. ‘기본법 준수를 위한 의무 편성을 지금처럼 한낮이나 심야시간대에 한다면 과연 국민들이 경기를 보는데 도움이 되겠는가? 기본적인 인식개선과 실무적인 접근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편적시청권 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여자월드컵은 방송에서 의무 편성을 하지만 시청률은 패럴림픽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에 따르면 2023 FIFA여자월드컵의 방송3사 전국 평균 시청률은 2.183%이었지만, 2018 평창 패럴림픽이 치러진 총 10일 동안 패럴림픽에 대한 KBS의 전국가구 평균 시청률은 3.871%로 조사되었다. 단순한 경제 논리 및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국민적 관심’이라는 기준보다는 장애인 보편적 시청권 확보 및 장애인 인식개선 효과로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반면에 SNS나 OTT 기반의 시청자 채널 선택권이 다양해진 최근의 추세를 볼 때 TV중계만이 최선인가에 대한 본질적 고민도 필요하다.
IPC는 틱톡과 협력해 패럴림픽 기간 동안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IPC
IPC 발표에 따르면 파리 패럴림픽 기간 동안 틱톡 라이브 영상을 시청한 시청자들이 IPC의 글로벌 장애인스포츠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미화 50만 달러(한화 6억7000)의 후원금을 보냈다고 한다.
IPC는 틱톡과 협력해 패럴림픽 기간 동안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최고의 스포츠 장면 클립을 포함한 여러 개의 짧은 영상을 제작해 총 1억 2,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와 600만 회의 참여를 기록했으며 이를 전 세계 약 1억 2,000만 명의 시청자들이 시청했다고 발표했다.
황금시간대에 장애인스포츠가 중계되고 있어도 시청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큰 의미가 없다.
장애인스포츠시청권 보장을 위한 3법은 적용 대상이 방송직군의 전문가 그룹이다. 이들이 법 적용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고 방송을 제작하고 송출할 수 있는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시청자의 자연스러운 유입을 위해 장애인스포츠만의 강점을 담은 콘텐츠를 어떻게 발굴하고 또 볼만하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겨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