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번에 관하여
오 탁 번
갓 제대하고 복학한 어느 학생이
학교 앞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시건방지게 떠드는
옆자리 학생에게 말했다
"야, 너 며탁번이야? 위 아래도 업서?"
쓴 소주에 빨갛게 취한 학생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흥 나보고 몇 학번이냐고 물었것다?'
술잔을 단번에 비우고 소리쳤다
"나? 오탁번이다! 어쩔래?"
몇학번이냐고 따진 학생도
잠깐 생각에 잠겼다
'몇학번? 며탁번? 오탁번?'
으하하하
학생들이 배꼽을 잡았다
"내 학번은 오탁번이다, 왜?"
학생들의 뜨거운 손가락이 묻은
이 빠진 술 잔들이
멋도 모르고 어지럽게 돌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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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버스데이 / 오탁번
시골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와 서양 아저씨가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제멋대로인 버스가
한참 후에 왔다
-왔데이!
할머니가 말했다
할머니 말을 영어인 줄 알고
눈이 파란 아저씨가
오늘은 월요일이라고 대꾸했다
-먼데이!
버스를 보고 뭐냐고 묻는 줄 알고
할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버스데이!
오늘이 할머니의 생일이라고 생각한
서양 아저씨가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피 버스데이 투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