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을 읽었다. 저자는 육남매의 막내이자 두 딸의 엄마기도 하다. 구로지역에 살았는지 생신제를 지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망자의 기일에 드리는 기제사와 명절에 조상님들께 올리는 차례외에 구로구 오류동에서는 망자의 첫 생일에도 생일상을 차린다고 한다. 사실 제사도 그렇지만 망자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행사다. 그렇게 제사음식과 비슷하게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여러 나물과 고기, 전 등을 비빔밥형태로 먹는 안동의 헛제사밥도 유명하다. 8
엄마는 겨울이되면 저자가 한달정도 모셨다. 연중 모시는 새언니에게 휴가도 줄 겸 효도 흉내도 낼 겸. 그런데 뒷 방에 처박히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오지않게 되었다. 심장발작으로 중환자실에서 위기를 넘기고 퇴원할 때가 되었는데 위의 5남매중 누구도 모시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 결국 요양병원으로 가게된 이유다. 요양병원은 간병비가 많이든다. 일당이 13만원이라니 30일이면 390만원이라서 장기요양이 불가능하다. 요양원은 간병사가 있기에 병원에 자주가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더 비용이 적고 더 건강한 원생들과 있으니 정신건강에도 좋다. 한달만에 요양원으로 입소했다. 13
요양원의 보호자는 주로 막내딸이 많다. 자녀중 제일 젊으며 엄마도 막내는 정이 더 갔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27 요양원원장은 방문 30분전에 입소자에게 귓속말로 알려준다고 한다. 미리 알려주면 거의 온종일을 나와 기다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혹시 못오게 되면 뒷감당이 안될 정도로 상심하기도 하고. 귓속말도 비슷하다. 다른 입소자가 알게되면 상실감으로 머리를 싸매고 눞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알게되겠지만 그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늙으면 애가 된다고 하더니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아이가 엄마를 기다리는 것과 정확하게 동일하다.
가져간 두유, 커피믹스, 요구르트, 과일, 환타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요양사가 즉시 부엌으로 가져간다. 아무 때나 간식을 줄 수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빵하나와 두유는 챙겼지만 믹스커피는 찾을 수없었다. 건강에 좋지않기에 금지되있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기에 저자는 몰래 가져온 믹스를 숨겨준다. 28 요양원은 집과 비슷하다. 그래서 아프면 요양병원에 가야 하고 퇴원하면 요양원으로 돌아간다. 물론 심해지면 종합병원에 가는데 병원간의 이동은 119구급차를 사용할 수없어 129사설응급차만이 가능하다. 선불이고 고가다. 괴산에서 청주까지 20만원정도다. 38
중환자실은 24시간중 단 10분씩 두번만 면회를 할 수있다. 맞은편 대기실에서 요나 이불도 없이 누워있었다. 새벽에 도착해서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41 환자복에는 속옷이 없다. 소변은 도뇨관을 타고 대변은 기저귀에 본다. 요양원에서도 그렇지만 용돈은 금지되있다. 잃어버리거나 시기하는 사람이 가져가면서 발생하는 후환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받게되는 용돈은 주머니도 없지만 베개속에 숨겨두고 귀속말로 알려준다.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알고 있으라고. 나도 일본에서 일할 때 방문한 친지가 만엔을 용돈으로 준 적이 있다. 사용도 할 시간이 없고 주는 용돈을 거부하지도 못하니 그래도 살아 있을 때 먼저 찾아온 사람이 임자가 되었을 것이다. 44
엄마의 고관절이 부러진 이유는 새벽에 화장실을 가는 도중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간병인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잠결에 흐린눈과 약한 다리로 걷기 시작하고 바로 쓰러져 골절을 입은 것이다. 그리고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동물이 움직이지 못하면 죽기마련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몸은 생각만큼 움직여주지 않는다. 20대후반부터 신체는 삭기시작하는데 이를 무시하면 골절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골절에서 회복되지못하면 거의 죽은 목숨이 된다. 똥오줌을 가리지못하기 때문이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50
폐렴이 가장 고통스러운 암이라고 하는데 숨쉬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숨쉬지 못하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아갈 만큼 큰 가치가 없다면 스위스의 조력사도 방법이다. 캡슐내 산소를 질소로 대체하기에 잠깐은 행복감까지 준다니 더욱 그렇다. 비용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스위스의 물가가 높고 왕복 항공권가격도 만만하지 않은데 시신운구는 더욱 그렇다. 그러면 한국에서 사업을 해도 좋을 듯한데 법규정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결국 죽는 것도 돈이 있어야 덜 고통스럽게 죽는 듯하다.
엄마는 폐렴으로 가래가 있는데 뱉어내지못해 숨이 넘어갈 듯해서 간호사를 부르니 가래흡입기를 목에 넣는다. 이는 고통스럽기에 미동도 없던 엄마가 손을 들어 호스를 막는다. 53 요양원은 3인실로 매일 단체사진은 물론 독사진을 포함하여 20여장이 올라온다. 뒷방에서 두문분출하는 것보다 노래방이나 그림 등 여러가지 활동을 하니 규모의 경제가 있는 셈이다. 필리핀 도우미가 시범사업으로 수입되기는 했지만 월 비용이 230만원으로 여성 중위소득이상이어서 경제적인 부담도 있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어렵기에 공생이 더 좋은 대안일 가능성이 크다. 55
더 큰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치료중인 병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장례식장이 없으니 미리 옮기라는 이야기도 된다. 그런데 그렇게 고생하면서 비용들이고 죽을 필요가 있을까?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상태라면 큰 병원보다 집으로 모시는 것이 좋다. 그런데 소형아파트라면 상을 치르기는 좁다는 문제가 생긴다. 결국 대가족제도에서는 자연스럽던 집에서 죽는 것이 핵가족시대에는 불가능해지고 장례식장이 있는 큰 병원에서 죽어야만 한다니 조금 우습기도 하다. 63
임종에 이르면 체인스토크스호흡을 하면서 항문이 열리면서 수시로 변을 배출한다. 그리고 숨이 멈추게 된다. 77 영양제는 끊을 수있지만 호흡기는 병원이 아니면 자연사했었을 상태를 지연시키면서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고생시킨다. 78 장기전으로 갈 것같다며 쉬고 다음날 오라던 큰언니의 단톡이 있던 날 엄마는 별세했다. 그리고 장례식자의 분위기는 아주 밝았다. 한달 심하게 앓았지만 구순을 넘긴 까닭이다. 종중에서 받은 땅은 종중에 상속하고 큰 오빠내외가 평생 일군 땅은 큰 오빠가 상속한후 남은 것은 코란도 차한대였다. 장애노인용이라 유류보조가 되는 경우였는데 폐차시점이 가까웠다. 95
우체국예금 70만원, 방바닥에 숨겨두었던 70만원, 베개속에 있던 3만원과 입던 옷가지 들도 있었다. 96 사전연명치료의향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사에서 등록할 수있다. 마지막 한달간 평생 당하는 고통과 의료비를 사용해서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 고생하는 것을 막으려면 미리 등록해야 한다. 일단 문제가 발생해서 병원에 실려가면 의사나 간호사는 생명유지를 해야 한다. 그리고 가족들도 죄책감이나 의무감때문에 산소호흡기를 떼달라고 하기 어렵다. 그나마 2018년에 법이 개정되어 모든 직계가족이 합의 하는 경우 요구하는 것은 가능해졌다. 나을 가망이 없을 때 무의미한 생명보호장치를 하지않고 심폐소생술을 거부한다는 내용이다. 103
친정어머니 다음으로 시어머니가 10개월후에 집에서 돌아가셨다. 요양원에도 가지않고 24시간 간병인을 하루10만원씩 300만원을 지급했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죽는 경우는 의사의 사망진단서가 아닌 119구급대원이 오고 경찰 과학수사대가 방문하여 시체검안서가 발급된다. 참고로 119는 무료지만 129는 일반은 기본 10키로까지 3만원 특수는 7.5만원에 추가키로와 의료인 동승여부에 따라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사망 당일에는 화장이 불가능하다. 24시간이 지나야 해서 최소한 2일장이 된다. 시어머니는 가족장으로 아무도 부르지않고 직계만 9명이 참석했고 유골함은 집으로 모셨다. 106
https://www.yes24.com/Product/Goods/86898103
프롤로그-존엄하고 아름다운 죽음을 찾아서
1부 봉황의 이름을 가진 한 여자의 마지막 2년
엄마는 내 엄마니까;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
엄마가 살아야 할 곳은 여기야; 나는 언제나 집으로 돌아가니
내가 잘 때 누가 나를 때리나 봐; 한없이 밝은 양성모음으로만
울기만 해봐요, 다신 안 보러 올 거야; 사람 머리가 까매야 예쁘지
싸리꽃 한 잎 같은 이빨 하나; 영혼의 음료, 뜨거운 믹스커피
빨간 주머니는 노란 밤벌레의 집; 터무니없이 착하기만 해; 권 안과 선생과 박카스
2부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
새벽 1시, 이상한 사설 응급차; 응급실에 퍼지는 한 서린 욕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엄마 빤스에는 주머니가 많아서
기로 풍습, 죽음을 나르는 지게; 아기 같은 엄마의 아랫도리
굿’바이, Good & Bye; ‘밴드’ 속 엄마의 꽃 같은 날들
섬망의 징후, 헛것과 싸우다; 이승에서 못다 한 말
3부 새해에 그렇게 떠날 줄은 아무도 몰랐지
작별까지 마지막 12일; 오늘은, 죽지 말아주세요
“엄마한테 졌다, 손힘이 장사 같아”; 정말 저승사자가 오나 보다
보내드릴 모든 준비가 되었는데; 장하다 김봉예, 가엾다 김봉예
꿈처럼 어여 가요, 제발; 이제 임종을 기다리지 않겠다
“다 빼주시면 안 돼요?”; 이승이여 안녕, 인사도 없이
마침내 피안으로 건너가다; 저승꽃, 마지막으로 피는 꽃
4부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었다
장례식장이 유치원처럼 명랑했다; 두 나무가 스물아홉 그루로
관도 무덤도 없이 나무 아래로; 당신이 남긴 것들
아무렇지도 않게 벚꽃이 날리던 날; ‘내 집’에서 ‘짧게’ ‘앓다’가
내 생의 마침표는 내가 찍으려 해; 불문곡직, 장례식에 아무도 부르지 마라
5부 엄마 없이, 인생찬가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어딜 가, 국수 먹고 가야지
냉이 속에 숨겨둔 신사임당; 엄마가 살던 마지막 집
단톡방 ‘김봉예의 자식들’; 절대로 저 딸에게 매달리진 않으리라; 아무에게도 엄마를 부탁하지 말아요
에필로그-죽음의 이야기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