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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기자가 이 코너에서 '병들어 가는 전북 현대…처방전은?'이라는 기사로 구단의 체계 붕괴를 보도하
자 허 대표는 전화를 걸어와 오해가 있다며 항변했다. 그의 주장을 반론권 차원에서 해당 기사에 반영해 준 뒤
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전 시작 전에 만나 그의 가슴에 있는 생각을 들었다.
허 대표의 설명은 이랬다. "구단에 와서 보니까 모든 업무가 수의계약이라 경쟁 입찰로 바꿨다. 또, 직원들 결
재 구조도 팀장-부단장-단장을 거쳐오니까 단순하게 정리하기 위해 실무 직원이나 부문장이 대표이사에게 바
로 보고 하게 바꿔 놓았다. 같은 업무를 오래 했던 경우도 있어 순환 보직 체제로 돌리다 보니 이런저런 말이
나온 것이다. 해당 직원이 휴가라도 가면 누가 공백을 메우겠느냐"라며 효율성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마케
팅 전문가라고 구단을 통해 자신을 소개했고 전무라는 높은 직위에서 부사장까지 올라왔으니 충분히 허대표
의 경영 철학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허 대표는 직원들의 업무 수준이 자신의 기준에서 많이 떨어진다며 "이제 30~40% 정도 올라왔다"라고
평가했다. 한때 현대차 계열사로 보내서 다른 일을 배우게 하고 싶었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의도야 좋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프로구단에서 성장한 직원들이 그룹 계열사로 간들 무슨 일을 하겠는가'라고 해석 가능한 말
이었다.
프로구단은 모기업과 연고지 자치단체, 각종 유관 기관과의 협력, 협업 사업이 많아 '관계 맺고', '홍보-마케팅
을 잘해서', '관중을 모으는' 능력이 '좋은 제품을 만들고' , '홍보-영업을 잘해서', '고객을 불러 모으는' 현대차의
세일즈와 결만 조금 다르지 과정은 비슷하다. 구단 업무가 효율 없는 것이라는 인식을 거두지 못한다면 프로
스포츠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략)
그러나, 옥상옥이 여기서 등장한다. 수원은 선수 영입 과정에 모기업인 제일기획을 거쳐야 한다. 이 감독이 답
답했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구단에서 낙점해도 제일기획의 검토 과정이 떨어지지 않으면 원했던 선수는
그 사이 다른 구단의 유혹에 넘어간다. 대표이사나 단장이 제일기획 관계자와 싸워서 구단의 독립성을 보여주
려는 이해, 설득 등의 노력이라도 했다면, 일선 전쟁터 지휘관인 감독이 답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수원이 감독 갈아 끼우기로 문제가 해결될 구단은 아니라는 것은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관계자라면 눈빛
으로도 이해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앞서 이임생, 박건하 전 감독도 모두 오래가지 못했다. 감독 대행과 선
수들이 똘똘 뭉쳐 극복하는 것도 구시대적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과거 숱한 사례가 증
명한다.
https://sports.donga.com/article/all/20230419/118911587/2
하지만 과거 영광을 함께 한 베테랑으로는 홍정호, 김진수, 최철순, 한교원 정도만 남았다. 그나마 일부는 B팀
경기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최근 전북 주변에선 해괴한 이야기도 들려온다. ‘30세를 넘으면 3년 이상 재계약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나이가 세대교체의 절대적 기준이라면, 1992년생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도 전북과는 다년 계약이 불
가능하다.
시장논리로만 접근하면 예전처럼 뛸 수 없는데 몸값이 높은 선수는 내치는 게 맞다. 하지만 스포츠는 감성적 영
향도 크다. 전북이 ‘절대왕조’로 성장한 배경에는 최상의 인프라와 좋은 조건 외에 베테랑에 대한 예우도 큰 몫
을 차지했고, 그렇게 쌓인 경험치는 주변이 부러워하는 ‘우승 DNA’가 됐다. 이런 배경을 배제한 채 심지어 연봉
을 보전해주면서까지 이적시키는 ‘변화’에만 몰두했다면 완전한 오판이다.
더욱이 선수 영입의 기조도 명확하지 않다. 국내선수든, 외국인선수든 가리지 않고 계획된 큰 틀에 따라 퍼즐
을 맞추려고만 하면 디테일을 놓치기 십상이다. 스카우트 시스템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
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