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수술 후 만 3년이 경과한 초겨울날, 심한 기침을 약 10여일 하고 나더니 전에 없던 부정맥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일단은 강심제(진정제)를 먹으면서 심장내과 진료를 2주 뒤에 받기로 예약해 두었습니다.
혹 유사한 증세를 겪는 분이 있다면 참고하십사 하는 뜻으로 글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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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사 주범' 부정맥, 치료기 몸속에 넣는다 (up date...200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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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명 : 체내 이식형 제세동기 시술을 받은 환자가 병원에서 제세동기의 기능을 점검받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제공
심장마비의 대부분은 부정맥이 원인이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뛰는 비정상적인 현상을 말한다. 부정맥은 심장 박동이 빠르게 뛰는 빈맥과 느리게 뛰는 서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심장마비는 대개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현상이 점차 가속되어 심장이 뛰지 않는 것처럼 악화된 상태에서 온다.
부정맥이 한 번 발생했을 때 5분 이내에 심장박동을 원상태로 돌리는 전기충격, 즉 제세동(除細動)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살아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이는 병원에 입원해 있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부정맥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들이 심장마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부정맥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치료하는 자동 제세동기(除細動器)를 아예 몸 안에 이식하는 시술이 도입돼,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체내 이식형 자동 제세동기란
지난해 여름 미국 부통령 딕 체니는 심장 발작 증세를 일으켰다. 딕 체니의 몸에는 제세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이 이뤄졌다. 체내 이식형 제세동기는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빠르게 뛰는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심장마비를 겪고 난 뒤 살아난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제세동기는 심장이 정상 박동 범위, 즉 안정시 분당 50~80회, 운동시 180회 범주를 벗어나면 자동으로 작동, 심장에 전기충격을 주어 박동을 정상으로 회복시키고 부정맥 발생을 사전에 차단한다.
◆ 시술은 어떻게 하나
제세동기는 크기가 담뱃갑보다 작은 금속박스로, 이 안에는 부정맥을 감지하는 컴퓨터 칩이 들어 있다. 이를 환자의 왼쪽 쇄골(빗장뼈) 밑의 피부 속에 넣고, 혈관을 통해 심장 박동이 시작하는 우심방에 센서를 연결한다. 심장은 우심방에서 좌심실 방향으로 전기 자극이 끊임없이 나가면서 규칙적으로 박동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 시술은 국소 마취로 하며, 시간은 2시간 정도 걸린다. 배터리 수명은 5~7년으로, 그 이후에는 기계를 다시 바꿔줘야 한다.
국내에서는 96년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팀이 처음 시술한 이후 신촌세브란스병원·고대안암병원 등에서 170여명의 환자들이 제세동기를 몸 안에 부착한 채 생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시술 받은 환자 70명 중 16명에게서 나중에 부정맥이 재발, 전기충격을 경험했다. 이들은 체내 제세동기가 없었다면 죽음의 문턱으로 빠졌을 뻔했던 경우로, 제세동기가 생명을 구한 것이다.
제세동기가 부정맥 발생 우려 환자들에게 확실한 생명보험인데도 국내 시술 건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유는 시술 비용이 2000만~2500만원으로 고가인 데다 건강보험 혜택마저 못 받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7만여명이 의료보험으로 이 시술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제세동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와 그 가족들은 정부에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 누가 시술 대상인가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의 심장병을 앓은 환자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다가 어지러움과 함께 쓰러진다면, 이는 대부분 심실이 갑자기 빨리 뛰는 심실성 빈맥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많다. 이런 현상은 심장병이 회복되는 단계에서도 과다한 스트레스 등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들은 심장 돌연사의 위험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부정맥으로 실신한 경력이 있으나 약물치료 효과가 없는 경우 심근경색증 환자로, 정밀검사상 부정맥이 출현하나 약물치료 효과가 적은 경우 가족력상 돌연사 위험이 매우 높은 부정맥이 관찰될 때 등에서 이 시술이 필요하다. 국내에 이 같은 대상은 매년 500~1000명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도움말: 김유호·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성순·신촌세브란스병원 심혈관센터 교수, 김영훈·고대안암병원 심장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