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마지막 곡 “두사람의 척탄병”의 전주가 울립니다. 장엄합니다.
그 악보를 처음 보았을 때, 우리에겐 좀 버겁다는 생각을 했지요.
휴리릭 슟 흐릭딱탁 하는 독일말이 혀에 붙지 않고 따로 놉니다.
가사에 따라 템포를 조절해야 맛이 나는데 독창이라면 몰라도 네 사람이 한 사람처럼
템포를 통일하기도 쉽지 않고……
그러자 한 친구가 우겼습니다. 해보고 안되면 몰라도 처음부터 포기하진 말자고.
독창곡이던 것을 편곡자 이애영님이 4부로 만들어주셨고,
친구중 하나가 우리말로 번역해서 그걸 피날레로 정했습니다.
우리 조상이 물려주신 영광의 조국 영원히 빛나리로다.
가자, 싸우자, 이기리라.
아름다운 이 땅에 자유 평화 영광 조국에 바치리라.
마지막 코다(coda)에서는 우리의 남은 힘들을 모두 쏟아 붓자고 약속했습니다.
음색이 좀 독특해서 가끔 잘 튀는 친구가 걱정스레 묻습니다.
“그러다 내가 또 튀면 어떡해?"
“걱정마. 거기서는 화음이니 균형이니 그런 사치 버리고 혼을 바치자. 힘껏 노래하자.”
그렇게 약속 했습니다.
과연 음악은 시간 예술입니다.
시간이 갔으므로 피날레는 어김없이 옵니다.
톱 테너의 맑고 깨끗한 A음이 천정을 찌릅니다.
세컨테너와 바리톤이 제자리를 잘 찾아 들었습니다.
그런데 베이스가 들리지 않습니다.
항상 깊고 굵은 목소리로 낮은 데서 부드럽게 받쳐주는 베이스가 사라졌습니다.
놀라 그를 쳐다봤습니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꿀꺽, 눈물을 삼키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에게서 들었습니다. 침묵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것은 이제까지 들어본 어떤 소리보다 더 뜨겁습니다.
그 뜨거운 덩어리는 지금 내 가슴속에서 여운을 노래합니다.
첫댓글 그걸 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