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기에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오다니 정말 감동입니다.
저는 주위사람이 놀랄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도 아닙니다. 어쩌면 저의 합격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놀랄 수도 있겠지요.
지극히 평범한 저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번째,자기에게 적합한 공부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저는 4수만에 붙었습니다. 솔직히 4학년때와 재수시절에는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몰라서 우왕좌왕한채로 시험을 보러갔습니다. 선배들의 합격수기를 보며 그 스케쥴을 그대로 따라했지만,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죠. 3수때는 저에게 적합한 공부방법을 찾아서 그 방식대로 공부해나갔습니다. 혼자 공부하면 쉽게 나태해지기 때문에, 스터디와 도서관, 학원에 가는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였습니다.
두번째,자기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라.
기출문제, 모의고사를 분석해서 제가 주로 어떤 문제를 자주 틀리는지, 어느부분이 약한지 분석해서 보충하려고 애썼습니다. 저는 문법과 한시 파트는 고질적으로 틀리는 버릇이 있어서 그 부분을 채우려고 애썼습니다. 한시는 민병수쌤 책을 두어권정도 읽었고, 학부때 자료들을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그리고 쌤 한시수업도 들어가면서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세번째, 적절한 자신감을 가져라
재수할때는 자신감이 떨어지니 공부효율도 오르지 않고, 불면증도 오고, 정신과 육체가 피폐해지는 한해를 보냈습니다. 그리고나서 깨달은 것이 열심히하되 공부를 즐거워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매일매일 노트에 '1000명중 한명을 뽑아도 내가 된다'라고 써가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습니다.
-1차준비-
1.사서
논어, 맹자는 하루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논어는 띄어쓰기를 붙여서 따로 프린트해서 공부했습니다. 몇번이고 읽어보고, 생각해보는 과정을 되풀이하되 해석본에 의지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생각해서 한계에 부딪치면 스터디원들과 함께 얘기해보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같은 텍스트라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맹자 역시 따로 프린트를 했습니다. 쌤 말씀대로 한 章이 끝날때 마다 맹자가 말하고자 한 중심 내용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짧게 주제나 중심내용을 적었습니다. 대학 중용은 여름방학에 스터디원들과 함께 강독하고, 빈칸 넣기 등의 문제도 내며 공부했습니다.
2. 한문학사
연도별 인물 도표 프린트+정명수쌤 한문학사+이가원 한국한문학사
초수, 재수시절에 새문사 한문학사 책과 조동일 한국문학통사를 막연하게 읽기만 해서 개별적인 정보들만 머리에 뒤죽박죽 섞여있고, 체계가 잡혀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간략한 텍스트로부터 시작해서 외연을 넓혀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연도별 인물 프린트로 시대와 주요 문인들의 생몰연대를 익히고, 한문학사 교재로 외연을 넓히고, 이가원 한국한문학사로 자세히 들어갔습니다. 일단 간략하게 정리를 하니 마지막에는 어느것이 필요한 정보고 어느 것이 불필요한 정보인지 분별하는 안목이 생기더군요. 어느정도 공부가 되었다고 여긴 후로는 반복할 뿐더 깊게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3. 중국문장, 한국문장
중국문장은 60여편 정도를 골라봤습니다. 주로 한유, 유종원등의 논변류 문장들을 자주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점점 재밌어지더군요.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었습니다. 띄어쓰기를 다 붙여서 띄어읽기를 하고, 문단나누기를 하며 읽었습니다. 한문 독해실력이 늘 수 있는 가장 좋은 텍스트인거 같아요. 저에게는 하루 공부중 중국문장 보는 시간이 가장 기대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읽고나서는 노트 반쪽 분량으로 키워드를 생각하면서 꼭 글쓰기를 해보았습니다. 글쓰기를 못하는 날에는 개요를 꼭 짜보았습니다. 2차공부와 1차공부는 따로 진행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글쓰기 노트를 따로 만들어서 꾸준히 글을 써보았습니다.
한국문장또한 하루에 한편씩은 보았는데 중국문장에 비해 시간을 덜 할애 했습니다. 주로 서발류와 논변류,그리고 조선후기 문장들을 중점적으로 보았습니다.
4. 한시
저는 한시를 못합니다. 못하니까 싫어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스터디를 활용해서 스터디원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외우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5. 7차교육과정 교과서 지문
7차교육과정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들은 한번씩 훑어봤습니다. 고사성어, 속담, 산문, 한시 등 당연히 다 알거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인데 가끔 '아 이런것이 있구나' 하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3차 수업실연은 교과서에서 지문이 출제될 확률이 높으니 봐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6. 기출문제
기출문제 또한 논어 맹자와 함께 제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입니다. 더이상 크게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기출문제 안에 이미 답이 있다고 굳게 믿고 꾸준히 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저번에 볼때는 놓쳤던, 혹은 알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보면 보이고, 약술문제 같은 것은 더 멋진 답안이 나오기도 합니다. 단순히 답을 맞춰보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왜 이런문제가 나왔을까? 생각하면서 출제자의 입장이 되어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7. 한문소설
한문소설사는 따로 요약해서 프린트 몇장분량으로 정리해서 보았습니다. 한문학사를 하면서 크게 소설사를 익히고, 시대와 작가에 유념하며 개별소설들의 경향과 주제를 파악했습니다. 원문으로 본것은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주생전 정도였고, 다른 작품들은 줄거리정도는 봐두었습니다. 차용주 책도 참고로 보았고. 박희병<한국한문소설 교합구해> 각 작품뒤에 해설또한 꼼꼼이 보았습니다.
+독서!
작년에 시험보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에대한 부담이 있었습니다. '지겹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죠. 쌤이 추천하신 추천도서는 거의 읽은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머리도 식힐겸 짬짬이 읽었습니다. 그리고 매력적인 어휘들은 노트에 필기해두었습니다. 나중에 논술할때 쓰면 좋을 것 같아서요.
-2차시험-
1차와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처음부터 2차를 염두하고 공부했습니다. 맹자 요점정리, 논변류문장으로 개요짜기, 요약하기,글써보기 등등. 특히 시능궁인변과 붕당론 같이 여러 문인들이 관점을 달리해서 쓴 글들은 비교서술이 가능기 때문에 글쓰기 연습하는데 좋은 재료들인 것 같습니다. 글을 써보면 반드시 스터디원들과 바꿔서 보고 서로 첨삭해보고 다시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여러번 고쳐보는 과정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무서운 깊이 없이 아름다운 표면은 존재하지 않는다."-니체-
쌤이 문장강독목록표에 써놓으셨던 글귀입니다. 이 글귀가 어찌나 저의 마음에 와닿았는지 공부할때 마다 보면서 힘이 났습니다.
다른 분들이 제가 초수, 재수시절에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서 열심히 하신다면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시한번 만년꼴찌였던 저에게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해주신 정명수쌤께 감사하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첫댓글 매력적인 어휘들을 필기하고 논술을 대비했다는 말이 가장 와 닿네요. 니체 말은 다시 봐도 명언이구요. 립서비스도 훌륭하시고^^ 즐겁게 공부를 했듯이 사회생활도 즐겁게 이어가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