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불법체류자들에게 신분증을 위조해 주는 조선족 위조단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동안 경찰에 단속된 불법체류자 위조신분증은 중국에서 제작된 뒤 브로커를 통해 국내로 반입되거나 불법체류자가 중국에서 위조된 것을 직접 소지하고 입국한 경우가 전부였다.
29일 공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강모(39.조선족.서울 구로구)씨 등 조선족 3명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불법체류중인 조선족, 한족 100여명에게 주민 등록증과 외국인등록증, 운전면허증을 위조해 주고 건당 100만~300만원을 받아왔다.
2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는 강씨는 지난해까지 중국에서 위조된 신분증을 국내로 들여오는 브로커 역할을 해 오다 카드인쇄기, 스캐너, 홀로그램접착제 등을 중국으 로부터 들여와 지난 3월 다른 조선족 2명과 함께 손수 위조에 나섰다.
강씨가 공급하는 신분증이 중국에서 제작된 것보다 100여만원 싼 데다 위조에 단 며칠밖에 소요되지 않아 많은 불법체류자들이 강씨를 통해 신분증을 위조해온 것 으로 밝혀졌다.
강씨는 한국 말이 유창한 조선족의 경우 내국인 행세가 가능한 주민등록증을 선 호해 장당 300만원에 주민증을 위조해줬으며 중국 한족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외 국인등록증 제작에는 100만원씩을 받아 왔다.
강씨는 특히 실제 국내에 거주하는 내국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인적사항을 알아 내 사진과 지문만 다른 실존 한국인의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서울 신림동 강씨의 오피스텔에서 내국인의 주민등록번호와 인적사항이 담긴 디스켓을 발견하고 강씨를 상대로 디스켓 입수 경위를 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의 경우 중국에서 대학교육까지 받은 고학력자로 치밀함과 명석함을 요하는 신분증 위조를 해낼 수 있었다"며 "강씨 외에 다른 조선족 위조단 이 국내에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지만 또 다른 조직이 잠있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