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더 팬
베이비 루스가 병석에 누워 잇는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예고 홈런을 때렸다
면, 웨슬리 스나입스는 아들을 유괴한 로버트 드 니로의 협박에 못 이겨 홈런을 날린
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어야 할 폭우 치는 어느 날,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그는
외야 깊숙한 안타를날리고, 그라운드 홈런을 위해 고통스럽게 질주하기 시작한다.
야구 역사상 가장 음울하고 비극적이었던 그라운드의 추억.
32. 챔피언
김득구는 14라운드 전까지 ‘한국 복서들의 무덤’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선정하고 있는
복서였다.
도박사들 대부분이 압도적으로 레이 붐붐 맨시니의 우세를 점쳤지만 그는 6분만 더
버티면 홍수환 신화에 버금갈 기적을 만들 수 있었다. 비록 비극으로 종료되었지만,
그가 39분 19초 동안 링 위에서 보여준 테크닉과 투지는 분명 챔피언다운 것이었다.
33. 오버 더 톱
실베스터 스탤론이 링 위에서 은퇴한 후, 또 다시 영혼의 승리를 거둘 때가 없을까
기웃 거리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팔씨름 무대다.
<람보> 시리즈와 <코브라>를 통해 근육을 키워놓은 그는, 팔씨름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전장을 낸다.
스탤론에겐 나름대로의 팔씨름 필살기가 있었으니 바로 상대방의 엄지손가락 위에 자신의 네 손가락을 한꺼번에 올려놓는 것(이 방법이 정당한 기술인지 꼼수인지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단조로운 팔씨름 승부를 박진감 있게 표현해낸 최초의 영화가 아닐까 싶다.
34. 트리플 엑스
마이클 J 폭스가 <백 투 더 퓨쳐> 시리즈에서 펼쳤던 말랑말랑한 스케이트보드 액션
은 잊어라!
익스트림 액션 영웅 비 디젤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보드 묘기를 보여준다. 스카이서핑과 스노보드에서 이미 극악무도의 난이도를 소화해낸 디젤에게 스케이트보드 액션은 너무 싱거웠을까?
그는 보드 대신 은쟁반을 타고, 저격수의 총알을 피해가며 난간을 미끄러져 내려온다.
35. 천국의 사도
차 사고로 고인이 된 워렌 비티.
그러나 어수룩한 천서의 실수임이 밝혀지면서 그는 오히려 더 큰 행운의 기회를 잡는다.
백만장자의 몸을 빌려 부활한 그는, 몸뚱아리 주인의 막대한 재산으로 평소 꿈꿔왔던
미식축구 팀을 만든다.
또한 지상에서 빌린 몸이 50살의 늙은 나이임에도, 직접 선수로 서 보기 위해 훈련까지 한다(그 나이에 미식축구를 하다가 또 골로 간게 분명한데도).
행여 살아도, 행여 죽어도, 스포츠 마니아의 관심은 스포츠와 관련된 뉴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될 바엔 아예 천국에 미식축구장 하나를 만드는게 낫지 않을까?
36. 덩크 슛
정확한 외곽 슛과 감각적인 패스 그리고 리딩 능력까지 갖춘 우디 해럴슨은 흑인이 판치는 길거리 농구계에서 꽤 희귀한 존재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덩크 슛을 좀체 하지 못한다는 점.
하이라이트인 길거리 농구 챔피언십.
화려한 기술이 넘실대는 박빙의 승부에서 우디는 감춰왔던 ‘한방’을 준비한다.
웨슬리 스나입스는 직감적으로 그에게 엘리웁 패스를 하고 우디는 훌쩍 뛰어 통렬한 덩크슛(그것도 결승 득점!)을 성공시킨다.
웨슬리와 우디 콤비는 이 영화로 그해 MTV 어워드에서 ‘최고의 듀오’ 로 뽑히기도 했다.
37. YMCA 야구단
YMCA 야구단은 비록 오합지졸의 신생팀에 불과하지만, 투지와 열의l만은 대단했다.
일본 야구팀과의 경기를 앞두고 애국애족의 사명아래 글로브와 배트를 움켜쥔 그들은, 조선 최초이자 조선 최강이란 자부감이 있었다.
일본 마운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 YMCA 야구단은 가장 막강한 히든카드 송강호를 핀치 히터로 가용한다.
다포를 휘날리며 말에서 뛰어내려 그라운드로 입상하는 송강호의 모습은, 세계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근사한 대타 기용 장면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