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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1958년생.82년 재영유통(아웃도어용품 유통업체) 창업. 2000년 레드페이스 브랜드 인수 및 재영유통과 합병해 사명을 레드페이스로 변경(대표). |
프랑스 남동쪽 알프스산맥 자락에 안시(Anncy)라는 도시가 있다. 산을 병풍삼아 호수와 운하가 있고 뾰족지붕의 성당과 집들이 있는 이곳은 프랑스의 베니스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 살로몬(SALOMON)이라는 업체가 있다. 의류 신발 배낭 등 아웃도어 등산용품과 스키 스노보드 인라인스케이트 등 겨울 스포츠 용품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업체다.
1947년 프랑세스 살로몬에 의해 설립된 살로몬은 케이블식 스키 바인딩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스키 스노보드 인라인스케이트 서핑 크로스컨트리 산악자전거 등산의류 등산화 배낭 등의 제품을 생산해 세계 160개 국가에서 판매하며 해당 제품 매출은 정상권을 달리고 있다. 앞선 기술력과 높은 품질 우수한 디자인으로 이 같은 위상을 지켜오고 있다. 이 회사는 고집스럽게 모든 제품을 자체 생산해 왔다. 외국 업체에 생산 및 판매 허가(라이선스)를 내줘 살로몬 브랜드로 생산 판매하는 것을 금기시해 왔다.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임은 물론이다.
이 회사 관계자들이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의 중소업체인 레드페이스(대표 유영선)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 레드페이스가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과 생산관리 원부자재 재무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했다. 레드페이스로부터 라이선스 제품의 생산 및 판매 요청을 받고 과연 이 회사가 살로몬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할 능력과 브랜드 관리 자질이 있는지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마치 수사관들처럼 꼼꼼하게 회사 내역을 파악한 뒤 마침내 ‘OK’ 사인을 보냈다. 살로몬의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기업에 라이선스 생산 판매를 허용한 것이다. 레드페이스가 어떤 업체이기에 살로몬은 자사의 명예가 걸린 해외 라이선스를 허락했는가.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장 맞은편에 레드페이스 본사가 있다. 이곳에는 각종 아웃도어 샘플이 걸려 있다. 등산의류 등산화 텐트 배낭 등이다. 레드페이스는 1966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암벽 등산화 전문 브랜드다. 유영선(50) 사장은 1982년 서울 연신내에 작은 점포 하나를 얻어 1인회사로 스포츠와 아웃도어 용품의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사명은 재영유통이었다. 그러다 2000년 레드페이스 브랜드를 인수했고 아예 회사명도 바꿨다.
이를 계기로 성장 가도를 질주하게 된다. 매장을 해마다 늘려 전국에 200여 개의 직매장과 대리점을 개설했다. 유 사장은 “매출이 매년 40%가량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매출은 판매점 가격 기준으로 약 500억 원에 달했다.
국산 소재 사용…철저한 품질 관리이 같은 신장세에 대해 유 사장은 “품질을 중시하고 소비자의 재구매 창출에 초점을 맞춘 전략 덕분”이라고 밝힌다. 이 회사는 용품류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의류는 중국 공장에서 만든다. “하지만 모든 소재는 한국에서 보낸다”고 유 사장은 설명한다. 그는 “원단에서 부자재에 이르기까지 국산을 선정해 엄격히 품질을 검사한 뒤 중국으로 보내고 중국 공장에서도 본사에서 파견된 직원이 생산 공정과 품질을 철저히 관리한다”고 덧붙인다. 이런 방식으로 제품력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 제품은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다. 예컨대 등산화를 보자. 암벽을 등산할 때 바위와의 부드러운 접지력은 안전과 직결된다. “이 점을 중시해 가볍고 편하고 바위 접지력이 우수한 재질을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고 유 사장은 설명한다. 아울러 “보행 때 발바닥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를 줄여 주는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등산화는 장거리 산행 시 피로 누적과 직결되는 제품이어서 이 같은 인체공학적 디자인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부드러우면서 뛰어난 내구성과 섬세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등산복도 마찬가지다. 등산은 체온 조절 및 땀과의 싸움이다. 여름에는 땀, 겨울에는 방한 기능이 중시된다. 국내에서도 이 분야의 우수한 소재가 많이 개발돼 있으나 아웃도어 업계는 주로 외제 원단을 수입해 사용해 왔다. 유 사장은 “국내 원단 중에도 수입 원단보다 더 우수한 기능의 소재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등산복은 땀의 원활한 흡수와 배출이 생명인데 우리가 쓰는 원단은 땀을 강제 배출하는 기능과 방수 기능이 뛰어나 외국 기업들도 우리에게 원단을 구해달라고 요청해 오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특히 최근 개발된 투습 방수 소재 ‘콘트라텍스 엑스투오 프로(Contra-Tex X2O Pro)’와 빨리 건조되는 이엑스 쿨엔드라이(Ex-Cool & Dry)는 기존 경쟁사들과 차별되는 레드페이스의 독자적인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같이 자체 개발한 소재를 사용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아웃도어 활동의 급증도 회사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주5일 근무제의 정착과 웰빙 열풍으로 최근 주말 산행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전 국토의 약 70%가 산으로 분포돼 있어 누구나 쉽게 산에 갈 수 있는데다 등산이 심폐기능을 강화하고 땀을 통해 노폐물을 쉽게 배출할 수 있는 운동이어서 대중 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따라 등산 용품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 매장…튀는 전략 적중튀는 유통 영업 전략도 한몫했다. 아웃도어 용품 업계에서 20여 년의 노하우를 쌓은 유 사장은 레드페이스 설립과 동시에 서울 근교의 도봉산 청계산 북한산 등 식당가가 있는 산행로 입구에 직영 매장을 내는 전략을 시도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장사가 되겠느냐”며 어리둥절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매출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그는 “독자 매장 및 대리점과 함께 이마트에 입점할 수 있었던 것도 급격한 매출 신장을 가져오게 된 계기가 됐다”고 덧붙인다. 품질 관리 체계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해 2001년에는 ISO-9001 품질 인증을 받았고 늘어나는 물동량의 효과적인 처리를 위해 2004년에는 안성물류센터를 설립해 체계화된 배송 시스템도 구축했다.
유 사장은 “4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레드페이스는 학창 시절 산악반 활동을 했던 사람들에겐 애장품으로 간주돼 온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50대 중반의 세대에겐 특히 레드페이스 브랜드가 소중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고 덧붙인다. 그는 이처럼 등산 전문가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던 레드페이스의 명성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다. 그는 “아웃도어 등산 용품의 3대 요소는 소재 기능 디자인인 만큼 이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 사장은 특히 살로몬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토대로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올해 초부터 살로몬과 제휴해 만든 제품을 팔기 시작했다. 우선 올해 20개의 살로몬 단독 유통 매장을 열고 앞으로 3년 내 전국에 100여 개의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그는 “세계 제1의 브랜드인 살로몬과의 제휴를 통해 레드페이스가 우수한 품질 관리 능력과 디자인 개발 분야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는 내수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국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