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편에 보면 '세상의 많은 음식물 중에 오로지 오곡이 기본 음식이므로 곡미를
담백하게 섭취하는 것이 정을 기르고 양생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이다. 죽이나 밥을 지을
때 걸쭉한 즙이 가운데에 모이는데 이것은 곡식의 정수가 모인 것으로 이것을 떠서 먹으면
정을 만들어 주는데 도움이 된다.' 정력을 보하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약을 먼저 생각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 약보불여식보라고 하여 약을 아무리 먹어도 좋은 음식만 못 하다는 말이다.
동의보감에는 '정은 곡식에서도 생겨나는데 정이 부족하면 음식으로 보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술이나 기름기가 많은 고기 보다는 담백하고 신선한 음식물이 정을
보한다.'
옛 사람들은 양생을 하고 보정를 하기 위해서 조석으로 죽을 먹었는데 노인들은
방목하면서 자란 소나 양의 깨끗한 우유를 먹었다고 전하며 특히 우유에 현미 싸라기를
넣고 죽을 끓여 먹으면 이것보다 더 좋은 보식은 없다고 한다.
조선 시대 선조 때 이덕형이라는 정승이 있었다. 덕수궁을 증축할 때 집이 멀어
사대문밖에 첩실을 두고 거기에서 얼마간 있었다.
어느 여름 날씨가 몹시도 더운 날 국사를 마치고 돌아오자 첩실이 보약을 달여서
내놓았는데 정승은 이것을 마시지 않고 "나는 오늘부터 너를 버리고 다시는 찾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알라."고 하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는데 까닭을 알 리 없는 첩실은 정승과
친분이 두터운 백사 이항복을 찾아가서 그 이유를 물으니 이항복이 답하기를
"내가 이 정승에게 물어보니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고 남편 공양 잘하기가 극진한
부인네여. 국사가 몹시 바쁜 이런 시국에 혹시 아낙이 사랑에 빠져 국사를 그르칠까봐 그런
것이지 어찌 그녀의 허물이 있어서 그렇다 하겠는가?"하였다.
이것은 불가에서 가족과 인연을 끊고 출가를 하여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정의 소모를
수행으로 돌려 깨침을 이루고자 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황제내경'에는 '음기와 양기의 순조로운 운행은 양기가 비축되어 있어야 견고해지는데
음기와 양기가 고갈되면 정기가 따라서 끊어지는데 음기가 평온하고 양기가 비축되면
정신이 평안해지며, 음기는 정의 기본 요소이며 음정이 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양기라
한다.'라고 하였다.
남성의 발기력 부족이나 여성의 불감증에도 뜸은 효과적이며 정기의 보전에 좋을 것이다.
침법으로는 신을 보하는 쪽으로 다스려야 한다.
방중술로 유명한 중국의 소녀경에는 '60세가 되면 정을 알고 함부로 남용하지 말라'. 또
황제내경에서는 '사람의 나이 64세가 되면 골수와 정이 고갈되는 것이니 이 때는 정을
조절하고 남용하지 말라.'고 하였다.
대개 남녀는 40세 이전에 무절제한 생활을 하면 40세가 지나면 곧 쇠약해지고 질병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력을 좋게 하는 보정제나 강장제를 찾는데 너무 빠른 효과를 노리는 약들을
찾다보니 일시적인 흥분성을 지닌 발양성이 우수한 것을 위주로 하게 되고 빠른 약효만큼
빨리 쇠퇴해지는 결과는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강장제는 기본적인 체력을
튼튼히 하고, 약간의 발양성 약들을 가미한다면 좋을 것이다. 동의보감에 보면 '보약을
먹어서 힘을 얻었다고 절제하지 못하면 체력이 다하여 건강을 해치게 된다.' 하였다.
대개 이상적인 강장제로는 연령고본단이나 금쇄단을 들 수 있고 좋은 음식물로는 메기,
민물뱀장어, 잉어, 콩, 인삼, 대추, 오미자 등을 들 수가 있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밝고 웃는 모습으로 주위 사람들이 서로 주고받는 인사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다. 복 많이 받으라?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돈만이 벌라는 뜻인가? 건강하는 뜻인가? 화목하라는 뜻인가?
복福이라는 한자를 살펴보자. 지시할 시示와, 하나라는 뜻의 1一과, 입이라는 뜻의 구口와,
밭이라는 뜻의 전田이 합하여 복이 되었다. 원래 복福이라는 글자의 시示는 조상들에게 드리는
제사를 뜻하고 있고 일一과 구口와 전田이 모인 부는 높은의 뜻이 있고, 여기에서의 시示는
집안에서 아버지를 뜻하며 전田은 어머니를 뜻한다. 결국 집안 식구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목소리를 내라는 뜻이 깊은데 넓은 의미로의 복은 원만한 인간 관계를 뜻한다.
결국 복 많이 받으세요의 뜻은 사람과 사람간에 원만한 인간관계와 평화를 뜻한다.
아무리 좋은 약으로 정기를 보하고 좋은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인간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의사가 자기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듯이 아픈 환자도 자기 속에 갇혀 있으면 병
낫기는 애초에 글렀다는 것이다. 받기만 하고 주지 못하는 사람! 모든 것을 자기 기준에만
맞추어 생각하는 사람! 몸만 건강하다고 건강한 사람은 아니다. 옛 사람들이 양생
수련을 하는 이유는 함께 살아가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이었다.
좋은 병원을 다니고 좋은 의사를 만나도 고치지 못하면 환자는 의사를 원망한다. 물론
좋은 의사를 만나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병이 들고 낫는 것이 어찌 의사의 책임이란
말인가?
어떤 사람이 자동차를 타다가 고장이 나서 공장에 가서 깨끗이 수리를 했는데 자기가
사용하다가 전봇대에 부딪혀 다시 고장을 냈는데 어찌 수리하는 사람이 잘못했다는 것인가?
나만 낫고 보자는 이기주의! 나만 잘 살아보자는 이기주의! 이런 이기주의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인류의 질병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 유명한 손사막이라는 사람은 의술로 유명한데 나이 90세에 관직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 100세가 넘게 장수하였다고 전하는데 죽는 날까지 눈이 총명하고 시력이
떨어지지 않았고 귀 역시 밝았으며, 그가 지은 책 '침중소서'에 보면 '아침식사는 죽을
먹어야 하고, 저녁식사는 적게 먹어야 한다. 날씨가 너무 춥거나 심하게 더운 날과 과식
후에는 범방을 삼가고, 잠자리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야 하고, 목욕을 자주 하며, 식사
후에는 백 보 정도를 걷고, 손으로 배를 자주 문지르는 것을 잊지 말며, 비늘 없는 고기를
먹지 말며, 하늘에 감사하고, 정성으로 몸을 아끼고 닦으면 어찌 옥같이 보배롭지
않겠는가?'하였으며, 사람의 부부 생활에서도 '봄에 너무 무리하지 않으면 가을과 겨울의
성생활에 지장이 없고 풍성함을 즐길 수 있다. 가끔 혼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정기를
보전하는 것이니 안정을 찾고 마음을 평안하게 가지라.'하였고, 음식을 먹을 때도 '너무
시면 근을 상하고, 너무 쓰면 뼈를 상하고, 너무 달면 육을 상하고, 너무 매우면 기를
상하고, 너무 짜면 생명이 단축되니 음식을 가려서 먹되 편식하지 말고, 술을 취하게 먹지
말라.'하였다.
동의보감에는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는 다섯 가지의 지켜야 할 것이 있으니 첫째
자기의 명예나 재물을 얻기 위해서 욕망을 헛되이 채우려 함이요, 둘째는 작은 일에 마음을
너무 쓰고 화를 잘 내거나 지나치게 기뻐함이요, 셋째는 말과 행동이 예의를 벗어나게
함이요, 넷째는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너무 즐기는 것이요, 다섯째는 성생활의
무절제함이다.' 하였다.
정신노동을 많이 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을 침과 뜸요법으로 많은 효과를 보고 있으며 봄과
가을에 뜸을 뜨는 것은 체력 보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중풍의 예방에도 대단히 좋다고 할
것이다.
잠자리는 항상 따뜻하게 보전하여야 풍을 예방한다 하였으니 겨울에는 체온이 손실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혈압이 낮고 심장이 잘 뛰고 손발이 찬 사람은 양기의 부족이니
심장을 보하는 침법이 제일이고, 화기의 부족이니 뜸법 역시 참으로 좋다고 할 것이다.
항상 얼굴이나 손발이 붓고 소변이 시원치 않거나 잘 안 나오고,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볍지 않아 일어나기가 힘이 들면 신장을 직접 사하는 침법이나 약을 쓰고 신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다시 신을 보하는 침법이나 약을 써야 할 것이다.
옛 사람들은 중풍의 예방에 족삼리, 곡지, 용천, 중완, 관원 등에 뜸을 했는데 이 방법이
좋기는 하나, 화상을 입으면 오래도록 낫지 않으니 화상을 입지 않게 떠 주는 뜸법이 좋은
방법이라 할 수가 있다.
동양의학에서는 병의 원인을 내적인 원인과 외적인 원인, 이 두 가지 모두에 속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는데 내적인 원인으로는 인간의 일곱 가지 감정인 기쁘고, 화내고, 슬프고,
우울하고, 생각을 많이 하고, 놀라고, 공포에 질리는 것이고, 외적인 원인으로는 춘하추동의
사계절의 변화로 인한 기후나 온도, 습도 등이 원인이 되어 오는 질병이다.
동양의학에는 이것을 육기라 하는데 풍, 한, 서, 습, 조, 화로서, 바람에 의한 병, 추위에
의한 병, 습기에 의한 병, 더위에 의한 병, 메마름에 의한 병, 화기에 의한 병으로 나누고
있으며 외부의 기후나 온도 습도 등의 변화는 인체의 저항력과 질병을 생기게 하는
원인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적 원인이나 외적인 원인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는
불시에 당하는 사고를 들 수가 있다.
이런 질병의 원인과 치료는 발병의 근본을 따져서 치료하는 동양의학의 독특한 침이나
뜸, 한약 등으로 치료를 하게 되는데 어느 장부에 병이 들었는지를 알아야 하지만 불시에
불가항력으로 당하는 사고를 제외하면 자기 몸 관리를 잘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유지한다면 질병에 걸리지 않고 정기를 보존하고 유지하면서 삶을 다하는
날까지 건강함을 지닐 것이다.
첫댓글 동양학의 진정한 가치는 조화 상생 상합이고 스스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의 고유성으로 뭔가를 창조하는데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