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거창에 다녀왔다. 선생님들의 열기는 참으로 뜨거웠다. 현장 스케치와 더불어 그 의미를 찾아본다.
1. 30분 전에 거창교육지원청 대회의실에 도착하니 연수 준비가 한창이었다. 현수막 대신에 LED 전광판을 쓰고 있었다.
설치비와 효과를 물었더니 교육지원과장님은 "한해에 걸어야 하는 현수막이 100여 건이 넘는데 이렇게 하면 1년 정도만 써도 설치비를 뽑아낼 수 있다"며 예산 절감 효과와 더불어 편리성을 설명해 주었다.
2. 애초에 행복맞이학교(혁신학교를 준비하는 학교)인 주상초의 연수로 계획했는데 주상초 선생님들은 지역 선생님들과 이 자리를 확대하였다. 80명 정도 참가 희망을 했다는데 100명이 넘게 자리하여 보조의자까지 꺼내야했다.
주상초 선생님들의 노력 덕분이다. 주상초 단독으로 차분하게 진행할 수 있는 연수였지만 이분들은 연수 도우미를 자처하며 지역 교사들과 소통의 자리로 활용했다.
연수 시작 전에 지역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며 "지역 차원의 교사모임을 함께하며 행복맞이학교를 운영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3. 이런 교사들의 열기와는 다르게 거창 지역의 교육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의무급식 철회는 경남이 함께 겪는 어려움인데 설상가상으로 교도소 이전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었다.
거창 군내로 교도소를 이전하려는 군수와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과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데 군수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분수령이 될 것 같았다.
4. 연수를 비롯하여 이런 행사가 끝나고 나면 보도자료를 학교에서 직접 작성하여 교육청과 언론사에 보내고 있었다. 이런 보도 실적이 학교평가와 학교성과급의 실적으로 간주된다니 이는 반드시 개선해야할 점이다.
5. 지역 교사들의 열기는 뜨거운 반면에 교육지청의 지원은 미온적이었다. 교사 모임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한 푼도 잡혀있지 않았고 오로지 연수 장소 제공만 하고 있었다.
교사들은 월1회 정도의 정기적인 연수 모임을 원하고 있었는데 오늘 연수도 주상초 예산으로 집행했다 하니 다음 모임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교육지원청의 역할이 무엇인가? 이런 것은 요구가 있기 전에 먼저 찾아서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6. 연수 시간은 3시간인데 가급적 내 말을 줄이고 실제 학교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어떻게 덜어낼 것인가? 에 대한 토의의 과정으로 진행했다. 단위학교별로 액션러닝 기법을 적용하여 토의를 안내하니 적절한 시간 안에 집중 토의를 마칠 수 있었다.
7. 연수 후에는 전교조 거창지회가 마련한 신규교사 및 전입조합원 환영회에 함께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저녁식사 모임에 함께 했다. 지역 현안 문제가 있다 보니 여느 때보다 조합원의 참여율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8. 이 자리에서 교사 동아리 홍보를 했는데 기타, 풍물, 글쓰기, 영어 동아리, 배움의 공동체, 교과연구회의 대표자가 나와 열띤 홍보를 했다. 작은 군단위 지역인데 다양한 교사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이 신선했다.
9. 교사 동아리의 메카는 전교조 지회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었다.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북카페 형태로 운영하며 인문사회과학 서적과 학생용 참고서도 판매한단다. 나아가 시민들께 세미나실 등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고 하니 이와 같은 도서관 운영은 교육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었다.
3시간 강의 후에 빗길을 달려 집에 도착하니 몸이 고되다. 도착해서 휴대전화를 열어 보니 연수를 주관했던 선생님이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왔다.
"오늘 연수, 정말 두 번 들어도 속이 시원해지는 연수였답니다. 선생님의 돌직구로 거창(더나아가 한국^^) 교육계의 껍데기는 와장창 깨져 날아가고 오롯이 알맹이만 남을 수 있기를! 정말 고맙습니다^^♡"
이 메시지를 읽으며 시원한 맥주 한잔 넘기니 피로가 싹 가신다. 좋은 사람들 만나 많이 배우고 느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