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 날씨!
지난번 1월3일 거창 우두산에 이어 2번째의 인연을 갖게 된 벽암산악회다.
그동안 전국 곳곳의 산들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다가,
내년이면 지하철도 공짜, 국․ 공립공원 관람료도 공짜라는 공짜인생의 나이가 되므로
어른답게, 채신머리없이 행동하지 말라는 부인의 점잖은 충고(?)덕분에,
친구들과 한가하게 놀러나 다니고 세월을 보내려고 작심했는데,
2분 형님들의 무언의 압력 때문에 재차 벽암산악회를 찾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버스좌석도 앞쪽에 배정되어, 불가불 어른 흉내를 내지 않으면 안 되고,
또 채신머리없이 굴어서도 안 되니 좌석이 좌불안석이다.
아직도 어른 흉내 내는 친구들이 없으니, 난 아직도 젊은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진짜 젊은이들 사이에 끼이게 되니, 불가불 나는 어른이 될 수밖에 없고, 어른이 되고 나니,
말도 적게 해야 하고, 점잖게 행동해야 하니,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그저 서먹서먹하다.
다행인 것은, 예전 산악회에서 오랫동안 같이 활동했던 동갑내기 고약사가 동행해 주어 서먹서먹함을 덜어주고, 그 덕분에 나의 입에서는 특유의 잔소리가 정신없이 쏟아지게 되니
오늘은 나의 입술이 가장 행복한 날인가 보다.
꽃과 낭만의 도시 진해!
진해사랑, 경남사랑, 그리고 해군사랑, 나라사랑의 진해!
진해의 사랑보다, 해군의 사랑이 유독 강조되는 진해!
진해 군항제 때문에 교통이 통제되어 장복산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체 만인재에 도착한 것이 10시 30분경,
(산행계획에는 장복산 이지만, 코스는 시루봉~천자암으로 되어 있음)
초입부터 기대했던 벚꽃은 보이질 않고, 개나리와 진달래가 이곳저곳에서 만발하고 있다.
예전의 이맘때면 벚꽃으로 진해시를 훤하게 만들어 놓았을 텐데,
벚꽃들의 혼은 어디로 도망갔는지....
개나리와 진달래만 우릴 반기고 있으니 초입부터 기대가 우려로 변한다.
장복산은 발도 디뎌보지 못한 체, 창원과 진해의 경계인 경찰초소의 만인재에서부터 시작하여 시루봉을 거쳐 천자암을 거치는 코스로 향한다.
뒷산을 산책 하는듯한 산행,
오늘따라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날이라 그런지 전국 곳곳에서 몰려드는 등산객의 옷차림들이 진달래꽃과 함께 울긋불긋 장관을 이룬다.
단순한 하얀색의 벚꽃보다는, 울긋불긋한 진달래와 개나리꽃, 등산객들의 아름다운 색깔의 등산복에서 진해의 봄바람과 함께 봄의 향기를 만끽해 본다.
경상도 아줌마들의 걸쭉한 사투리와 함께....
험하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으면서 걷기에도 좋은 산,
진해의 진면목은 4월이다.
모든 국민들이 진해! 하면 벚꽃을 상상하고,
벚꽃하면 4월의 진해 군항제를 상상한다.
우리들의 산행 역시 벚꽃과 함께 진해의 진면목을 찾아 왔건만,
두견새가 밤을 꼬박세우고 울어울어 피를 토한다는 슬픈 전설을 가진 진달래만
이곳저곳에서 가끔씩 우릴 쳐다보고 있다.
진해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시루봉,
해병의 혼이 깃들어 있다는 시루봉 정상에 도착하니
산과 도시, 바다와 하늘이 함께 어울린 진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모처럼 맑은 날씨와 맑은 공기, 푸른 산과 푸른 바다,
아름다운 도시가 우리의 시야를 훤하게 해준다.
지금은 연륙교로 인하여 육지화 되어 버린 가덕도가 커다랗고 울긋불긋한 크레인들을 줄 세워 놓고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앞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크다는 거제도 섬이 조그마한 쫄병 섬들을 거닐고 거만하게 들어 누워있다.
그리고 마산과 창원, 진해의 시내 조망이 사방팔방으로 시원하고 후련하게 보이고 ....
또 하나 특별한 것이 이곳의 진해 해병기지 사령부!
천안함 실종 선원의 아픔이 이곳까지 전달된 것일까?
그래서 진즉 피어야할 벚꽃들이 슬픔에 젖어 봉우리를 피울 줄도 모르고 흐느적거리고 있을까?
슬픔 속에 갇힌 진해,
진해의 4월은 잔혹한 4월이요, 온 국민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들고, 실망하게 만들고,
분노를 느끼게 만드는 장본인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백령도 앞바다, 천안함의 비보,
아직도 차디찬 바다 속에서,
컴컴한 바닷 속에서,
어둠속에서,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억울하게 잠들어 있을 우리들의 해병 전우들,
G20 국가로써,
선진 대한민국의 막강 해병 최첨단 군함 레이더가,
날아다니는 새떼도 구분하지 못하고, 76mm 함포를 발포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 속에서 ......
그래도 꿩 대신 닭인데 ....
장복산 대신 시루봉을,
벚꽃대신 진달래로 오늘의 산행을 무사히 마침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첫댓글 벽암인의 한 사람으로 ^&^ 국민의 한사람으로 ^^ 백령도의 슬픔이 진해의 꽃에서 볼수있었나 보네여 ~~~
^^ 형형색색 ^^ 인산인해을 이루었을 진해군항제가 한마음되어 모두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루어 졌으리라 믿습니다 ..
함께 동행하지 못했는데도 무거운마음을 즐겁게 보여주심 감사히 읽고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