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일(수) 양산도립노인병원 음악치료 공연
시낭송가 행위예술가 하현옥의 승무 분장
공연을 열다. 진행자가 새로운 여성으로 바뀌었다. 예쁜 그녀.
고정 출연작가 시낭송가. 오늘은 조지훈의 시 <승무>를 낭송하기 위해 승무 분장을 하다. 배앞에는 분홍색 연꽃 노리개.
작가 혼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만든 분장이 승무 복장 같은가요?
시낭송에 앞서 노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조지훈의 시 <승무>를 오늘의 낭송시로 준비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승무僧舞
조 지 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우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촛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별빛이 모두 오고
복사꽃 두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이 밤사 귀뚜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우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시낭송 후에 노래하지 않고 춤을 추겠다고 얘기... 마이크를 들고는 춤 동작을 못하니까.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 나옹선사의 <야망> 시노래에 맞추어 춤추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허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훨훨훨훨
탐욕도 벗어버려~ 성냄도 벗어버려~ 하늘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벗어버려~ 미움도 벗어버려~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훨훨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아~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승무를 배운 적은 없지만... 노래에 맞추어 눈썰미 있게 승무를 본대로 흉내낸다.
엎드리고 굽히고... 부처님을 향해 노인들을 향해 절하고...
또 일어선다. 사진 찍어주는 간호사가 동작을 잘 잡아 포착하고 카메라에 입력했다. 고마운 그녀. ^^*
승무 복장도 작가가 직접 코디. 고깔은 적당한 흰천을 떠서 바느질집에 주문하고 직접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었다.
청색 계통 꽃브로치를 찾아 양쪽에 달고. 푸른 색깔을 좋아하기에 흰 도복 위에 푸른색 일색으로 통일했다.
맑고 순결해 보이는 청색. 남자용 도복이 내게 잘 어울렸다.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
청산은 나를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버려 성냄도 벗어버려
하늘은 나를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강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강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할머니들이 노래하시는 순서다. 진행자가 돌아가면서 노래를 시킨다.
누구보다 노래를 잘하시는 김봉수 할머니. 노인병원 가수다. 모르는 노래가 없다. 나를 친딸처럼 무지 좋아하신다.
중간 사이사이 색소폰니스트 배철주님의 연주와 노래가 삽입되고. 언제 들어도 좋은 연주.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 예술인이라서 높낮이 음색이 세밀하고 정교하며 아무리 어려운 곡도 거침없다. 음악치료다.
색소폰니스트의 연주나 할머니들 노래에 맞추어 거실을 돌면서 춤으로 노인들을 위안한다.
무대 앞에서 춤출 때는 바닥이 평면이라 앞사람에 가려서 춤동작을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에.
청색 비단치마는 허리치마로 고쳐입고. 일반 한복치마를 허리를 묶으면 길이가 짧아진다. 치마가 너무 길면 발에 밟힌다.
전신용 거울을 보고, 미리 집의 거실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열심히 승무를 연습했다. 독학으로.
카메라를 향해 부동의 포즈를...
흰 고무신구두(청색 줄)를 가지고 갔지만 현장에서 고장이 나버려서 부득이 맞지 않는 실내화를 신고...
앞뒤 가슴끈을 보기좋고 단단하게 매는 것이 어려웠는데... 농악하는 사람에게 방법을 물어보았다.
시낭송을 하고 무대에 설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한 곳도 소홀함이 없어야.
어머니 뒤에서. 딸이 멋지게 차려입고 공연을 해도 누군지 모르시는 불쌍한 어머니.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연로한 할머니들은 멀리서 찾아오는 내 노력과 정성을 이구동성으로 대견해하셨다. 고맙다고.
내 출연시간 후에. 마음대로 활동하기 불편한 승무복장(긴 소매너울 때문에 더욱)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앞의 승무가 고전 옷이었기에 다른 옷을 갈아입어도 비슷한 고전형일 때 조화롭다.
블라우스 색깔과 어울리는 띠를 매어서 신라여인 같은 고전풍을 만들었다.
살이 많이 쪘지만 허리는 가늘도록 신경쓴다. 그래야 무대분장을 했을 때 나쁘지 않기에.
옷과 소품들의 색깔 조화. 신발 색깔도. 옷을 입을 때는 색깔의 조화가 필요하다.
사진편집을 하면서 보니 승무 복장의 내 모습이 눈물겹도록 서럽다.
심진스님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속세에는 맞지 않아 일찌기 승가로 가야할 사람이었는데...
보살의 운명
마음속으로는 늘 청수한 다른 세상을 꿈꾼다.
2009년 9월 2일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