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루가 길긴 길었던가 보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블로그에서 조차 긴 하루를 마감하는게 쉽지 않다.
마치 스카르두의 길은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곳에서 천천히 흐르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산사태지역을 출발하여 대략 1시간 정도 지나서 그 유명한 라이콧 브리지(Raikot bridge)에 도착하였다.
낭가파바르밧(Nanga Parbat, 8125m)의 정북에 위치한 라이콧 브리지는 낭가파르밧의 북쪽 BC 거점인 페어리 메도우
(Fairy Meadow)의 입구이다. 인더스강은 심롯(Shimrot)에 이르러 북쪽에서 흘러오는 훈자강과 헤어져 서쪽으로 급격히
휘어져 발티스탄의 상류로 향하게 된다.
< 멀리서 본 라이콧 브리지 - photo by yosanee >
< 소규모 현수교인 라이콧 브리지 >
라이콧 브리지를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낭가파르밧을 조망하는 곳이 나타났다.
구름 위로 정상의 일부를 드러낸 낭가파르밧은 엄청난 규모이다.
< 낭가파르밧 >
이정표를 보니 이슬라마바드 근교인 라왈핀디에서 580Km 떨어진 곳이다.
앞으로의 길은 카라코람 하이웨이(KKH)가 아닌 지방국도이다. 그야말로 인더스강의 험한 협곡을 피와 땀으로 뚫은 엄청난 길이 나타나고 있다.
이 협곡에 어떻게 길을 뚫었을까 할 정도로 깎아지른 절벽 옆의 산 중턱을 깎아서 만든 길이다.
사방은 깎아지른 절벽의 바위산으로 가득해서 강 말고는 탈출로가 없다. 길은 강을 따라 흐른다는 말이 협곡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대부분의 구간은 왕복 2차선도 아닌 왕복 1차선이다. 특히 더 위험구간인 급격한 커브길에서 도로의 폭은 1차선 보다 더 좁다.
인더스강은 저 밑 수백미터 아래에서 급류가 되어 흘러가고 있다.
몇몇 차량은 이 와중에 추월을 시도하고, 교행을 하기도 한다.
속에서 두려움이 요동을 치지만 요사니와 더불어 이 절경을 사진기에 담아두려고 애를 써본다.
사진에서는 의외로 그 공간감이 느껴지지 않는게 신기할 정도다.
이 바위산을 뚫어 만든 길이 새벽비로 인하여 산사태가 나지 않은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산사태지역을 벗어나 시속 20~30Km로 절벽길을 달려온지 4시간 정도 지나니 오히려 강폭이 넓어지면서 가파른 협곡을 벗어난다.
중간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하였다.
차안에서 한참을 졸다, 어느 순간 담배를 연신 펴대며 졸음을 쫓던 기사의 눈과 백미러를 통하여 마주치게 되었다.
졸음을 이겨내려고 눈꼬리를 치켜 반쯤 뜨다만 기사의 눈을 본 순간 잠이 달아났다. 불행히도 기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가슴을 졸이며 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차라리 그냥 계속 졸았으면 좋으련만...
이렇게 다이나믹 버라이티 어드벤쳐의 시간을 3시간 정도 보내고 마침내 스카르두를 잇는 다리를 통과한다.
다리 너머의 세계는 또 다른 세계다. 협곡은 간데 없고 거대한 물의 분지가 나타난 것이다.
험로 끝에 이런 샹그릴라가 어디 있으랴 할 만큼 의외의 아름다움이다. 마치 젖과 꿀이라도 흐를 것 같은 분위기다.
< 스카르두 - photo by yosanee >
오후 4시경 스카르두 시내에 도착하였다. 이슬라마바드를 출발한지 28시간만이다.
도착 직후 우리는 이 슈퍼맨 기사와 기념촬영을 하였다. 1시간 대충자고 20여시간 이상을 운전만 한 기사에 대한 보답은
마음에서 우러난 팁을 조금 더 주는 것 말고는 없었다.
< 이름이 카비르(Kabir)인 슈퍼맨 기사 >
그리고 이 하루가 저물기 전 아직도 많은 일들이 남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