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울산의 한 일간지에 '태화강 명물 기마환경감시단 없어지나'라는 기사를 접하고 종일 고민하다가 녹색운동을 하는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펜을 듭니다. 울산에도 많은 봉사단체, 환경단체가 있습니다. 모두가 제 분야에서 각각의 역할을 하며 풍요 복지, 푸른 울산, 생태강살리기, 문화울산 가꾸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중 얼간이 같은 순수시민단체도 있고, 녹색성장을 무기로 울산환경을 고민하는 단체도 있고, 시(市)나 기초자치단체로부터 거액을 지원받는 약삭빠른 산하단체도 있고, 밖에서 보기는 지자체의 지원받기 위해 움직이는 단체도 뻔히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울산의 10월에는 시와 기초자치단체의 지원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양한 축제의 장을 엽니다. 주말이면 4~5개 축제가 겹쳐가며 불타는 가을을 수놓고 있습니다.
울산은 타 시도와 달리 시청을 중심으로 밀집되어 30분 거리 내에서 각종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보니 시민들은 어느 곳을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체장들과 의원님들은 이곳저곳 얼굴 내미느라 몸살이 나지 않고는 못 베길 지경입니다. 말없는 많은 시민들은 축제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지 의아해 합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유사 겹치기 축제를 제어할 장치가 없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정된 축제 참가들이 돌아가며 참가하는 그들만의 잔치임이 알게되니 다수의 시민들은 혀를 차기도 합니다. 태화강 기마환경감시단과 생태강 살리기시민연대가 자매결연을 맺고 3년 간 태화강 둔치에서 기마문화체험 봉사활동을 하였습니다. 필자와 팀원들은 좋은 취지라 참여하다보니 보조기수가 될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지난 3년 간 350명의 장애우들에게 승마재활훈련을 시켰고, 유치원생과 초·중등생 3,290명에게 승마-동물-자연의 교감에 참여하게 했고, 122명의 외국인들에게 태화강 대숲문화를 알렸습니다. 이 감시단은 적어도 두필의 말(馬)을 상시 사육해야 하므로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보여, 시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 줄 알았는데, 다른 관변단체에 지원되는 비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 임을 알고는 놀랐습니다. 문화와 환경, 동물과 인간이 함께사는 세상, 장애인들에게 승마체험을 통해 재활의 의지를 높이고, 청소년들에게는 홀리스틱(hollistic)교육을 전할 수단으로 태화강의 승마체험은 최상의 교육무기라 여겨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엄청난 재원을 퍼붓는 상황에서 이런 체험교육은 가장 좋은 학교폭력 예방일 것입니다.
이 기마단은 2012년 울산교육청 민간단체 지원사업으로 6개월 동안 유치원생 2,420명을 예약 받고 무료 승마체험교육을 실시하려는 계획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기획한 필자를 포함한 자원봉사들은 적어도 이 해맑은 유치원생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어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울산시에서 진행하는 태화강삼호지구 하천정비 사업에 포함되면서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이미 기마대기소 코앞까지 대숲공원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울산시는 법을 제시하며 수용 운운하기에 앞서 이 기마환경단을 울산의 문화요, 전통이요, 살아있는 환경교육 체험장으로 되살아나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100년 전 태화강 말 나루터, 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에 새겨진 기마행렬도가 지닌 사적자료를 통한 기마와 환경, 자연과 동물이 공존하는 '태화강 기마문화체험공간' 같은 문화 콘텐츠에 적극 동의합니다. 한 기인(奇人)같은 울산맨이 태화강 사랑으로 이어가는 말과 환경을 향한 애향심(愛鄕心)은 높이 사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