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하반기호>
나비/ 김성수
나비는 한 짐 잔뜩 봄을 지고 다니다가
눈 녹은 산자락에 조심조심 내려놓고
휴우우! 큰 숨을 한 번
쉬었다 가고요
아지랑이 벌판에도 살며시 내려놓고
버들가지 위에도 호오오 불어놓고
그래도 또 할 일이 많아
훨훨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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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열차/ 공란영
하늘로 올라가며 새처럼 날아보고
거꾸로 떨어지며 폭포가 되어본 날
자면서 나도 모르게 오줌 지도 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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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봄비/ 이경주
서울역 광장에서
홀로 잠든 아저씨
봄비가 톡톡톡
어깨를 두드려요
봄비도
미안하가 봐요
햇살을 데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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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놀이터/ 함수아(안산 송호초 2)
알록달록 놀이터엔 힘센 손이 있나봐
미끄럼틀, 그네 시소, 낙엽까지 나를 잡아
엄마가 부를 때마다 못 가게 잡아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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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좀 주세요/ 유시은(하남시 동부초 4)
윙윙윙 꽃님들
꿀 좀 주세요
여기 있어요 꿀벌님
향긋하고 달콤한 꿀
윙윙윙 예쁜 꽃님들
고마워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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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가기 전에/ 강이찬(성남 당촌초 5)
숙제를 못 해서 아침에 하려 했다
늦잠을 자서 학교에서 하려 했다
친구와 재밌게 놀다가
숙제를 하나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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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상반기호>
아빠도 아기 가져요/ 류성신
하굣길 타박타박
지하철을 탔어요
임산부 핑크자리에
배불뚝이 아저씨
힘든지
고개 떨구고
까딱까딱 졸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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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 배꼽/ 윤종영
할아버지 따라서
참외밭에 갔어요
나처럼 튀어나온
샛노란 참외 배꼽
과일도 배꼽이 있다는 걸
난생 처음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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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가고 싶은 물고기/ 소윤겸(안산 시곡초 1)
물고기는 왜 꼬리를 팔랑팔랑 흔들까?
새 날개 파닥파닥 날아가는 것처럼
우주에 독수리처럼 날아가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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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정서원(수원 송림초 2)
커다란 수박은 둥근 지구를 닮았다
수박의 줄무늬는 강줄기를 닮았다
수박 속 새까만 씨들은 지구 위의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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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최지호(수원 매산초 2)
미음미음 미음미음 미음미음 미음미음
온종일 나무에서 왜 미음만 하고 있니?
비읍은 언제 하려고
궁금해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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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구윤아(성남 당촌초 3)
태양이 잠들어
모든 게 깜깜하네
달빛이 떠오르면
마음도 환해지지
달님은 친구를 닮았네
밝고 행복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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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에서/ 이도윤(수원 글빛초 3)
정조대왕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슬펐다
정조대왕은 화성행궁을 만들어서 기뻤다
어머니 함께 살려고 튼튼하게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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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기 소리/ 홍현우(하남 동부초 6)
리모컨을 집어들어 채널을 돌린다
재밌는 게 나와서 하하하 호호호
하지만 그럴 때면 들리는 시끄러운 청소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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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하반기호>
용돈/ 한예온(세종유치원)
알사탕과 초콜릿
빼빼로와 쭈쭈바
맛있게 사먹다가
용돈 탈탈 털렸네
어머니
용돈 더 줘요
이놈아, 네가 벌어서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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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한지후(안산 초당초 4)
토트넘 손흥민은
감아차기 예술인
축구가 시작되면
바람처럼 날아가요
멋진 골
휘감아 돌아가
세계를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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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사이 소나무/ 이제인(안산 시곡초 5)
단장한 은행잎
꾸밈없는 소나무
노랑 사이 숨은 나무
왜인지 눈에 띄네
멋짐은 꾸미지 않아도
솔직함에 숨어 있지
은행잎 사이마다
떨어지는 나뭇잎
푸르른 소나무는
받아주고 안아주지
은행 숲
한 그루 소나무는
혼자서도 씩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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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서/ 김난옥
나 뒹굴며 넘어져도
나 외로워 서글퍼도
너랑 함께여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
한걸음 비껴봐 주니
더더욱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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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숨바꼭질/ 차상영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는 '시에그린 줌수업'
낯익은 목소리가 감미롭게 들리고
얼굴이 차례차례로
작품들도 하나 둘씩
부지런한 이른 새는 미리 와서 지저귀고
획! 살짝 사라진 모습 어디에 숨었을까
화면이 온통 까맣다
끝나기 전에 얼른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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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 뒤에/ 김경옥
벼 베기 끝낸 논은 참새나라 문구점
볏짚 뭉치 서너 개는 지우개로 남겨두고
글짓기 정말 어려워
쓰고 짹짹 지우고 짹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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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규원
짐 꾸릴 때 설레고 짐 풀 땐 안도하고
집 떠나면 개고생, 누가 가라 한 것 아닌데
마음은 벌써 야영장
가랑잎처럼 데굴데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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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 노영태
달력에 빨간 글씨면
그날은 논다 한다
일요일이 아니라도
형아가 집에 있다
빨간색
색연필 가지고
빨간날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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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동시조 정원
표지 한국동시조/ 2023하반기호부터 2024하반기호까지/ 23호-25호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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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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