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아의 조기특기교육 현황
모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사교육비 지출이 세계 1위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면서 조기교육의 실태를 다루는 방송을 보도하였다. 한국사회의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조기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조기교육 열풍으로 우리 사회가 그만큼 발전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작용만 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001년 전국 유치원생 학부모 2,1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교육인적자원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치원 외에 별도로 한글, 영어, 수학, 피아노 등 각종 조기 특기교육을 시킨다는 부모가 1,847명으로 86%에 달했다. 우리나라 유치원생 10명중 9명은 방과 후 각종 조기교육을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중 만 3세 75%, 만 4세 78%, 만 5세 88%, 만 6세 89%, 초등학교 이상인 만 7세 이상 94%가 조기교육을 받고 있어, 나이가 많을수록 조기교육을 받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의 아이들은 무려 10∼12가지의 조기 특기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기 특기교육을 위해 쓰는 사교육비가 한달에 1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어 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조기 특기교육을 시키는 과열양상이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실태조사 결과는 최근 몇 년 간 불어 닥친 조기교육 열풍을 되돌아 볼 때가 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의 유아들이 받고 있는 교육의 시기가 너무 빠르고, 종류도 너무 많으며 비용도 많다고 부모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조기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었다. 조기교육을 시키는 이유(복수응답)로 지능계발(74%), 상급학교 준비(64%), 자녀의 희망과 소질(60%) 등이 주로 꼽혔으나 '남이 시키니까 불안해서'(28%), '유치원 후 봐 줄 사람이 없어서'(11%),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10%), '대중매체 광고나 외판원 권유로'(6%) 등의 답도 나왔다. (연문희 교수) 벗
우리나라 유치원생의 86%가 유치원 방과 후 별도로 한글.영어.수학.피아노 등 각종 조기 특기교육을 받고 있으며 일부는 무려 10∼12가지의 조기 특기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기 특기교육을 위해 쓰는 사교육비가 한달에 10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어 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조기 특기교육을 시키는 과열양상이 위험수위에 이른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사실은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가 교육인적자원부의 의뢰로 지난해 말 완성한 「창의적이고 전인적인 인적자원 양성을 위한 유아교육 혁신」보고서에 포함된 실태조사 결과 6일 드러났다. 유아 조기 특기교육 실태조사는 그동안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실태 조사 등과 병행해 실시된 적은 많았지만 유치원생만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은 처음이다.
2002년 6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6개시도 사립유치원에 만 2세∼7세 자녀를 보내고 있는 부모 2천159명을 대상으로 설문지 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치원 교육이외에 별도의 조기 특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부모는 1천847명으로 전체의 86%나 됐다.
이 중 만 3세 75%, 만 4세 78%, 만 5세 88%, 만 6세 89%, 만 7세이상 94%가 조기특기교육을 받고 있어 나이가 많을수록 조기교육을 받는 비율이 높았다. 조기특기교육 가짓수는 2가지를 받는 경우가 30.0% 로 가장 많았고 1가지 28.8%, 3가지가 20.6%, 4가지 11.9%, 5가지 5.4%, 6가지 3.3% 등이었으나, 10가지 이상을 받는 유아가 8명이 있었고 최고 12가지를 받는 유아도 한명 있었다.
어머니의 취업여부에 따른 조기특기교육 가짓수는 3가지 이상을 시키는 비율은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는 37% 였지만 전업주부인 어머니는 43%로 전업주부가 조기특기교육에 더 열성을 보였다.
유아들이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조기특기교육은 한글/글쓰기 교육으로 49%가 받고 있었고 다음이 수학(32%), 영어(28%), 피아노(28%), 미술(22%), 종합학습지(11%),태권도(5%) 순이었다.
부모들이 지출하는 교육비는 1인당 월평균 12만6천원으로 월 10만원 미만을 쓰는 경우가 54.6%로 가장 많았으나 3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부모도 11.2%나 됐고, 5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부모가 13명이었고 최대 105만원을 쓴다는 응답도 있었다.
조기특기교육을 시키는 이유(복수응답)로는 지능계발(74%), 초등학교 준비(64%), 자녀의 희망과 소질(60%)등이 많이 꼽혔고 '남이 시키니까 불안해서'(28%), '유치원후 봐줄 사람이 없어서'(11%),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10%) 등의 답도 나왔다. <연합뉴스 2002.1.6>
조기교육의 동향
조기교육이란 서양에서 대부분 어려운 환경의 가정에서 방치되어 있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일직 보상교육의 차원에서 적절한 교육을 시킴으로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잘 적응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Braun & Edwards, 1972).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의 조기교육으로 시작되었는데, 시작이 된 동기는 경제 발전으로 인해 경제적 여유를 가진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투자할 여유가 생기면서 시작하게 되었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사회적 계급상승을 위해 자녀들에게 보상심리로 미술이나 음악등의 예능부분의 교육을 시작으로 물고를 트게 되었다.
1970년 중반 이후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 되어감에 따라 자녀의 보육과 교육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으로 취학 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황창연, 1998). 우남희(2005)에 의하면 1975년 한국행동과학연구소에서 개최한 “국가발전과 어린이”라는 세미나를 통해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되어 취학전 유아 대상으로 한 유아원이 설립되었고, 예 ․ 체능 중심의 학원 유치부가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전후 본격적으로 조기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 좋은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김영옥 외, 1995; 환창연, 1998).
처음 시작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 시작한 조기과외교육이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부모의 경제력이나 교육과는 크게 상관없이 다양한 특기교육이 이루어졌는데, 경제력이 어려운 가정일수록 자녀들에게 현재의 삶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즉, 사회적 성공이나 지위등의 계층이동의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우남희 외, 1993; 황혜신, 2002).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3년 세계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OECD 국가 중 한국의 사교육비가 연간 30조원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경제력은 조사대상 59개국 중 57위라고 한다(한국경제신문, 2003. 10. 9). 이는 우리나라가 조기교육에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교육의 효과는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기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상업적인 목적에 이끌려 무분별한 조기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이기숙(2001)의 연구에서 보듯이 학습지 시장을 거대한 시장을 이루고 있다. 김명순(2001)에 의하면 2001년도에는 4조원 정도이고 최근 몇 년동안 지속적으로 15 - 30%의 급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학습지를 통한 조기교육은 수동식 교육, 창의성 결여등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를 가지고 있는 교육형태이지만, 저렴한 가격 및 방문교사로 인한 교육의 편리함에 인해 부모들을 만족시킨다고 볼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2003년 '조기교육 열풍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서울의대 서유헌 교수는 인간의 두뇌발달을 촬영한 최신 영상자료를 이용하여 연령에 따른 뇌 발달과 역할을 설명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만 3∼6세는 종합적 사고기능과 인간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이므로, 이야기를 많이 듣게 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예절교육 도덕교육을 시켜서 초자아의 발달을 도와야 하는 때라고 한다. 이에 비해 만 6∼12세의 시기에는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므로 언어 및 외국어 교육을 위한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때 배울 내용을 몇 년 앞당겨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우리나라 조기교육의 현주소이다. 이처럼 상급학교 진학에 대비하여 지식전달 위주의 주입식 교육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조기교육은 우리의 아이들이 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조기교육의 부작용과 관련된 많은 연구결과들은, 조기교육을 많이 받은 아이들이 학습의욕이 떨어지며, 과다한 조기교육으로 인해 유아자폐증, 우울증, 학습장애 등으로 소아정신병원 및 아동상담소를 찾고 있으며, 심지어는 학부모 자신도 주변의 과도한 조기교육 경쟁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을 호소한다고 하였다.
전문가들은 “조기교육이 청소년기 학업성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화여대 유아교육학과 이기숙 교수는 “유아기에 문자(한글)와 수를 조기 학습한 아이들과 학습하지 않은 아이들을 추적 관찰해 초등 5년과 중 1년 때 모의고사를 실시한 결과 국어 수학 성적은 큰 차이가 없고, 사회성은 조기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더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2006. 5.10)
동덕여대 우남희 교수가 조사한 만 4세, 7세 어린이의 영어교육 실험연구에서도 학습효과나 발음 면에서 7세 아동이 월등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우 교수는 “노래나 게임 등 놀이중심으로 가르쳐도 4세 아동은 놀이로만 받아들일 뿐 영어학습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2006. 5.10)
이대목동병원 소아정신과 김의정 교수는 “학습문제로 병원을 찾는 신규 환자가 한 달에 10~15명이며 대부분 틀에 박힌 교육에 처음 노출된 만 2~3세 아이들”이라며 조기교육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는 “엄마의 의지에 따라 어려서부터 학원교육을 받았다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공부에 싫증을 느껴 병원을 찾는 아이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2006. 5.10)
그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조기교육의 종류와 내용이 달라지므로 조기교육의 열풍은 계층 간의 갈등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사실, 지금까지의 경제발전은 이러한 높은 교육열 덕분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전인발달이라는 유아교육의 목적을 외면하는 조기교육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조기교육은 대체로 선행학습의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행되는 선행학습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자아개념, 열등감을 심어줄 뿐이다. 그리고 일정한 발달단계에 이르면 단기간에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을 미리 배우느라 많은 노력과 시간을 낭비하도록 한다.
주입식 기계적 학습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선행학습을 받는 아이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학습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수업에 집중하지 않게 되며,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하고자 하는 태도와 능력의 부족을 가져온다. 특히 지적 호기심을 상실하고 공부에 대해 흥미를 잃게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한 이러한 선행학습은 교사의 의욕을 떨어뜨리게 되어 결국 부실교육을 가져오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된다.
한편, 아이들의 정서발달 측면에서는 조기교육이 아이들을 불안하고, 경쟁적이고, 공격적이며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조기교육이 결국에는 아이들로 하여금 '배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길러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길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리사회의 조기교육 열풍의 배경에는 '다들 하는데 우리 아이도'라는 부모의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부모의 소신과 철학을 세워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또한, 상업적인 교육 산업체들은 학부모의 조기교육에 대한 열망을 이용하고 부추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학벌위주, 일류대 중심적인 가치관이 이러한 흐름에 커다란 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검증되지 않은 여러 조기교육 프로그램들의 피해를 우리의 자녀들이 고스란히 떠 안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조기교육의 성과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첫째, 개인의 발달정도와 특성을 고려하는 적절하고 개별화된 조기교육이 바람직하다. 저마다 다른 특성과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일제수업을 통해서 지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둘째, 아이의 교육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학원이나 조기교육기관에 전적으로 맡겨두는 것이 아닌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교육이 된다면, 상호작용을 통하여 그 효과가 증가할 것이다.
학부모의 인식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가정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활동은 조기교육으로 인식하지 않고, 학원에 보내야 교육을 시킨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기교육 프로그램이 부모의 교육을 대신할 수는 없다. 부모들이 자녀들과 놀며 직접 가르치는 교육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셋째로, 도덕교육 인성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인성교육을 가장 중요하다고 꼽으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학교성적을 높이는 교육을 강요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전인적인 발달을 강조하며 인성교육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모와 이 사회의 어른들이 먼저 제대로 교육되어서 좋은 모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로,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쓰고 계산할 줄 안다고 해서 더 똑똑한 아이로 자라는 것도,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특정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배움의 즐거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타고난 상상력 호기심 창의력을 장려하고 주변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활동을 해보도록 지지해 주어야 한다. 그로 인해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발달시키고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도하여야 한다.
다섯째, 에릭슨은 유아 및 아동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발달과제로 자율성-주도성-근면성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자율성과 능동성보다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학습을 강요받고 있다. 보다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학습이 이루어져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일 것이다.
여섯째, 무조건 일류대에 가는 것을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 및 사회의 가치체제가 변화해야 한다. 아이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부모님의 이해와 지지와 신뢰와 사랑이 중요하고, 육체적인 접촉을 통한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식을 주입하는 것보다는 지적 호기심을 키워주고 배우고 싶어하는 정신을 살려주어야 한다.(연문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