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BOOK 1, 2)
.1252쪽
.무라카미 하루키 저
.문학동네
책 목차를 보면 아오마메와 덴고 순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책 내용은 다채롭고 다면성을 지녔다. 죠지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의 모티브를 가지고 쓴 『1Q84』는 일본어 숫자 ‘9’의 발음과 알파벳 ‘Q'와 발음이 같은 점을 활용한 것이다. 『1984』의 독재자 ’빅브라더스‘와 『1Q84』의 ’리틀피플‘의 연관을 가져보면서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학원수학강사이자 대필소설가인 덴고는 초등학교 시절 아오마메의 손을 잡았을 때의 격렬한 마음의 떨림의 기억을 20년이 넘도록 무의식속에 간직하며 살아왔다. 지금까지 어느 여자와도 다시는 그런 경험을 못했다. 학원 강사를 하면서 소설을 쓰다가 난독증을(디스렉시아)가진 17세 소녀 후카에리의 <공기 번데기>를 리라이팅(re-writing)해 그녀를 신인상에 당선시킨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고 후카에리는 일약 스타가 된다. 그 뒤에는 덴고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는 않는다.
<공기번데기>는 현실의 세계가 아니다. 그렇다고 *패럴렐 월드(parallel world, 원래세계와 병행하여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 병행세계, 평행세계라고도 한다)도 아니다. 리틀피플이라는 것이 현재 달리고 있는 1984년의 선로를 전환해서 1Q84년으로 옮겨온 세계. 즉 레일 포인트를 전환해서 1Q84라인으로 들어온 것이다. 리틀 피플은 일종의 암울한 그림자와 같은 존재이다. 어둡고 삐뚤어지고 파괴적인 존재의 그림자. 옛날에 ‘빌리지(village)'란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현실의 부당함을 피해 같은 생각의 집단이 현실세계와 격리된 채 숲속에서 마을을 이루어 살아간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또 다른 어두운 권력이 생겨난다. 결국 그 부당함을 피해 그 숲 속을 도망쳐 나오는 내용이다. <공기번데기>가 그 영화와 흡사한 느낌이다. 어떤 종교집단과도 흡사하다. 현실과 격리된 세계 그것은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세계이다. 그 곳에선 달이 두 개가 뜬다. 당연히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다. 도터, 마음의 그림자, 퍼시버, 지각(知覺)하는자, 이런 같은 부류의 용어들로 표현된 1Q84의 세계. 리틀피플은 그 세계의 통로역할을 하는 것이다. 죠지오웰의 소설 1984년에서 빅 브라더스와 비슷한 캐릭터이다.
리틀피플이란 융이 말하는 ‘그림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그들을 ‘셀수는 없지만 혼자가 아니다’라고 설명하는 것을 보면 마찬가지로 융이 ‘집단적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ness)'을 이야기 했다는 사실도 상기할 수 있다. 그 설에 따르면 개개인의 무의식 그 밑바닥에는 그 인간이 속하는 집단, 민족, 나아가서는 인류 전체로까지 넓게 퍼지는 깊은 영역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리틀피플은 말하자면 ‘인류의 집단적 무의식의 그림자’를 은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리틀피플이란 무엇이가?라는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역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관한 문제 일 것이다. 덴고라는 캐릭터는 어쩌면 하루키 자신일 수 있겠고 1Q84는 현재 거품경제 직전의 일본 사회의 병리현상을 드러내고 있지 않을까 한다.
스포츠강사인 아오마메도 <공기번데기>를 읽고 덴고의 논리와 그 룰에 따라 1Q84의 세계로 이끌려간다. 꽉 막힌 도로에 서 있는 택시 안에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를 듣게 된다. 그것은 소설의 마지막부분에서도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음악적 재능을 소유한 덴고와의 영혼을 잇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클라비어 곡집>을 좋아하는 덴고, 음악적 재능과 수학적 재능을 동시에 지닌 덴고의 내면세계를 느끼는 끈이다. 또 어느 날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 하늘을 보다가 두 개의 달이 떠 있는 것을 본다. 마침 놀이터에 앉아 있는 한남자도 그 두 개의 달을 올려다본다. 아오마메는 그 남자가 덴고 임을 직감한다. 이렇듯 둘은 이미 1Q84년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
덴고는 아버지의 병원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덴고는 <공기번데기>를 발견한다. 그 번데기 속에 아오마메가 누워 있음을 본다. 기시감(旣視感, 데자뷰dejavu, 영원회귀永遠回歸)마저 느낀다. 그리고 덴고는 꼭 어디에서든 아오마메를 찾으리라고 결심한다. 덴고의 영혼에 존재해왔던 아오마메를 꼭 만날 수 있을까?1Q84의 세계에서...
또한 덴고와 아오마메의 마음은 시간과 거리를 초월해서 서로 맺어져있고, 두 사람 모두가 그런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굳세게 보전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인간의 마음’의 신뢰성을 작가는 넌지시 던져주고 있다 하겠다.
『1Q84』, 책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리틀피플, 하늘에 뜬 두 개의 달의 정체 등 의문점(Question)을 많이 남겼다. 아마도 현재 집필중이라는 제 3권에서는 이 안개 같은 수수께끼가 모두 풀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제 3권이 기대된다.
*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의 총 결산물이라고 난 활자를 보고 이 책을 샀다. 그러나 1권을 읽는 내내 정서가 맞지 않아서 힘들게 읽었다.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1권을 다 읽고 2권을 읽기 시작했는데, 작가의 문학적 실체가 드러나면서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뿌듯했다........
첫댓글 저도 책을 읽다 보면 정서가 맞지 않고 때로는 이해가 어려워 덮어두고 주로 수필집이나 시집을 읽곤 하는데, 수진님은 인내력이 대단하네요 부럽기도 하구요, 새해에는 몇 권의 책을 선별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이 책 신문이면 신문, 교보문고 가면 신간 코너에 잔뜩 쌓여 광고 대단하지요.. 그래서 아이들이랑 읽으려고 샀는데 읽다보니 애들은 나중에 나중에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읽다가 몇번 덮어두고서 남편에게도 투정을 부렸어요.. 이 책 괜히 샀다고 그런데 이 책 주제가 뭔지 알아? 하더군요 그래서 물었지요.. "인내와 끈기" 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일본이란 나라는 참 우리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참 작가도 대단하단 생가이 들었습니다.. 크~~ 여기서보니 무지 반갑습니다........^^
전 지난달에 읽었는데 3권이 나오는 줄 모르고 2권까지 읽고 너무 허탈했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3집이 집필 될꺼라고 하더군요. 덕분에 모처럼 책을 기다리는 즐거움을 가질수 있게 되었어요.^^
벼리님... 넘 반갑습니다... 독서를 열심히 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책 읽은데에 박수 치고 싶습니다...꼭 최명희 '혼불'같이 허망하지요? 결말도 궁금해지고.. 같이 기다려요.. 그리고 3권나오면 읽읍시다... 그나저나 벼리님.. 예쁜 시집은 곧 나오지요? 하여튼 반갑습니다..^^ 19:38
역시, 언니네~ 방학을 참 멋지게 보내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참 부럽다. 그래도 덕분에 제목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겠네요. 열심히 독서하는 그대에게 아름다운 날 있으리~
고맙구료.. 잘 지내고 있지요... 시간 참 잘도 갑니다...책 제목이 특이 하지요.. 첨엔 지능지수 인줄 착각했어요...세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놀랐어요..방학이라 아이들하고 시름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지요...건강하게 잘 지내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참 좋다.. 사랑방 같아서... 딸 아이랑 시름하면서 지내겠군요..잘 지내고 있는듯해서 좋아요... 올해는 눈이 많이 내려서 백지 같습니다... 덕분에 야스나리의 雪國도 다시 읽어 보는군요.. 온천지가 하얀 설원을 보니까 생각나서... 문체가 참 아름답더군요..세레나님도 잘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