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에 나오는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어 사람이 되었다는 곰도 반달곰일까?
언제부터인가 지리산에 사라진 반달곰을 복원하기 위해 반달곰을 방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어린 반달곰은 다 커서 새끼도 낳고 제법 위풍당당해졌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해선지 지리산 주변에서 키우던 벌꿀을 손대기 시작했습니다.
이 넓은 지리산에서 꿀 냄새만으로 벌통이 놓인 곳을 찾아오는 반달곰이 참으로 영특하다
여겼습니다.
하지만 반달곰이 꿀맛을 제대로 누리기도 전에 지리산 꿀벌은 사라졌습니다.
꿀벌로 치면 전염병이 돌아 일시에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어릴 적 사람 손에 키워지다 야생에 방사를 해선지 지리산 반달곰은 야생에 적응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과제였던가 봅니다.
등산객 뒤를 따라다니며 과일을 얻어먹기도 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반달곰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가끔씩 집에 들러 혹시 곰이 오거든 쫓아달라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하시는걸 보면 반달곰은 사람과 친분이 있나봅니다.
깊은 산중에 살면서 언제 어디를 돌아다닐지 모를 반달곰을 만나면 어떻게 피해야 하나 고민하는 우리에게 곰을 쫓아달라는 주문은 억지에 가까웠지만 사람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도 되긴 했습니다.
이 반달곰이 올 8월에 기어이 집에 나타났습니다.
제가 살던 집은 지리산에서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유일한 마을입니다.
지난 해 겨우 한 발짝 내려왔지만 여전히 그 집에는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공부를 하기 위해 오신 거사님이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집에서 오로지 공부 일념 하나로 살고 계십니다.
제가 내려오기 전까지 지리산에서 채취할 수 있는 100가지 산야초를 발효시켜 백초효소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거사님이 쓰고 있는 방 뒤에 조그만 창고를 만들어 항아리에 효소를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꿀이 없어진 뒤 반달곰이 이 효소를 노리고 집에 침입했습니다.
새벽에 잠자고 있던 거사님이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효소창고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눈을 떠보니 무언가가
꿀꺽 꿀꺽 마시는 소리가 들렸답니다.
많이 놀랐겠지요?
깜깜한 밤중에 사람 발길이 끊어진 깊은 산중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겁니다.
혹시 멧돼지가 들어왔나 하고 생각은 할 수 있지만 곰일거라곤 상상도 못했을겁니다.
다행히 이 거사님은 간담이 튼튼하신 분이라 손전등을 들고 밖을 나가셨다 합니다.
간담이 튼튼하신 거사님이라도 그 시간 그 깊은 산중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를 향해 다가가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손전등을 비추는 순간 가슴에 흰무늬가 선명한 무지막지한 반달곰이 항아리 뚜껑을 열고 효소를 꿀꺽 꿀꺽 마시고 있었다 합니다.
백사오십킬로그램이나 되는 거대한 곰을 어찌 쫓을거라고 손전등을 비추며 소리를 지르셨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거사님이
곰한테 맞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어릴 적 행동이 느리고 굼뜨면 어른들이 미련 곰탱이라 놀리곤 해 곰이 미련한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항아리 뚜껑을 사람이 손으로 열듯이 곱게 열고 효소를 먹은걸 보면 곰은 절대로 미련한 동물이 아닙니다.
몇 해 전 꿀을 먹고 있는 곰을 동네사람들이 쫓아내기 위해 이리저리 서두를 때 곰은 유유자적 자기 할 일을 다하고 다녔다 합니다.
아마 거사님이 쫓아낸다고 소리를 질러도 곰은 유유자적 움직였을 겁니다.
어찌어찌 도망간 이 곰이 다시 새벽 4시경에 또 나타나 다른 항아리를 열고 또 효소를 먹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대면에서 곰이 워낙 크고 쉽지 않은 상대임을 알아차린 거사님이 이번에는 밖에 나갈 계획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방안에서 창문만 열고 냄비를 두드렸다 합니다.
2차 침입도 어렵게 물리치긴 했지만 이미 곰이 항아리 두 개를 손대는 바람에 어마어마한(?) 재산피해를 입었습니다.
곰 쫓아내느라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한 채 곰 침입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거사님이 내려오셨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밤새 아무도없는 산중에서 곰을 만난 거사님은 일생일대에 위기였습니다.
살아 돌아온 것이 천만다행한 일입니다.
일단은 지리산 곰팀에 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당장 달려온 곰팀이 현장에서 곰이 다녀간 흔적들을 발견했습니다.
효소창고 돌담을 무너뜨리고 들어오면서 털을 남기고 갔나봅니다.
다행히 곰이 입힌 피해는 곰팀에서 보상해준다고 합니다.
그럴줄 알았으면 먹던 효소나 다 먹고 신나게 돌아가게 할 것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효소 지키기 위해 곰을 쫓은 것은 아닐겁니다.
무지막지한 곰이 집 근처에만 와도 신변에 위협을 느껴 소리라도 지를겁니다.
아직 보상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곰이 다녀가고 딸이 한마디 합니다.
“우리 효소를 반달곰이 사 간거야?”
그렇습니다.
올 해는 백초효소 지리산 반달곰한테도 팔았습니다.
첫댓글 선생님이 맹근 효소 지키니라 그 반달곰과 밤새 격투하다,,,,,
여해거사님이 갈비를 다치신거군요!!
웅담 쬐끔만 팔고 가라 하지 그랬슈?
ㅎㅎ 물정모르는 반달곰한테 한 2천만원어치 이상 팔 수 있었는데ㅠㅠ 저도 물정을 모르는 탓에
겨우(?) 1/3밖에 못 팔았네여...^^
ㅋㅎ 산내신문에 제보하고싶은 기사꺼리인데요~ 여해거사님 놀랍고.... 쌤 효소판로확장 축하드립니다!
그렇잖아도 지리산 곰까지 어려운 살림을 도와줘
기쁩니다. 또 와서 나머지 효소도 먹고 가길 은근히 바라고 있습니다.
또 온다고 한번 놀란 거사님이 힘들어하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