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온 뚝배기
“이런 이가 빠졌네. 못쓰겠어.“
철이네 집 앞에 이 빠진 뚝배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어요.
‘된장찌개를 담아 식탁에 올랐던 때가 좋았는데…’
뚝배기는 식탁에 둘러 앉아 된장찌개를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던 철이네 식구들을 떠올렸지요.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굵은 빗방울이 뚝배기 안으로 후두둑 쏟아져 들어왔어요.
뚝배기 안에는 빗물로 가득 찼답니다.
”음, 여기서 세수하면 되겠다.“
참새 한 마리가 포르르 날아와 뚝배기 위에 앉더니, 어푸어푸 세수도 하고 신나게 물장구도 쳤어요.
뚝배기는 참새를 보며 상상했어요.
‘나도 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야옹~ 목 마른데 잘 됐다.“
지나가던 길냥이가 뚝배기 안에 고개를 쑥 들이밀고 낼름낼름 물을 마셨어요.
뚝배기는 생각했어요.
‘고양이랑 술래잡기 하면 재미있겠다!’
”앗, 해님이다! 얘들아, 여기로 들어가자.“
쥐며느리 가족이 뚝배기 바닥 아래로 모여들었어요.
아기 쥐며느리들이 속닥였어요.
“와! 뚝배기님 안에 하늘이 담겨 있어!”
“그러게! 구름도 있고, 날아가는 새도 보여!”
뚝배기는 미소 지었어요.
뚝배기 안에는 봄비, 하늘, 구름, 새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지요.
그때, 어디선가 따뜻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고마워요. 잘 키울게요.”
철이네 옆집에 사는 호호할머니였어요.
할머니는 이웃 동네에서 꽃모종을 얻어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할머니의 발걸음이 뚝배기 앞에 멈췄지요.
“어머나, 이거 쓸 만하겠는 걸?”
호호할머니는 뚝배기를 들고 철이 엄마에게 말했어요.
“이 빠진 뚝배기, 내가 가져가도 될까요?”
그렇게 뚝배기는 호호할머니네 정원으로 옮겨졌어요.
포슬포슬 흙이 채워지고, 노란 달맞이꽃이 심어졌지요.
“호호, 예쁘게 자라거라.”
뚝배기는 햇살 아래서 행복하게 속삭였어요.
‘이제 나는 꽃을 품은 화분이야!’
이 빠진 뚝배기는 꽃들과 함께 웃고, 바람과 인사하며 새로운 행복을 가득 담았답니다.
2025. 3. 5.
제 2회 전국 동시 쓰기 공모전 우수작 동요 ‘집나온 뚝배기’를 보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