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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11일(목)
어김없이 7시면 떠지는 눈. 난 여행가면 잠을 푹 자지 못한다. 옆에 민재가 있기 때문인지아님 자리가 바뀌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민재는 그럼에도 잘 잔다. 8시나 되서야 깬다.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먹으러 갔다.
어제 먹은 사테와 맥주 때문에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안 먹기 아까워서 그냥 갔다. 안 그래도 성인 2명분의 식사 값을 지불한 상태인데 밥은 성인 한명밖에 안 먹어서 안그래도 억울한 참인데 그나마도 안 먹을 수는 없다. 담에 온다면 조식 빼고 방값만 내고 오리라. 근처에 보니까 간단히 먹을 빵집들과 푸드센터도 즐비하던데...
그나마 식당에 내려가 보니 어제와는 메뉴가 좀 바뀌어 있어서 다행이다.
미고렝 같은 볶음 국수도 있고 치킨 요리도 좀 있다. 잘 먹었다.
원래의 예정은 오전에 보타닉 가든을 산책하는 것이었는데 민재가 너무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거기 갔다가는 빈탄가는 페리 시간에 늦을꺼 같다. 그냥 수영장에서 수영이나 한판하기로 했다. 3층에 위치한 오차드 호텔의 수영장을 그런대로 괜찮았다. 무엇보다 여긴 수영장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좋다. 한여름의 서울시내 수영장은 거의 목욕탕 수준이다. 어찌나 바글거리는지... 민재같이 어린아이는 치이기 일수 였는데 여기선 그럴 염려는 없다.
한 한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10시 반쯤 체크 아웃을 했다. 빈탄에 짐을 다 가지고 가기가 뭐해서- 게다가 난 유모차가 2개가 아닌가! -유모차 한 개와 캐리어 하나를 벨보이에게 맡기고 짐표를 받아들고 택시를 탔다. 하루이상은 안 봐줄까봐 걱정했는데 내일 온다는 대도 괜찮다고 한다. 무지 고맙다.
타나메라 페리터미널은 거의 버스터미널과 흡사했다. 자기가 가는 곳의 티켓을 파는 곳에 가서 표를 끊고 짐을 부치고 기다리다 타라면 타면 된다. 단 인도네시아로의 입국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출입국 신고서를 써야 하지만 나처럼 인터넷으로 배표를 끊은 사람은 내가 이미 살 때 입력했던 정보들로 출입국 신고서를 미라 다 작성해서 주기 때문에 싸인 등 몇 가지만 하면 되서 아주 편했다. 난 여기서 인쇄해간 페리 예약증을 보여주고 티켓과 이미 작성된 출입국 신고서를 받았다. 간단히 출국심사를 마치고 선착장으로 들어가 간다히 마련된 코피티암(내가 보기엔 푸드코트 체인점 같은 거로 보인다.-여기 저기 많다.)에서 치킨라이스(밥 위에 닭백숙 같은 거 얹어줌)를 하나 포장해서 시간을 기다리다 배에 올랐다.
페리는 거의 우리나라 한강 유람선 수준이었고-거의 비슷함- 에어콘을 너무 틀어나서 난 너무 추웠다. 아이들은 떠들고 뛰어다니고 좀 시끄러운 유람선 분위기다.
그 와중에도 민재는 잘도 잔다. 배 탄다고 그리 좋아하더니만 타자마자 자다니...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빈탄 페리터미널에 도착하니 다시 한번 진행되는 입국수속.
졸지에 2개국 여행이 되어버렸다. 빈탄 터미널에는 각 리조트에서 셔틀버스 태워가려고 나온 리조트 직원들이 시끄럽게 자기 리조트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난 니와나가든 리조트 팻말 앞에서 바우쳐를 보여주고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다보니 번쩍 뜨이는 간판--폴로!!! 아 저게 그 말로만 듣던 무지 싸다는 폴로인가??
한번 가보자. 가서보니 30~50%세일을 하고 있는데 워낙 정상가격도 싸서 50%세일하는 티셔츠는 싱가폴$15 전후이다. 그럼....10000원???
진짜 맞나?
하여튼 정신없이 몇 개를 고르다 뒤가 썰렁해서 보니 앗! 사람들이 다 없어졌다.
우씨~~ 어쩌지? 다행히 니와나 가든에 가는 사람이 많아서 몇몇 못 탄 사람을 위해 버스가 한번 더 온단다. 휴~~ 다행이다. 내가 왜 이러지?? 정신 차리자.
더운 땡볕에서 한 15분 정도 기다렸더니 버스가 온다.
니와나 가든은 니와나 가든이라는 호텔과 마양사리, 인드라마야라는 풀빌라로 이루어진 꽤 큰 리조트이다. 괌이나 사이판의 pic처럼 워터파크 같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조용히 쉬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겁게 놀수 있는 분위기다.
니와나 가든에 도착하자 기분이 무지 좋아졌다. 난 이런 곳을 좋아하나 부다.
이제부턴 여행이 잘 풀릴꺼 같은 예감이 든다. 우하하하~~~
내가 빈탄에 도착한시간은 12시 30분쯤...
근데 체크인을 하러가니 3시부터 들어갈 수 있단다. 이럴수가!!
뭐 하는 수 없지..우선 리조트안을 둘러보기로 했다 로비는 큰 편은 아니였지만 안에 커다란 체스판과 당구대, 오락실, 기년품 점등이 있었고 우리처럼 체크인을 기다리는 사람과 체크아웃을 하고 페리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난 우선 페리 리컨펌을 부탁하기 위해 로비에 있는 페리 전담 데스크(?)로 갔다. 조그만 테이블에 직원이 2명 있는데 가서 내 인터넷 예약한 인쇄물을 보여주니 조그마한 번호표를 주면서 내일 10까지 여기로 오면 표를 주겠다며 내 예약증을 가져가 버린다. 아니 이것들이!!!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조목조목 따질 능역이 안 되서 그냥 알았다고 했다.
그 맞은 편에는 해양 스포츠나 켈롱 레스토랑 예약을 받는 데스크가 있었는데 거기에 골프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전동카트-일명 버기-를 대여해 준다고 한다.
전부터 한번 타보고 싶었고 안 그래도 시간이 남는데 리조트 한바퀴나 돌아보자 싶어 물었더니 30분에 $20인데(여기서도 다 싱가폴 달러 쓴다.)운전면허증이 있어야 된단다.
아니 여행가면서 내가 왜 우리나라 운전면허증을 챙기냐고... 누가 일부러 가지고 가라는 것도 아니고... 열받는다. 나 운전 잘하는데...민재는 집에 가서 가져오란다. 얘는 한술 더 뜨네... 하여튼 어찌어찌 민재를 포기시키고 나니 그래도 1시 반이다.
에라 모르겠다 수영장이나 나가보자. 우선 짐을 프론트에 맡기고 민재 수영복과 수건 하나를 간단히 챙기고 아까 샀던 치킨라이스 도시락을 들고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장은 싱가폴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산했고 아주 낮은 수영장이 있어 아이만 들여보내서 놀기에도 위험하지 않았다. 난 썬베드에 앉아서 치킨라이스를 먹고 민재는 수영을 했다. 민재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난 한가로이 앉아 수영장과 연결된 수평선을 바라보니 어제의 끔찍했던 일들이 다 용서되는 거 같았다.
놀다보니 3시.
체크인을 하러갔다. 방은 2층의 씨뷰였다. 하하하~~거봐 내가 잘 풀릴꺼 같다고 그랬지?
전망도 좋고 방도 바닥이 타일로 깔려있어서 맘에 들었다. 카펫이 깔려있는 방은 왠지 진드기들이 있을꺼 같아서...
방은 아담하고 깨끗했다 별 군더더기 없이...
우린 다시 수영복을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나갔다. 실컷 수영하고 바닷가 나가서 해먹에도 누워보고 고동같은 것도 잡아보고... 좀 서해안 갯벌 같아 바다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안든다. 한 6시까지 놀다가 들어왔다. 민재는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또 수영을 한단다.
저녁을 어찌할까하다가 리조트 안에 별로 먹을 게 없다는 소리를 들은 터여서 미리 가져간 햇반과 참치, 김, 사발면으로 대충 때우기로 했다. 전자렌지없이 햇반 데우는 거 무지 힘들다. 뜨거운 물에 한 30분은 담가놓아야 되는거 같다. 계속 물도 뜨거운 걸로 갈아줘야 한다. 하여튼 힘들다. 기다리다 라면은 불었다. 그래도 민재는 잘 먹어줬고 식사를 마친 우리는 산책을 나섰다.
로비에 가보니 공짜인 줄 알았던 당구대는 돈을 넣어야 공이 나온다. 별 웃기는게 다 있다.
돈 넣어야 되는 당구대는 첨 본다. 민재는 전자오락기 좀 만져보고 난 남들 당구치는거 좀 구경하다 수영장 쪽으로 나왔더니 풀사이드 레스토랑이 있었다.
대충 가격을 보니 앗!! 얼마 안 비싸다. 여기서 사먹을껄... 스팀보트도 있고...
이왕 먹은거 어쩔 수 없지. 내가 대체 왜 햇반하고 라면을 들고와서 그걸 먹으려고 이토록 애를 쓰며 고생을 하는지... 라면도 까르푸에 깔렸고 밥도 아무데서나 먹을 수 있는데...
담에는 이런거 안들고 다니리라...다짐하며 빈탄에서의 잠을 청했다.
2003년 12월 12일(금)
아침이다.
바닷가 전망이라 바다를 보며 맞는 아침이 상쾌하다. 어젯밤에는 소나기 같은게 내려 밤새 또 걱정 했는데 아침이 되니 말짱하다.
로비 1층에 마련된 식당으로 아침 뷔페를 먹으러 갔다. ‘한솔교육’에서 무슨 연수를 왔는지 식당이 시끌벅적이다.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린다. 니와나에 한국 사람이 유난히 많다더니만...
식사는 썩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먹을 만 했다. 치킨커리가 나와서 그것도 좀 맛봤다.
싱가폴에 머무는 동안 아침식사 때마다 과일을 무지 기대했는데 수박, 메론, 자몽 등으로 날 실망시켰다. 아 !팬 퍼시픽에서 드래곤 후르츠란게 나왔는데 맛은 그저 그랬다.
우린 점심을 대비하여 바나나 하나 패스츄리 2개의 반출에 성공했다. 변명하자면 점심시간이 애매해서 어쩔 수 없었다.
우린 짐을 대충 정리하고 수영장에 한번 더 나가기로 했다. 여길 그냥 떠나면 무지 아쉬울 꺼 같다. 한 한 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10시가 다 되어가길래-페리 표 받기로 한 시간-짐을 들고 나와서 수영장 근처에 있는 아이들 놀이방에서 좀 쉬었다가 로비로 가서 티켓을 받았다. 이번에도 또 출입국 신고서가 작성되어 있었다. 진짜 편하다.
10시 20분쯤 출발하는 셔틀 버스를 타고 빈탄 페리터미널로 이동했다.
12시 배라 좀 기다려야 했지만 그 안에 있는 코딱지만한 면세점을 구경하느라 시간은 잘 갔다.
빈탄 터미널에 도착하니-민재는 또 배에 오르자마자 잔다. 진짜 웃기는 애다.-싱가폴 시간으로 두시가 다 되간다. 시차가 한시간이 있어서 한시간이 날아가 버렸다.
오늘 2시에 동생을 팬 퍼시픽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동생부부는 발리로 신혼여행을 다녀오다가 싱가폴에 어제 도착하여 하루를 스탑오버 하는 중이다. 오늘 11시 45분 출발 비행기라 잠시 만나서 놀기로 했다.
배가 좀 늦게 도착하는 통에 시간에 약간 차질이 생겼다. 2시까지는 호텔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배에서 내린 시간이 2시라니...
우선 급한 마음에 택시타는 곳으로 뛰었다.
앗!!! 택시 타려고 서있는 사람이 어림잠아 15명은 되는 거 같은데 택시는 절대 안 들어온다. 꼭 급하면 사고를 친다.
맘이 급해져 택시를 도저히 못 기다리겠다.
다시 페리터미널로 들어가 콜택시가 있나 알아봤더니 어떤 쪼그만 할아버지가 바로 콜 불러주는데 $35달란다. 쫌 비싸지만(내가 오차드에서 여기까지 $11에 왔는데....) 바쁘니가 그러마 했다. 근데 이 할아버지가 그때부터 택시를 수소문 하는데 이 택시오는데 15분 걸리고... 원래 택시줄은 점점 줄어 내 앞에 있던 사람도 결국 택시타고 가버렸다. 우~앙~~~
너무하는거 아냐?? 내가 막 뭐라했다. “너무 오래 기다린다. 나 더 이상 못 기다린다.” 이 할아버지는 꼼짝도 안하고 길에서 택시만 기다리고 있다.
절대 타나메라 페리 터미널에서 콜 부르지 마시길....
하여튼 어찌어찌 도착한 봉고 비슷한 택시를 타고 팬 퍼시픽에 도착한게 거의 2시 40분.
동생랑 제부가 나와 기다린다.
힘들게 도착한 날 보자마자-내가 저희들 땜에 거금 $35이 든지 아는지 모르는지...-센토사에 가잔다. 휴~~~
막 결혼한 신혼부부들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는 난 우선 체크인부터 하고 센토사에 가기로 했다. 오차드에 있는 내 짐들아 쫌만 더 기다려라.
체크인 하고 들어간 방은 무지 좋았다. 그동안 거쳐 온 호텔들 중에 젤 맘에 든다.
22층이라고 해서 스위트룸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 거 같다. 엘리베이터에 스위트룸들이 있는 층이라고 했는데...하지만 세면대로 따로 화장실 밖에 2개나 있고 침대헤드도 고급스럽고 책상도 있고... 하여튼 좋다.
짐만 우선 내려놓고 택시로 faber산으로 향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택시가 쉽게 잡히진 않았고 그래서 동생부부는 싱가폴 택시잡기가 하늘에 별따기인줄 안다. 지금도...
하여튼 파버산에서 센토사로 들어가는 케이블카를 탔는데 여긴 정말 썰렁하다.
거의 케이블카의 중간 기착지인 하버프론트의 월드트레이드 센터에서 타나보다. 하버프론트에는 지하철이가니까...
하지만 파버산에서 타면 케이블카는 훨씬 오래 탄다. 중간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서기는 하지만 안 내리고 있으면 센토사까지 간다 .케이블카 이용료를 사면 센토사 입장료가 포함되어있는데 $2이다. 이건 버스나 택시로 센토사에 가도 무조건 입장을 하면 내는 돈이다.
하지만 모노레일과 버스 등을 탈 수 있으니 그리 아깝지는 않다.
센토사에 도착하여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피자와 콜라로 해결했다.
센토사는 섬 여기저기에 볼거리를 마련해놨는데 그 위치나 가는 방법을 파악하기가 그리 쉽게 설명되어 있자 않아 첨에는 좀 헷갈렸다.
모노레일은 한 방향으로만 도니까 최단거리를 찾아야 했고 버스 노선도 그 조그만 섬에 버스가 4 노선이나 돌아다녀 무지 복잡한 듯 보였다.
하지만 우린 시간이 별로 없어-동생부부가 일찍 나가서 저녁도 먹고 짐도 찾아 공항으로 가야하므로-언더워터월드와 돌핀라군만 가보기로 했다. 흑흑흑~ 분수쇼도 못 보고....내참 다시 올 수도 없고...
먼저 모노레일을 타고 언더워터월드에 갔는데 63빌딩수족관, 괌의 워터월드, 시드니의 아쿠아리움에 이은 또 한번의 수족관이다. 왜 이리 수족관은 열심히 다니는지... 아이때문이겠지.
다 비슷비슷했지만-개인적으로는 시드니가 젤 맘에 든다. 크기도 젤 크고 신기한 것도 많다.- 마침 그때가 물고기 밥 주는 시간이어서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나와보니 거의 돌핀라군 시간이 되어간다. 버스로도 갈 수 있었겠지만 방향이 헷갈려서 그냥 좀 돌기는 해도 한번 센토사 둘러보는 셈 치고 모노레일을 탔다. 가는 길에 센토사 해변을 둘러갔는데 해변은 진짜 별로다 물에는 정말 들어가고 싶지 않고 모래사장에서 그냥 노는 정도만 할만 할꺼 같다. 중간에 비치트레인이란 것도 보였는데 시간상 타볼 수는 없었다. 이뻐보였는데...
근데.... 또....비가오기 시작이다. 게으름피우다-수족관 나와서 괜히 시간 많다고 중간에 식당에 앉아 좀 놀다 왔거든-돌핀라군 시간에 늦게 생겼다. 언더워터월드 표에 돌핀라군이 포함되어있어서 기를 쓰고라도 봐야 한다. 근데 왜 같이 안붙어 있는거야...
게다가 모노레일 역에서 돌핀라군 하는데까지 진짜 멀다.-모르겠다. 비 맞으면서 걸으니까 무지 멀게 느껴진다. 버스는 바로 앞에 서든데... 하여튼 비를 부실부실 맞으며 거의 뛰다시피도착한 돌핀라군 쇼장에는 벌써 앉을 자리가 없다. 모래사장을 낀 바닷가를 막아놓고 하는데 비 맞은 샌들로 모래사장을 걸으니 가관이다. 코리아 아줌마 정신으로 짐만 올려놓은 의자의 짐을 다 치우게 만들고 겨우 몇 자리 만들어서 천막 안에 앉았다.
쑈는 나름대로 볼만했지만 내의 몰골은 그다지 우아하지 않았다. 돌핀라군이 끝나자 사람들이 모두 우르르 몰려서, 게다가 비까지 오는 관계로 모두 버스 정류장으로 모였다. 정말 사람 많다. 한줄은 노란 버스, 한줄은 빨간 버스 오는 줄이라고 해서 대충섰는데 저 멀리 보이는 차가 빨간 버스들 뿐이다. 근데 난 노란줄에 있었으니 잽싸게 새치기를 했다. 옆의 빨간줄로... 우씨~~근데 버스 색깔만 빨간색이고 앞에 RED, YELLOW라고 써있다.
괜히 새치기했다. 도저히 케이블카타고 뭐타고 못가겠다. 우선 아무 버스나 타고 버스기사에게 택시 어디서 타면 좋으냐고 했더니 어디서 내리란다. 기사가 내리란 곳에 내려서 기다리니 가뭄에 콩나듯 택시가 보인다. 이게 택시가 들어와야 나가는 걸 잡든지 말든지 할텐데 누가 이 비 오는 6시에 택시타고 여길 들어오겠는가. 비까지 오니 더 음산해 보인다.
얼마간 기다리니 겨우 한대가 나타난다. 우선 오차드 호텔의 내 짐도 찾아야 겠고 동생이 코카의 스팀보트도 먹어야겠다고 해서 오차드 로드로 갔다.
잠시 포럼 쇼핑몰에 들러 민재선물도 하나 사줘서 민재만 신났다. 벌써 토마스만 열 몇 개를 샀다. 지독한 녀석...
비오는 오차드 거릴 겨우 걸어 니안시티 4층에 위치한 코카에 갔더니 1시간 반을 기다리란다. 그 옆의 식당도 마찬가지다. 금요일이라서 더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지하 푸드코트로 갔더니 거기도 다를 바 없다. 사람이 밀려다닌다.
잠시 동생만 푸드코트 옆에 있는 콜드스테이지라는 대형 마트에 가서 칠리소스랑 카야잼만 몇 개사고 서둘러 나왔다.
비행기시간은 다가오고 너무 당황스럽다. 오차드로드는 완전 주말 오후 명동거리다. 걷기조차 힘들다. 우선 내 짐부터 찾으러 오차드 호텔로 가는데 호텔로 들어가는 쇼핑센터 입구에 스팀보트 하는 데가 있던 거 같아 그곳으로 정했다. 마오쩌뚱의 집이란 곳이었는데 그곳도 사람은 많았지만 그래도 자리는 하나 있었다. 종업원들은 중군 공산당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나중에 보니 일하는 것도 좀 어리버리해 보였다. 스팀보트 뷔페였는데 새우에 고기에 맛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거의 샤브샤브다.
가격은 그리싸지 않았는데 3명 먹고-아이는 3살이라고 우겼다-타이거 맥주 1병 해서 서비스차지 포함해서 $106나왔다. 내가 냈다. ㅠ.ㅠ 이 돈은 내가 싱가폴에 있는 동안 먹은 모든 식비를 합한 돈보다 많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가서 짐을 찾아 나는 호텔로 동생은 그들이 묵었던 스위스호텔 스템포드로 가서 짐을 찾아 공항으로 향했다.
힘든 하루였다. 하루가 진짜 길다. 그 와중에도 민재는 토마스 기차만 보면 흣뭇해한다.
애는 애다. 그래서 아예 다행이다.
2003년 12월 13일(토)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강한 햇살에 눈이 떠진다.
안락한 침대에서 잤더니 기분이 좋다. 민재는 아직 자고 있지만 난 할 일이 많다.
아주 중요한 일...
<잠깐 부연설명을 하자면 싱가폴 에어라인에는 두가지의 프로모션이 있다. 하나는 익스피어리언스, 즉 에어텔이고 하나느 싱가폴을 중간 기착지로 하는 싱가폴 에어라인 고객을 위한 스탑오버 패키지 이다. 여기에는 동물원 등의 입장료 할인이나 쇼핑몰 할인권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데 이게 무시 못한다. 근데 내가 첨에 이해가 안갔던 건 왜 스탑오버 패키지에 더 많은 할인권 및 공짜 입장권이 있느냐는 것이다. 스탑오버에는 3대 동물원(동물원, 나이트 사파리, 주롱새 공원)의 무료 입장권, 리버보트 무료탑승권, 자잘한 박물관의 무료입장권, 센토사 케이블카 할인권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쿠폰을 준다. 홉-온 버스라고 우리나라 시티투어버스 비스므레하게 싱가폴 에어라인에서 운영하는 버스도 공짜다.
난 이해가 잘 안갔다. 아니 왜 싱가폴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저걸 줘야지 잠깐 지나가는 사람에게 한 50 가지에 가까운 쿠폰이라니...--지나보니 이해간다.
스탑오버하는 사람들은 그거 한 2장 쓰면 많이 쓰는 거다. 절대 다 못쓴다. 줘도 별 소용없는거다. 근데 싱가폴에 놀러온 사람들은 아마 기를 쓰고 쓸꺼다.
하지만 조건은 있다. 스탑오버 하는 날짜에 써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어제인 12일에만 쓸 수 있다. 거기에 날짜가 표시되어 있거나 아님 스탑오버 중이라는 증명을 해주는 카드를 같이 제시해야 한다.>
아침부터 해야 했던 나의 이 중요한 일이란 동생이 내방에 버리고 간 이 쿠폰들을 추리는 일...우하하하~~~
이 제도를 허술하게 관리만 해준다면 한 $50이상은 아끼겠다.
들키면 좀 (?)팔린 짓이긴 하지만 그럼 몰랐다고 해야지... 한국말로 아니 일본말로 대충 지껄여볼까? 하지만 일본말은 ‘아리가또’ 밖에 모른다. 아 ‘스미마셍’이라고 해야겠다.
뭐 별의별 쿠폰이 다 있다. 하지만 난 ‘뮤지엄’ 이랑은 잘 안 친하니까 다 제끼고 겨우 동물원, 주롱새공원, 덕투어 30%할인, 리버보트 무료승선, 트라이쇼 50%할인권 이렇게 몇장만 챙겼다. 하하하~~~
민재를 깨웠다. 아침 먹으러 가자고...이놈은 아무데서나 무지 잘 잔다. 다 내 복이다.
새로운 호텔에서의 조식이라 기대를 했건만 별로다. 딤섬이 들어간 상하이식 누들이라나 쫌 라면 같은거 있고 안에 닭고기가 들어간 찐빵같은 거 있고 과일 중에 드래곤 후르츠란게 있었는데 좀 밍밍했다.
대충 먹고 나오니 호텔이 대충 어떻게 생겼는지 이제야 보인다.
팬퍼시픽은 37층의 고층이라면 고층인 호텔인데 우리나라 제주 하야트처럼 가운데가 뻥 뚤리고 삼각형으로 복도를 만들어 쌓아 올라간 형태의 호텔이다. 즉 각 층에 복도에서 보면 1층 중앙 로비가 보이지만 어지럼증이 있는 사람은 삼가해 주길 바란다.
22층까지는 그냥 호텔이고 23층부터는 장기투숙자를 위한 콘도 같았다. 식사는 3층에 있는 서머하우스란 곳에서 먹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여기 스팀보트도 먹을 만 한거 같았다.(어디 책에서 잠깐 봤는데 무지 반가왔다. 그리고 2층의 후문 비슷한 게 있는데 여기로 나가서 직진하면 선택시티로 이어지고 나가자마자 오른쪽으로 돌면 밀레니아 워크라는 쇼핑몰로 또 연결되고, 나와서 바로 오른쪽에 나있는 문으로 들어가면 마리나 스퀘어라는 시청역까지 연결되는 무지 큰 쇼핑몰로 들어갈 수 있다. 비 한방울도 안 맞고 시청주변 왠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시청 역까지 그리 가깝지는 않지만...
대충 지리가 파악되었으니 이제 출동이다.
우선 선택시티로 가서 덕투어를 하기로 했다. 전에 어떤 분이 덕투어는 미리 예약을 하라고 하셔서, 게다가 오늘은 토요일이니 일찌감치 나갔다.
아까 말한 후문으로 나가면 바로 선택시티의 컨벤션 센터이다. 다행히 덕투어는 컨벤션센터에서 4개의 빌딩으로 이루어진 선택시티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아주 쉬지는 않았지만 많이 헤메지 않고 찾을 수 있었다. 10시쯤 도착을 했었는데 11시 30분 것이 가장 빠르단다. 알았다 하고 한껏 쫄아서 30% 쿠폰을 보여주었더니....음하하~~~날짜 확인 안하고 바로 할인해준다. (나의 이런 전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방법이 소문나까 무지 두렵지만 그냥 후기가 쓴다.--절대 tip아님) 표를 챙기고 여행내내 나를 짜증나게 만들던 일회용 카메라가 다 떨어져 까르푸로 갔다. 디카로 물들어있던 나의 손가락은 무지 자주 셔터를 눌러대고 찍고 나서는 잘 찍었는지 확인할 길 또한 막연하고...이래서 문명의 이기가 무섭다.
난 왠만하면 길을 잘 외운다. 하지만 처음 접해보는 선택시티는 날 너무 당황시킨다. 호텔의 우리 방이 정면으로 선택시티를 향하고 있어 대충 건물위치는 파악이 되었는데 딱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동서남북이 완전히 헷갈린다. 우리나라 시청주변 지하도 같다. 한 일주일 돌아다니면 알 꺼 같은데.... 거기서 일하는 애들도 어디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잘 모른다.
그래서 생각해낸 나만의 방법은 우선 지하로 내려가는 거다 선택시티 4개의 빌딩은 가운데 부의 분수를 주위로 빙 돌아가며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우선 지하의 부의 분수를 포인트로 잡아 돌다가 내가 원하는 건물로 들어가 다시 1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난 집에 오는 날까지 선택에서는 이런 식으로 다녔다. 그래서 아직도 맨 끝인 컨벤션센터에서 또 맨 끝인 까르푸까지 1층으로는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어찌 되었든 간에 까르푸에 가서 필름 코너에 갔는데 첫날은 당황되서 보이지도 안더니만 오늘은 코닥에서 파는 싸구려 카메라가 보인다. $30(약 21000원 정도)쯤 하는데 플래쉬도 되고 필름도 갈아 끼울 수 있어서 첫날 샀었으면 많은 돈을 절약 했겠다.
혹시 갑자기 카메라에 문제 생기신 분들은 괜히 일회용 사서 짐 늘리지 마시고 큰 마트에서 이런거 찾아보시길... 필름 몇 개와 생수 작은거 2통을 사서 나왔다. 이 동네 호텔에서는 쥬스도 주고 커피도 주면서 물은 사먹어야 된다. 우리나라는 백화점마다 가면 생수기가 각 층마다 있어서 물먹기는 진짜 편한데...
지금도 생각나는 건 까르푸에는 생필품이 2층에다 있는데-우리나라 월드컵 몰 까르푸랑 아주 흡사하다.-2층으로 가기위한 무빙워크가 과일 파는 곳을 지나야 해서 그곳을 갈 때 마다 두리안 냄새때문에 코를 싸매야 했던 것이다.
쇼핑을 마치고 나와 보니 그래도 시간이 좀 남는다. 마침 앞에 커피 빈이 있다. 오랜만에 파는 커피한번 먹어보자 싶어 커피 빈의 아이스 카푸치노를 먹었다, $4.10. 별로 비싸지는 않다. 여기 가보니 주전자에 찬물이 좀 있다. 첨 보는 공짜 물이다.
어느덧 시간이 되어 덕투어 장소로 갔다.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간단히 비행기에서 보여주는 거 비슷한 안전용 홍보비디오를 잠시 시청하고 수륙 양용차에 올랐다. 배는 골드코스트에서 타봤던 것 보다는 아주 작았다. 안내원(?)은 아시아에서는 자기들이 최초라고 무지 자랑한다. 오리배를 탄다고 아침부터 무지 흥분하던 민재는 차가 출발하기가 무섭게 또 잔다.
정말 너무한다. 이게 얼만데...
한 1시간에 걸친 드라이브 및 싱가폴 강 유람은 그런대로 괜찮다. 차가 싱가폴 강에 빠질때 물이 좀 많이 튀는데도 민재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꿋꿋하다.
내 앞에 앉아있던 비즈니스로 왔다던 한국아저씨는 배 주위로 붙여놓은 크리스마스 장식에서 빠진 초록색 물감에 흰색 외이셔츠를 다 버렸다. 앗! 나도 조심해야지...
덕투어가 끝나자 민재가 일어난다. 그냥 사진이나 한 장 찍었다.
덕투어에 음료수가 포함되어 있다더니 그게 바로 생수다.생수를 하나씩 나눠준다.
우씨~~나 아까 생수 2통이나 샀는데.... 이제 생수 4통이 되었다. 무겁다.....
원래는 선택시티 지하에 있는 내가 본 중에 가장 컸던 그리고 가장 싱가폴스러웠던 푸드코트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아침을 많이 먹은 관계로 그냥 새공원으로 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