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관 꽃 우 물
안산에 이런 곳이 있었어요? 교회를 찾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교회가 있는 이곳은 이제 곧 수확을 기다리는 황금빛 너른 논과 병풍처럼 둘러싼 나지막한 산등성이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한가운데를 백로가 한가로이 날아다니기라도 하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전원생활을 마냥 즐거워 할 수만은 없다. 마을로 들어오는 대중교통은 지하철역을 오고가는 마을버스 한 대가 전부이고 마을 안에는 병원이나 학원, 아니 그 흔한 슈퍼하나 없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려고 해도 마을까지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 학원이 태반인지라 보내고 싶은 학원에 아이를 보내기가 쉽지 않다. 마을에 있던 학교가 폐교되면서 아이들을 둔 가정들이 마을을 떠나버렸고, 이제 인근학교로 스쿨버스를 이용해 통학을 하는 아이들이 삼십 명 정도 남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을을 지키고 있는 교회도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교회들이 사람들이 밀집한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가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이 시대에, 백년을 이어 온 마을 사람들과의 정을 소중히 여기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교회이다. 비록 그 수가 줄어들었을지라도 교회가 섬겨야할 이웃이 그들임을 알기에 담임목사님의 권유로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도서관을 준비하기로 했다.
장소는 교회마당 한 켠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 여느 컨테이너박스와 다르게 나무로 내장과 외장을 한 벽, 평평하지 않고 위로 솟은 지붕이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 집 같다. 서툴지만 외벽에 아이들과 함께 동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려 넣고 교인들이 도서관 설립을 위한 헌금을 해서 200권의 책을 구입했다. 또 1년 전에 바자회를 통해 모아놓은 돈으로 책장도 샀다. 이렇게 해서 2005년 10월 어린이 도서관 꽃우물이 문을 열었다. 그런데 막상 도서관을 열고나니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겼다. 도서관 전용컴퓨터가 없어서 어렵게 구입한 도서관리 프로그램을 교회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컴퓨터에 깔 수밖에 없었고, 여럿이 쓰다 보니 파일이 날아가거나 고장이 나서 자료 입력을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도서관을 꾸준히 열어 놓기 위해 자원봉사자들끼리 시간표를 짰는데 개인사정으로 담당자가 자리에 없거나 어렵게 시간을 내서 하루 종일 열고 있는데도 아이들이 한명도 찾아오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언제쯤 우리 도서관이 커질까? 언제쯤 아이들이 북적 거리게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들이 들면 교회마당에 심겨진 나무 가운데 씨를 심어 키워낸 나무를 보면서 용기를 냈다. “그래, 콩알보다 작은 씨앗이 자라 저렇게 큰 나무가 되었는데... 우리 도서관도 생명을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는 저렇게 자라날 거야!”
2006년 봄 도서관의 책은 500권을 넘어서게 되었고, 도서관을 홍보할 겸 매월 넷째 주 토요일에 도서관 주말행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 도서관만의 특색을 살려 ‘애들아, 봄맞이 가자!’ 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을 초대했다. 내용은 봄나물 뜯기, 쑥 개떡 만들기, 전래놀이, 이야기 듣기 등으로 짜여졌다. 40명 정도의 아이들이 참여해서 정말 재미있게 활동을 했다. 첫 번 행사를 잘 치르고 나니 자원봉사자로 수고했던 엄마들끼리 더 친해지고 행사를 진행하는데도 자신이 생겼다. 이후 4월에는 ‘애들아, 나무랑 친구할래?’라는 제목으로 나무해설과 버들피리 만들기 등을 했고, 5월에는 ‘애들아 미술이랑 놀자!’라는 제목으로 페이스페인팅과 벽화, 나무곤충목걸이 만들기를 했다. 장마가 막 시작되던 6월에는 ‘애들아, 시원한 물놀이 어때?’라는 제목으로 물과 관련된 노래배우기, 수제비 만들기, 대나무 물총 만들기 등을 했다. 이렇게 꾸준히 도서관 주말행사를 하면서 동네와 인근 아파트에 도서관의 존재가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다. 도서관이 문을 연지 1년, 주일 예배 후에는 집에 가기 바빴던 아이들이 요즈음은 저녁 될 때 까지 교회를 맴도는 아이들이 생겼다. 또 주중에도 자전거를 타고 교회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생겼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쭉 책만 보는 것은 아니다. 책보는 시간보다는 교회 앞 잔디에서 뛰어놀거나 주변 논둑을 걸어 다니거나 가까운 우물에 다녀오는 시간이 더 많다. 그렇다 보니 도서관 신발 놓는 자리에는 아이들이 묻혀 온 흙으로 늘 지저분하다. 그래도 실컷 놀다가 들어와 잔뜩 늘어놓으면서 책을 읽는 아이들이 예쁘다. 책을 많이 읽어서 예쁘기보다 바쁘고 수줍음 많아 먼저 마음 한번 못 열던 아이들이, 놀면서 도서관 안에서 뒹굴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이 예쁘다. 저 아이들 친구도 얻고 덤으로 좋은 추억도 갖게 될 것이다.
어린이도서관 꽃우물의 한쪽 벽에는 생텍쥐뻬리의 어린왕자가 사막한 가운데서 우물의 두레박을 잡아당기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책에서 어린왕자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딘가에 우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무쪼록 어린이도서관 꽃우물도 문화적으로 소외된 이 지역에 좋은 문화의 우물이 되어 이 지역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또 바쁘고 삭막한 도심의 일상에 지친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잠시 쉬어가며 전원의 정취도 느끼고 조용히 책을 보며 사색도 할 수 있는 쉼과 재충전의 우물이 되기를 바란다.
(8기 박은희 )
첫댓글 아담하고 멋진 곳이군요 한번 가보고 싶네요!
정말 예쁜 작은도서관이네요
음~ 그렇군요.
박은희 샘?~~ 작고 예쁜 도서관에서 함 뭉치자구요 (8기샘만 ㅎㅎ)
8기 홧~~~팅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