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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청전(조선시대 해적판) **
옛날 황주 도화동에 성은 심씨요. 이름은 학규라는 양반이 하나 있었
다. 문벌이 혁혁 하나 십오세에 소경되고 가까운 친척도 없고 빈곤하였
으나 행실이 청렴하고 언행이 방정하였다.
심봉사에겐 곽씨라는 부인이 있었다.
찬서리 맞은 고운 국화가 수그러지게 , 세우비 맞은 호박잎이 눈물짓게
할만큼 목란의 절개와 장강의 절색을 지닌 부인이었다.
이렇듯 사니 가난과 부실한 육체는 허물 되지 아니하고 피어나는 금슬
은 원앙새도 부러워 하였다.
그러나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곽씨 부인이 일점 혈육하나를 겨우 낳고는 산후조리를 잘못하여 시름
시름 앓았다. 앓던 끝에 자신이 죽음이 사립문 밖에 까지 왔음을 안 곽
씨부인은 심봉사에게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일점 혈육 여식 이름을 심청이라 불러주오 ,
심심산천 와우산에 맑은 물이 흘러가니 그곳이 홍익대라 !
그 물에 발을 담가 푸른 정기 담아두니 이것이 태몽이라.
맑을청자 고이 써서 <심청>이라 이름짓소."
재취맞아 아들나면 <심신>이라 붙이구려
록근놀 에 천재일시 색안경을 씌워주오 "
심봉사의 슬픔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 에고 에고 여보시오.불쌍한 마누라님
염라국이 어데라고 촐싹맞게 먼저가오 .
양복이라 단벌인데 어데다가 맏겨뒀소 ?
월월이 보름인데 겟돈날짜 어이 하오.
오호 통재라 야반도주 장땡일세."
그날부터 심봉사는 어린 핏덩어리 청을 데리고 젖동냥을 다녔다
그와 어린 심청을 불쌍히 여긴 이웃집 아낙네들은 불쌍히 여겨 눈물을
흘리면서 제자식처럼 젖을 먹여주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나 쉬운일은 아니었다.
어느날이었다. 그날도 어린 심청을 안고 젖동냥에 나선 심봉사는산넘
어 동네 어귀 우물가에 들어섰을때 어염집 아낙의 반가운 음성이 귓가
에 울리는지라 붙잡고 간곡하게 아기에게 젖을 먹여 달라고 부탁을 하
였다. 그런데 눈앞이 번쩍 하면서 뺨이 얼얼해지는것이었다.
" 이 양반아 . 이 양반아. 띨띨한 이양반아 !
내나이 마흔일세 아직도 미혼이라 !
두눈에 힘을 주고 처녀가슴 확인하오. "
멍석말이 싫거들랑 화급하게 떠나시오
심봉사 울화를 솟구면서 응답하기를..
"예편네야 예편네야 우라질 예편네야 .
이몸 본시 소경이라 뵈는것이 눈에없네
막간 인생 건드렸다 후회하지 마시구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늙은 처녀 벌벌 떨면서 대답하기를..
"아고 아고 이영감아. 살떨리게 하지마소
이년 본래 무학이라 상황파악 부족하오
젖동냥에 살인이면 동네에서 웃음나오
주는김에 막줄테니 주전자나 가져오소 "
겨우 겨우 젖동냥을 해가며 심청을 키웠다.
곽씨 부인이 본시 바느질솜씨가 출중하여 그 명성이 한양 포목점의 "
안두래 김 "을 능가하여서 근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에 곽씨 부인
이 삯 바느질로 해서 모아두었던 돈으로 그날 그날 구차하게 살아갈수가
있었다.
심청이 자라나서 15세가 넘어가니 복사꽃피듯 화사하고 문지방넘어 아
침 햇살 받는 얼굴은 황신혜적이면서도 강수지스러웠다. 그러기에 동
네 총각들은 그녀의 고운 웃음을 한번 보기만 해도 수지 맞았다고 좋아
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삼강을 알고 오륜을 아니 효행이 출천 (출천)
하였다.
" 아버님은 제 이야기를 깊이 들어 주옵소서
반포의 효라 하여 효성이 지극한 까마귀는 자기를 낳아준 부모에게 지극
한 효도를 한다 하옵니다.
이렇듯 미물인 새도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데 자식된 도리로서 어찌 부모
를 공양하지 않을수 있겠사옵니까 ?
이 소저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까마귀를 보고 아버님을 뼛골 깊이
생각하며 싯귀를 읆으나이다
"까마귀 노는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근묵이 자흑이니 안개가 자욱하다 "
소저 혼자 밥을 벌어 조석 근신 덜을테니 어두운길 다니다가 낙상하지
마옵소서."
심봉사는 딸의 말을 듣고 크게 감격했다.
"그렇구나.. 네가 정말 효녀구나
밑창이 없고 뚜껑이 안보이는 싯귀지만 너의 효심은 하늘을 넘고 하
해를 뚫는도다. 이 아비는 너무나 흡족하다.늘그막에 본 여식이 보물
일줄 몰랐구나. 자식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애비도 읇어 보마
"홍동 백서를 놓고 하늘을 보니
좌포 우혜라 구미가 당기는구나
어동 육서에 아랫배가 묵직하다 "
얘야 이부자리 깔아라.
애비가 오랜만에 머리 굴렸더니 몹시 피곤하구나"
" 예.. 아버님. 이부자리를 깔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싯귀가 제삿상 음식 배치도 같사옵니까?"
" 인생은 그저 마른북어 같을 뿐이로구나."
이젠 심봉사가 고생을 조금 덜하게 되었다. 심청이가 동네에서 궂은일
이나 밭일을 도와주며 조석으로 끼니를 대었다.
어느날이었다.
효성이 지극한 딸 청은 이웃집으로 품팔이를 가고 혼자 집에 남아 기다
리던 심봉사는 배가 고파 등이 붙고 방은 추워 냉냉하고 동지 바람맞으
머 울음지며 기러기가 날아가고 먼데서 쇠북이 울리는것을 듣더니 날이
저문줄 짐작하고 딸을 찾아 나섰다.
"우리 청이가 왜이리 늦는고
풍설이 슬슬하니 몸이 얼어 못오는가 ?
시절이 수상하니 봉고차에 실려갔나.
냇물이 빙판이니 뇌진탕에 사몽인가"
심봉사가 갑갑하여 지팡이를 걸터 집고 더듬더듬하며 주춤주춤하며 사립
문밖을 나섰다.
언덕을 내려 가다 앞못보는 소경앞에 괘씸한 돌부리 하나 불거져 나온것
이 심봉사의 안짱다리를 뒤집기로 한판 넘겨 버리는데 꽈당 구른 심봉사
가 떼굴떼굴 굴러 개천물에 풍덩 빠져버렸다.
의복이 다 젖고 사방에 물이 출렁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황하에 얼음 섞
인 냉냉한 개천물은 심봉사의 하초를 오그라지게 만들었다.
목숨이 일 초를 다투었으나 뼈대 있는 양반이라 막사는 상것처럼 촐랑
대지 아니했다.
"나 황주 도화동 191번지에 사는 심가 성을 가진 봉사 학규는 시계
불량으로 개천가에 빠졌수다. 사람 살리시오."
듣는 사람이 없어 심봉사의 외침은 하늘로 날아 갔다.
몸이 점점 깊이 빠져 허리에 물이 드니 안절부절 못하였다.
" 불이야 개울물에 불이 났다. 사람살류! 개울에 불이 났다 "
요즘것들이나 옛것들이나 순전히 잡것들이라.
남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어도 고개돌려 외면하더니만 불만 났다하면
뭔구경이 신나는지 화들짝 놀래는지라 내인 거객이 없어 빠져죽던 심
봉사가 엉뚱한 소리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니 어디서 듣고 급히 뛰어 오
는 사람이 있었다.개똥묻은 새끼줄을 던져 주어 겨우 겨우 살아났다.
"나 살린 이 누구시오 ? 나는 앞못보는 소경인 심학규라고 하외다"
구차한 하게 연명하느니 차라리 죽는것이 나을지도 몰랐을것을.."
"나무아미 타불 관세음 보살..
보살님을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집이 구원을 받으리라
가난한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의 것임이로다."
물가로 나와 허덕대며 숨을 몰아쉬던 심봉사의 심사가 뒤틀렸다.
" 아따 ! 이 스님이 별난 양반이구랴.
목숨을 살려주었다고 함부로 너 너 하고 반말을 해도 되는거요 ?
내가 황해도 학당 1532년 학번이요.나이가 60살 이요
"아따 ..심형 !! 상놈집 하룻강아지 처럼 깽깽 대지 말고 들어보시오 .
심형의 못보는 눈은 부처님께 공양미 삼백석을 바치면 눈을뜰수가 있소
공양미 삼백석이면 원샷에 심형의 눈은 번쩍 떠질것이오 . "
"아니 그게 웬말이오. 내눈이 떠질수가 있단 말이오 ?
공양미 삼백석이면 내눈이 떠진단 말이오 ?
스님의 제목은 무엇인지요 ?
"소승은 몽롱사 화주승이올시다."
자는 똥광이고 호는 비광, 아호는 팔광이오
하지만 토벽속에서 3년을 참선한후에 참 진리를 깨닫고 토벽을 박차며
깨고 나올때 지은 <세륙장 짓고 망통대사>라 불러주시면 고맙겠소 "
오늘 시주 끗발도 개끗발이구려 "
"눈이 떠진다니 이보다 반가운것 어디 있겠소
권선문에 심자에다가 학규라고 겁나게 빨리 올려주소 "
"허허.. 적기는 적사오나 심시주 행색보니 공양미 삼백석을 적선할길이
없을듯 하오이다. "
심봉사 벌컥 화내며
" 여보소 ! < 쎄륙장 짓고 망통 대사 > !!
대머리 가르마 타는 소리 하지 마소
사람을 뭘로 보소 ?
눈앞이 컴컴하다고 영하신 부처님앞에 정성까지 컴컴하겠소 ?
쎄륙장짓고 망통대사가 허허 웃으며 권선문을 꺼내어 적기를
"심학규 미 삼백석이라 ( 자료가 유하면 부가세는 별도라 ) "
목숨을 구해주고 눈까지 뜰수 있게 가르쳐준 고명한 스님과 헤어져 집으
로 돌아온 심봉사는 뛸듯이 기뻐했다.
그러나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그것이 한낱 환상임을 깨달았다.
무너져 가는 초가집. 남의집 궂은일로 끼니를 벌어오는 불쌍한 딸 청
이.. 그에겐 공양미 300석이 아니라 당장 먹을 끼니가 없는 가난이 기다
리고 있었다.현실을 깨닫고 방에 들어선 그는 주저 앉아 대성 통곡을
했다.
" 이 내 팔자 이다지도 박복한가
영하신 부처님께 공을 드리려다가 죄가되면 어찌할꼬
고아먹을 개뿔도 없는내가 어떻게 삼백석을 마련할꼬
저녁늦은 무렵에나 돌아온 딸 청이 아버지가 섦게 우는 모습을 보자
놀라며 심봉사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불쌍한 우리 아버님 . 걱정하지 마옵소서
눈이 정녕 번쩍 뜨인다면 삼백석을 아무쪼록 준비하여 보이겠습니다"
다듣고난 청은 아버님을 안심 시키며 어떻게든 자기가 공양미 300석을
마련해서 아버님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했지만 쌀 300
석은 엄청난 것이었기에 남몰래 눈물을 지을수 밖에 없었다.
눈물로 지새던 청은 날이 밝자 몸을 정히 하고 정화수 한동이를 소반
위에 받쳐들고 장독위에 곱게 모셔논뒤 두무릎 공손히 꿇고 두손을 합장
하여 빌었다.
" 하늘에 계신 우리 부처님.
이름이 기기묘묘하게 여김을 받으옵시며 나라에 임하옵시며 뜻이 보리
수 나무아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사바세계에서도 이루어 지로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 삼백석을 주옵시며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
시며 시험에 들게 할 요량이면 암기과목을 쉽게 출제해주옵소서.
모든 권세와 영광이 영원히 부처님께 있사옵나이다.
움메마니 반메훔 "
주야를 상관치 않고 열심히 빌었다.
이렇듯 정성을 다하여 빌었더니 그 천신이 감동을 했는지 하루는 똥수
어미가 집에 오더니
" 이상한일도 다 보겠소. 어떠한 작자들인지 댓명씩 다니면서 값은 고하
간에 십오세 처녀를 사겠다니 이런 미친 작자들이 어디있소 "
"똥수 어미 ! 그말이 진정이오 ?
정말로 그리될양이면 그 다니는 사람중에 우두머리를 나좀 보자 전해주
소. 말이 안나게 똥수 어미 집으로 조용히 데려오오 "
똥수 어미가 흔쾌히 대답하고 수염이 장비 마냥 덥수룩한 우두머리를
데려왔다. 심청이 이작자를 보고 호통을 치며
"이 작자가 생긴것을 보아하니 기골은 장대한대 얼굴에 역마살이 넘치
는것을 보니 필시 산적 아니면 소도둑놈임에 틀림없도다. 또한 도화살이
넘치는것을 보니 인신매매범이 틀림없도다.
내 이 자를 의정부관가에 임무용 포도대장에게 고해바쳐 능지 처참을 당
하게 하리라.
어떠한가 ? 내 눈감아 줄터이니 백미 삼백석 값을 내놓고 다신 이런짓을
하지 않는것이 어떠한가 ?
그 우두머리란 작자가 어이가 없어서 하늘을 한참 쳐다보다가 말하기를
"허허 ~그 처자가 생긴것은 양반집 규수이나 하는 수작은 개차반이구려
우리는 본래 한양 사람으로 원양뱃선을 타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횡단
하며 장사를 하는 뱃사람인데 배갈길에 지나는 버뮤다 삼각지라고 하
는 곳이 까닭을 알수없이 변화가 무쌍하여 곤륜산 만한 배가 금시 침몰
하고 전부 몰사 하여 무당에게 알아보고 십오세된 처녀를 제물로 바
치고 제사를 지내니 뱃길 수만리를 무사히 왕래하며 장사도 날로 번창
하기에 이런 이유로 몸을 팔 처녀가 있으면 값을 관계치 않고 사려 함
이외다.
심청이 이소리를 듣고 얼굴이 환히 펴지며 만면에 희색을 띄면서 기쁘
게 말하였다.
" 나는 본촌 사람으로 우리 부친이 눈이 멀어 근심이 날로 크던 차에 몽
롱사 쎄륙장 짓고 망통대사가 말하기를 공양미 삼백석을 부처님께 시주
하면 눈이 번쩍 떠진다 하였으나 가세가 빈곤하여 마련할길이 없던 차
인데 바라옵고 바라오니 나를 사감이 어떠하오 ?
내 나이 마침 십오세 이니 그 아니 적당하오 ?
묵묵히 그말을 들은 우두머리가 눈물이 가득하여 말하였다.
" 낭자 말씀을 듣고 보니 참으로 효성이 갸륵하고 장하구려 "
낭자 말대로 하겠소 . 행선날이 내월 초하루이니 그리 아시오
이렇게 피차에 약속을 하고 공양미 삼백석을 수레에 가득 실어 몽롱사
의 쎄륙장 짓고 망통대사 에게 보냈다.
심소저는 똥수 어미에게 신신 당부하여 말이 못나가게 한후에 집에 돌
아와서는 부친께 말했다.
"아버님. 공양미 삼백석을 몽롱사로 올렸나이다."
심봉사가 깜짝놀라 뒤로 벌렁 자빠지며
" 그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이냐 ?
공양미 삼백석이 뉘집 개 이름이라고 그리 수이 생긴단 말이냐 ?
심청이 아버님을 속인다는 자책감으로 고개를 외면한채 사세가 부득이
라 속여서 여쭈었다.
"일전에 중국상인에게 돈을 쥐어주어 자리를 알아보아달라고 했는데 중
국에 한약방에서 조선 상인과 통역할 심부름할 아이를 쓴다기에 일년치
일값을 선불받고 해외취업을 하게 되었나이다.그래서 그돈으로 공양미
삼백석을 몽롱사에 바쳤나이다."
" 어허 그래. 네 수완이 참으로 뛰어나구나 . 그래 언제 취업을 가는거
냐 ?"
"일이 급하게 되어 내달 초하루면 떠나옵니다 "
날이 흘러 떠나는 날인 초하루가 되었다.
날도 밝기전에 뱃사람들이 사립문 밖에서 떠날 차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었다. 심청이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아버님께 하직 인사올리니 속도
모르는 심봉사는 마냥 기쁜듯이 주절댔다.
" 얘야.. 밖에 나가거든 외간남자 조심하여라.
그리고 푼돈이 넉넉하여 마오타이 주를 한병 보내주면 밤새 네 생각하
면서 권주가나 부르련다 "
심청이 더이상 참지 못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터트렸다.
" 내가 죽으면 누가 뜨신밥을 조석으로 아버님께 해드릴것이며 동지섯달
긴긴밤에 두루뭉실한 고구마를 누가 구워 드릴건가
이 불효 여식이 아버님을 속여사옵니다. 뉘가 쌀 삼백석값을 선뜻 주
오리까 ? 뱃길 장사꾼들에게 버뮤다 삼각지에 산제물이 되기로 하고
이몸을 삼백석과 바꾸었습니다 "
심봉사 가 기절할듯 놀라며
" 에고 , 에고 이게 웬말이냐 ? 그것이 참말이냐 ?
이것이 무슨 천둥 벼락 같은 소리란가
<버뮤다 삼각지>가 뭐 말라 비틀어진 삼각지냐 ? 그놈의 삼각지가 <돌아
가는 삼각지> 보다 더 원통절통한 곳이구나,
내딸 청이가 효성이 지극하나 앞이마가 튀어나와 반골 기질이 배어있
더니 이렇게 애비를 배반한단 말이냐 ? 차라리 너를 낳지 않은 것만 못
하구나. 무자식이 상팔자라더니 유자식이 개팔자로구나.가엾은 너를 드
센파도속에 제물로 보내고 이애비가 눈을 떠서 무얼 한단 말이냐 ?
내눈 팔아 너를 살진대 너를 팔아 내눈이 떠진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
네 이 뱃놈들아 사람사다 바닷속에 처넣는 법이 어디있단 말이냐.
이 무지한 떼강도 놈들아.인명은 재천인데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
미성년자를 추행,영리,간음, 결혼 또는 국외이송을 목적으로 약취 또는
유인하는 죄 및 이를 상습으로 범하는 죄 는 약취유인죄라 하여 대전통
편 288조에도 나와 있는것을 모른단 말이냐 ?
네놈들이 남영 포도청 지하의 물맛을 보려 한단 말이냐 ?
어서 썩 내 딸을 풀어주고 공양미 삼백석을 도로 가져가라.
심봉사가 마당을 떼굴 떼굴 구르며 대성 통곡을 하니 모여든 사람중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었다.
그때 우두머리가 나서며 착잡한 심정을 가누면서 말하였다
" 여보시오. 봉사 영감 ! 여식의 효성이 하늘을 찌르니 바닷 바람 같이
짠 우리 뱃사람들을 울리고 마는구려. 우리 뱃사람 오십명이 추렴하여
평생 굶지 않게 주선하여 주겠소 "
모두들 그말이 옳다 하며 돈삼백냥과 쌀 백섬과 백목 마포를 수십필을
내놓으며
"백목마포로 사시사철 의복을 해입고 삼백냥은 논을 사서 도지를 주고
쌀 백섬중 10섬은 당년 양식으로 하고 나머지는 장리로 내놓아 년년으
로 거둬들이면 조석 근심은 없이 풍족하게 살수 있을것이오 "
이렇듯 하직하고 가마를 타고 뱃사람을 따라 나선 심청은 고갯마루에
올라서서 가마 옆으로 고개를 내밀고 고향 마을에 해마다 비가오면 물
에 잠기는 정든 돌다리를 바라보며 이젠 다시는 오지 못할 고향을 향해
통한의 싯귀를 짧게 읆었다.
"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 "
강가에 다다르니 뱃사람들 모여서 황하의 밑바닥을 훓을 만큼 큰배의 뱃
머리에 좌판을 놓고 심소저를 모셔올려 빗장안에 앉힌후에 닻을 달고
북을 둥둥 울리며 지체치 않고 떠나간다.
바람은 뱃전에서 산산하게 불고 상강의 기러기는 평사로 떨어진다
뉘라서 이맘을 알리요, 청의 가슴은 두고온 아버님 생각에 가슴이 끊어
질듯 애닯기만 하구나.
굽이 굽이 저어 저어 순풍에 돛달고 석달을 가다보니 갑자기 풍랑이 거
세어 지고 하늘은 어두 컴컴해지며 뇌성번개가 천지를 진동하는데 그곳
이 바로 버뮤다 삼각지대였다.
뱃사람들 이 급히 정한 의복으로 갈아입고 중국에서 잡은 백곰 발바닥을
부쳐서 상에 올려놓고 방배동에서 잡은 제비를 튀겨 올리고 인도코끼리
발톱을 고사리에 버무려 올려서 나랏님의 수라상보다 푸짐하게 차린뒤에
부적을 온배안에 도배질을 해놓고 축문을 써서 하늘에 제사를 드렸다.
"하늘을 우러르고 사해를 관장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 이시여.
십오세의 산처녀를 바치니 노도 강풍에 태산 파도를 잠잠히 하여 이배
지날적에 굽어 살펴주옵소서.올길 갈길 평탄하여 찬바람에 울고가는
저기러기 에 고향 소식 보내주어 편안한 뱃길 되게 하옵소서 "
이때 축문을 읽던 자를 나무 라며 눈빛이 명랑하여 골통속에 들은것이
있음직한 자가 나섰다
" 이런 무식한 놈.. 일자가 무식한놈. "
포세이돈은 서양놈들 신인데 왜 송편 차려놓고 빠다 먹는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가 ? 네놈이 신성한 우리 제사를 망치려 하는구나 "
제사를 지내던 제주가 얼굴이 벌개지며 물러나니 호통 쳤던 자가 다시
도포를 걸쳐 입고 축문을 다시 써서 하늘에 올린다
" 태백산에 태백신령 백두산에 백두 신령. 오대산에 오대 신령
봉서산에 민정신령, 송악산에 송악신령
어허이 ~ 물렀거라. 이제 가면 언제오나 북망 산천 험준 산령 뉘라고 넘
을텐가, 어허이 이제가면 언제오나.
깊은 산속 옹달샘을 누가와서 먹고 가나 ! 산신령이 먹고가지
어허이 물렀거라.
백두에서 한라까지 산신령을 모아놓고 산처녀를 바치오니 우리 가는 뱃
길을 평탄하게 만드소서 "
이때 다시 얼굴이 길쭉하고 팔척장신에 안빛이 형형한 자가 크게 노하며
축문을 읽던 자를 번쩍들어 패대기 치며 일갈 하기를
" 이런 쌍쌍이 무식한놈들. 듀엣으로 무식한놈들.
산신령이 여기에 뭐 줏어 먹으러 나타난단 말인가 ? 우리 바다의 신은
해왕신 이니 해왕신께 정성을 다해 제를 드려야 하는데 네놈들 둘이서
다 망치려 드는구나. 보다 보다 참지 못하겠구나 내가 직접 하겠노라
이것들이 모진 풍랑에 제지내는 법을 잊었것이 틀림없구나
팔척 장신인 자가 하는 소리가 옳은지라 우왕좌왕 하던 목소리가 잠잠
해지고 그자가 빗장안에 고이 모셔졌던 심청을 꺼내 일으켜 세워 높디
높은 뱃머리에 세워두고 엄숙하게 다시 제를 지냈다.
"바다에 사는 해왕신이시여 ,
여기 밑천이 수월치 않게 들어간 십오세의 산처녀를 바치오니 삶아먹던
지 구워먹던지 마음대로 하소서. 고시레 !! 고시레 !! "
짧디 짧은 축문을 읽자 마자 동쪽 바다를 향해 절을 두번한 그 제주는
뱃머리에 있던 심청을 발길로 차 떨어뜨렸다.
출천대효 효녀 심청이 이제 바닷속으로 떨어지는가 했더니 어느새 뱃머
리 에 두손으로 꼭잡고 대롱 대롱 매달려서 떨어 지지 않았다.
그러더니 힘겹게 다시 뱃머리로 올라와 어리둥절 바닷속만 바라보며 풍
랑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던 제 주 놈의 뺨을 한차례 올려붙였다.
" 네놈이 뱃놈이더니 못배운 쌍놈이 틀림없구나 .
죽는것도 서러운데 함부로 발길질을 해대는가 ?
마지막 으로 할말도 안남기게 하고 죽이려 드는가 ?"
듣고 보니 그러한지라 모두들 뒤로 물러 나있고 심청은 고향쪽을 바라보
며 마지막으로 말을 남겼다.
" 아버님. 나죽소 어서 눈을 번쩍 뜨옵소서 "
그리고 치마를 올려 뒤집어 쓰고 노기충천한 바닷속으로 뛰어내렸다.
오호라 불쌍하다. 애비 위해 효녀 심청은 이렇게 가는구나.
효녀 심청이 바닷속으로 뛰어들자 천지를 뒤집을듯이 거세던 풍랑은 어
느새 잠잠해졌다. 뱃사람들은 청의 넋을 달래며 눈물 몇방울 떨구고는
닻을 올려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