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가 회사를 설립할 당시, 그들은 동전을 던져서 회사 이름을 결정하였다. 휴렛이 이겼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먼저 쓰고, 팩커드는 나중에 써서 ‘휴렛팩커드’사가 된 것이었다.
휴렛은 기술 개발을, 팩커드는 경영을 맡았는데, 그들의 환상적인 파트너십은 더욱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휴렛의 기술 개발도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사원들이 증가하는 데 따른 인재경영에 있어서의 팩커드의 전략 또한 남다른 데가 있었다.
팩커드가 이처럼 인재경영에 눈을 뜬 것은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귀중한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팩커드가 열한 살 때의 일이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래디’라는 이름의 조랑말 한 마리를 사주었다. 그 조랑말은 길들여지지 않아서 사람이 올라타면 온갖 술수를 써서 떨어뜨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팩커드는 수없이 말 위에서 떨어지면서 조랑말을 길들였다. 그래서 어느 날 부터인가는 조랑말을 타고 초원으로 사냥을 나갈 수 있을 만큼 말 타는 실력이 늘었다. 그는 힘들게 말 다스리는 법을 배웠지만, 그 경험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사람 다루는 법도 터득하게 되었다.
휴렛팩커드사가 한창 사업 확장을 시켜나갈 무렵인 1952년, 팩커드는 샌프란시스코 만에서 가까운 남쪽의 산 펠리페라는 곳에 목장을 하나 사놓았다. 회사 경영을 하면서 머리를 쉬고 싶을 때면 그는 목장으로 달려가 방목장의 소들과 함께 놀았다.
팩커드는 처음 방목장의 소들을 우리로 몰아넣을 때 고생을 많이 하였다. 소들이 좀처럼 우리로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 것이었다. 그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소들의 후미에서 지속적으로 조심스럽게 압박을 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았다. 그래서 마침내 앞에 있던 소 한 마리가 우리 안으로 들어가면 나머지 소들도 줄줄이 따라서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 급하고 강하게 몰면, 소들이 겁을 먹고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그때서야 터득한 것이다.
이러한 소몰이의 방법에서 또한 팩커드는 사람 다루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팩커드의 인재경영술 중 가장 높이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은 사원을 절대로 해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수익성이 높은 대규모 정부 수주 사업이라 하더라도, 그 일이 고용과 해고를 반복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업 진출 자체를 포기하였다. 그리고 각 부서마다 인재를 충원할 때 내부 직원 중 적절한 인물을 발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또한 이익공유제도, 의료보험제도, 종업원주식 매입 프로그램 등을 타 업체보다 선도적으로 도입하였다.
“중앙 집중형 조직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잘 분산된 조직 구조도 쉽사리 중앙 집중형으로 탈바꿈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팩커드는 철저하게 경영의 중앙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젊은 경영인들을 끌어들여 권한의 분산을 시도하였다. 중요한 결정권까지도 그들에게 맡겨 중소기업처럼 유연성 있으면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경영의 탄력성을 갖추어 나갔다. 회사가 커지면서 기업이 공룡처럼 비대증에 걸려 자칫 순발력이 둔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는 철저하게 미리미리 대비했던 것이다.
팩커드가 어느 날인가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공장 현장을 시찰할 때의 일화는 그의 인재 경영술을 엿보게 하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당시 한 작업자가 플라스틱 금형을 만들고 있었는데, 윤기가 반질반질 나는 것이 이제 막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참이었다. 너무 표면 처리가 잘 된 것에 감탄한 팩커드는 무심결에 그 금형에 손을 대려고 하였다. 그러자 한창 작업에 몰두하고 있던 기술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
“손대지 마세요!”
옆에서 수행하던 간부들조차 무안할 지경이었다. 그들 중 기술자의 직속 부장 말하였다.
“여보게, 이분이 누구신지 모르겠나? 우리 회사 회장님이시네.”
그러자 기술자는 힐끗 팩커드를 쳐다본 후 무뚝뚝하게 말하였다.
“누구든 상관없어요. 왜 내 작업을 방해하려는 겁니까?”
이때 팩커드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정중하게 사과하였다.
“아, 미안합니다. 사전에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말이오. 우리 회사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자랑입니다.”
팩커드는 자기 일을 철저하게 하는 그 작업자에게서 큰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