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N DEFENCE & DIPLOMACY 2008년 1월호 (번역) 크메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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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전력 증강에 나선 캄보디아 (하)
Cambodian rush for a credible navy
미국의 관심

한편 캄보디아에 대한 미국의 최근 전략은 “가슴과 마음”(hearts and minds)의 접근법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은 민간부문의 의료지원, 구호와 재건, 그리고 “별로 고도화하지 않은 범위의 군사훈련”(low-end military training)을 포함한 부드러운 수단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긴장과 대치 시기에 양측 간 존재했던 해묵은 적대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베트남 전쟁 기간에 캄보디아는 중립을 지켰지만, 북-베트남이 캄보디아 국경 안쪽의 몇몇 지역에서 활동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요새들이 남-베트남에서의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공격기지가 될 것을 우려했다. 닉슨 대통령은 캄보디아 공습을 명령했고, 작전 바로 직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캄보디아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공습작전이 전개될 지역은 북-베트남 군대가 완전히 장악해 통제하고 있는 지역이다. 우리의 목적은 이 지역들의 점령이 아니다. 일단 북-베트남 군대를 분쇄하여 몰아내면, 우리는 철수할 것이다.”
한편 1975년에는 미국과 캄보디아 사이에 심각한 군사, 외교적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미국 깃발을 게양한 선박 SS 마야궤스(Mayaguez) 호가 홍콩을 출발해 태국과 싱가포르를 향해 운항 중이었다. 이 배는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이 서로 자국의 영토라 주장하는 섬인 뽀울로 와이(Poulo Wai: “까오 와이”[Kao Wai]로도 부름) 인근 8마일 해상을 지나고 있었다. 이곳은 캄보디아 해안에서 60해리쯤 떨어진 곳이다.
크메르 루즈는 SS 마야궤스 호를 나포하고 승조원들을 억류했다. 이 사건은 해적행위로 규정되었고, 외교적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자 미국은 군사작전에 돌입해 승조원들을 구출했다. 당시 승조원 구출작전 결정은 서둘러 이루어졌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의] 신용과 체면 문제가 이러한 유사시 행동 계획을 실행하게 한 추진력이었을 것”이라 한다. 즉 “국제 해적 문제보다 더 큰 문제, 즉 마야궤스 나포사건은 미국의 힘과 의지에 대해 국제적 의구심을 유발시켰던 것”이다.
40명의 승조원을 구출해냈다는 면에서는 이 작전은 성공적이었지만, 승조원들이 억류되어 있던 섬인 꼬 땅(Koh Tang)에서 18명의 미 해병대원이 전사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이 작전 수행 중, 태국에서 CH-53 헬기가 사고로 추락해 또다른 23명의 해병이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맹렬한 폭격은 시하눅빌 공항과 리엄 해군기지의 항만시설, 그리고 이 지역의 원유저장시설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오늘날 양국은 거의 30년에 걸친 어색한 관계를 털어내려 하는 것 같다. 특히 이러한 관계변화는 군사분야의 고위급 인사와 함정 방문에서 두드러지듯 고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2006년부터 미국의 태평양 함대 사령관들이 연속적으로 캄보디아를 방문하고 있다. 2006년에는 윌리암 팰론(William Fallon) 제독이 캄보디아를 방문했고, 2007년에는 티모시 케이팅(Timothy Keating) 제독이 뒤를 이었다. 이 방문에서 케이팅 제독은, 캄보디아가 원싱턴의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서 중요한 지역적 파트너임을 지적하고, “우리는 캄보디아의 [군사적] 능력을 배가시키는 데 기꺼이 동참할 것이며, 이러한 활동에는 정보공유, 감시기술, 그리고 국제적 차원에서 자금흐름을 추적하는 능력 향상 등이 포함될 것”이라 말했다. 더욱이 미국은 “캄보디아가 군사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지원은 무엇이든 하길 열망하며, 우리가 배운 것을 그들에게도 가르쳐 주어 테러리스트와의 싸움에서 캄보디아의 능력이 발전하도록 도와, 테러리스트들이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라 하였다.

아마도 캄보디아의 보다 주목할만한 매력은 미 해군이 정박할 “계류항구”(frequent port)로서의 역할일 것이다. 30년 이상의 공백 끝에, 2007년 2월 미국 전함 USS 게리(Gary)가 캄보디아에 최초로 방문했다. 당시 미국대사 무소멜리(Joseph A. Mussomeli)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USS 게리 호의 캄보디아 방문은 미국-캄보디아 쌍무관계에 있어서 단순한 외연확대만이 아니라, 그 관계의 심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배는 분명 군용 함정이며, 군사적 목적을 지닌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주의적 목적과 외교적 목적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한 2007년 11월에는 USS 에섹스(Essex) 호가 시하눅빌에 정박하여, 승무원들은 의료지원, 촌락의 기반시설 건설 및 보수 등의 지역공동체 교류사업에 참여했고, 양측 군인들 사이의 직업적 교류도 이뤄졌다.

미국은 이러한 방문이 단순히 공식적 관계뿐만 아니라 타국 정부와의 우호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군함의 방문은 "1975년 마야궤스 호 사건" 이후 손상된 양국 간 군사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다른 차원에서, 캄보디아와 미국은 군축활동도 함께하고 있다. 미국의 원조로 캄보디아는 36기의 SA-3 지대공 미사일을 분해 및 파기하여, 이 미사일들이 불법무기거래상인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했다. 아마도 국토안보 분야의 쌍무협력관계의 진전은 보다 주목할만 할 것이다. 캄보디아는 미국의 도움을 받아 프놈펜과 시엠립의 국제공항 및 포이펫(poipet)과 꼬 꽁(Koh Kong)의 국경통과 지점에 전산화된 출입국관리 시스템을 설치했다.
비록 싱가포르의 항구시설을 이용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은 캄보디아에서 중국이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을 막고자 발을 들여놓으려는 것 같다.
여러 가지 계획들
캄보디에서 에너지 및 영향력 확대 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인도와의 군사적 관계는 더욱 발전적이다. 비록 지정학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인도의 함정들이 일상적으로 시하눅빌 항구에 들르고 있고, 캄보디아 해군과 고도화되지 않은 수준에서 항해훈련도 하고 있다. 더욱이 양국의 싱크탱크 --- 즉 인도연합서비스(The United Services of India: USI)와 캄보디아 협력평화연구소(The Cambodian Institute of Cooperation and Peace: CICP) --- 사이의 조직적 접촉도 주목할만하다. 또한 캄보디아는 에너지난에 허덕이는 인도에 대해 대체자원을 제공하고 있다. 1982년 이래 캄보디아의 훈 센 총리가 7번이나 인도를 방문한 일은 흥미롭다(마지막 방문은 2007년 12월). 인도는 사회기반시설 개선을 위해 3,520만 달러의 차관 확대에 합의했다.
오늘날 캄보디아는 빠른 속도로 국제사회에 동참하고 있고, 정치적 안정과 사회적 치안유지에 탄탄한 토대를 놓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 발견된 원유 및 가스와 함께 경제는 고도상승 중에 있고, 국가 발전에 안정적인 환경은 국민들은 물론 외국과 국제기관들에 대해서까지 더 많은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가 자국의 해영 영토를 돌볼 능력은 아직도 부족하다. 캄보디아의 해양 군사력은 제한적이며, 그 전력 구축을 위한 재정적 자원도 거의 없는 형편이다. 캄보디아 국방부가 발행한 <2006년 국방백서>를 보면, 캄보디아의 영해 경계선은 대단히 취약하며, 테러리즘과 다국적 범죄, 해양자원의 불법채취 등 여러 종류의 위협이 캄보디아 왕국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캄보디아는 이웃한 태국 및 베트남과 국경 문제도 안고 있다. <국방백서>는 해군 현대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국방예산으로는 부족하다고 적고 있다.
그러므로 캄보디아가 역외 강대국들에 대해 구애를 보내고, 이 과정에서 이익을 취하는 것은 별로 놀랄만한 일이 못된다. 이들 강대국들로서는 말라카 해협에 대한 교두보 확보가 매우 중요한 일로, 이 해협에서의 안전과 안보가 그들의 안보정책에서 더욱 더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연안국들은 역외 강대국들의 진출을 막고 있고, 해협 안보틀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캄보디아가 역외 해군력의 정박지로서 출현할 날이 그다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캄보디아가 해양안전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역내 혹은 국제적 해양안보조약의 틀 속으로 참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기본적 자원의 부족에 대해 주목해보는 것은 유용한 일이 될 것이다. 비록 캄보디아 해군이 몇 가지 아시아-태평양 해양안전보장 실행 작업에 업저버로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국 내 해양질서를 유지하고 지역안전보장에 공헌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해군력 구축에 있다.
ASEAN의 주요한 회원국인 캄보디아로서는 이러한 군사적 분야의 지원을 ASEAN국가들이나 말라카 해협 연안국들로부터 얻어내야만 한다. 연안국들은 말라카 해협 인근에 역외 해군력의 출현을 막는 조약을 맺고 있고, ASEAN 회원국들 역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높은 수준의 지역안보환경을 조성코자 하고 있으므로, 회원국 중 군사력이 취약한 국가의 능력을 강화시키는 일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끝]
위자이 사쿠자(Vijay Sakhuja) 박사
싱가포르 동남아시아연구소(Institute of South East Asian Studies)
객원 선임연구원(Visiting Senior Research Fel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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