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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쌍두봉-문복산[영남알프스의 산들]
【산행요약】
문복산(1013.5m), 영남알프스 산군의 한 식구로써 최북단에 있는 산이다.
가지산에서 귀바위로 이어간 능선이 운문령에서 짤리고 그 북쪽에 있는 산이 문복산이다.
가지산과 문복산 사이로 넘어가는 운문령은 경북 청도와 경남 언양의 경계를 이루는 도로로써 과거에는 험준한 비포장 도로였으나 최근에는 말끔히 포장이 되어 많은 차량들이 오가는 일반 도로가 되었다.
문복산의 산행은 운문령에서 청도쪽 6Km 지점에 있는 '삼계리'라는 부락에 시작한다.
삼계리는 옛날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룰 때 기본정신이 된 화랑오계와 관련해 신라의 현사 귀산과 추앙에게 세속오계를 가슬갑사에서 내려주었는데 그 '가슬갑사지'가 삼계부락 일대인 것으로 근래 밝혀지고 있다.
삼계리는 삼계리계곡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이 계곡은 배너미, 생금비리, 개살피라는 세 계곡이 합해지는 곳이라 하여 '삼계계곡'으로 부른다.
'쌍두봉~상운산~운문령~문복산~옹강산'으로 잇는 일련의 종주코스는 삼계리를 중심으로 하여 둘러쳐 있으며 다시 삼계리 기점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형 종주코스이다.
쌍두봉은 상운산(1114m)에서 흘러내린 지능선상의 봉우리이고 시작기점은 '쌍두봉가든'이다.
상운산까지의 산행로는 혼잡을 피해 호젓하고 깨끗한 산길이 이어진다.
그리고 운문령에서 문복산으로 이어지는 중간에는 고헌산으로 연결되는 낙동정맥이 지나가고 문복산 까지는 산을 걷는 즐거움을 한껏 맛볼 수 있는 빼어난 산길이다.
초반, 쌍두봉 들머리를 배너미쪽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새로운 개척로를 내다시피 올랐던 게 힘들었고 그때 까먹은 40분이란 시간이 결국 옹강산 산행을 접어야하는 빌미가 됐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산행이 되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여유롭고 즐거움이 많은 적절한 산행이 아니었나 자평 해본다.
오늘산행에서 약 2시간을 더 할애한다면 옹상산까지의 완주도 가능하리라 본다.
▶ 산행일시 : 2002년 01월 06일, -날씨 : 맑고 포근함, -인원 : 3명(남2, 여1)
▶ 산행코스 : 쌍두봉가든~쌍두1, 2봉~1042봉~상운산~귀바위~운문령~895봉~954봉~문복산
◎ 총 산행거리 : 15.5Km(도상거리), ◎ 총 소요시간 : 약 8시간(식사, 휴식포함)
【산행기】
- 07시 45분, '삼계리' 산행들머리
아직도 어둠이 채 가시지 않는 새벽녘의 청도역 앞이다.
엊저녁 늦어막에 연락 온 산자님과의 합류를 위해 경주방면 20번 국도 갈림길을 버리고 청도읍내 길로 들어선 것이다.
두 사람 마땅한 만남의 장소가 떠오르지 않아 그저 속 편한 장소가 역전 앞이 된 것이다.
역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산자님을 반갑게 맞이하고 다시 갈림길로 돌아온다.
갈림길 건너편 안전한 공터에다 산자님의 차를 주차시킨 뒤,
다시 그를 나의 차에 옮겨 태우고 산행장소로 달려가는 약간 번거로운 절차를 밟는다.
사실 김해 쪽에서는 언양에서 내려 운문령을 넘으면 바로 산행들머리가 되는 '삼계리'다.
길은 많이 가까우나 혹 겨울도로란 게 고갯길이 어떨련지 몰라 이쪽을 돌아오게 했다.
운문사 삼거리를 지나 운문령 고갯길도로 아래 있는 '삼계리마을'에서 차를 세운다.
이미 날은 훤해졌고 새벽 찬 공기가 꽤나 쌀쌀하다.
'쌍두봉가든' 입구 이곳이 바로 쌍두봉 오르는 들머리가 되는 곳이다.
- 07시 54분, 천문사 절 앞마당
눈앞에 올라야할 산봉우리 전모가 펼쳐지자 산객의 마음은 잔잔한 설레임으로 전해온다.
넓은 공터 한쪽에 안전하게 주차시킨 뒤, 본격적인 산행시작이다.
식당옆길을 따라 몇 발작 움직이면 이내 농장 철문을 만나고 철문에서 우측 철망 울타리 옆의 돌길을 밟고 진행하면 농장 옆으로 넓은 개울을 건너게 되고, 개울 시멘트축대위로 작은 나무사다리를 올라서면 좁은 통로를 지나 너른 천문사 절 마당에 들어선다.
중창불사를 할건지 불사도감도가 서있고 임시 나무울타리 하얀 종이에는 '등산로'적힌 글씨가 눈에 띄는가하면 다소 어수선한 절 마당엔 인기척은 없고 불청객을 경계하는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하다.
등산길을 이리저리 찾아보지만 언뜻 산길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예상한 방향과는 달리 산기슭을 우측으로 들어가는 임도길만 보이고 다른 길은 보이지 않기에 일단 이 길을 따라 가본다. 응달진 골짝이라 차가운 공기가 두 빰을 시리게 한다.
- 08시 10분, 삼거리 갈림길
처음엔 이 길이 어디로 연결되는 줄 몰랐다.
다만 조금 가다가 왼쪽 어디론가 산 쪽으로 붙겠지... 하는 생각한 가지고 계속 진행했으나 알고 보니 이 길은 배너미골을 끼고 '배너미고개'로 붙는 길인 줄 나중에서야 알게된다.
얼마를 갔을까? 임도가 거의 끝날 때쯤, 제법 준수한 계곡과 함께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진다.
우측은 계곡을 떠나 산비탈로 올라가는 것 같고... 쌍두봉으로 갈려면 일단 방향은 좌측이다.
좌측길목에다 표시기하나를 붙이고 씩씩하게 들어선다.
얼마간 계곡을 끼고 가는가 했더니 물 없는 계곡 상류부분에서 길은 끊기고 좌측 산 사면으로 희미한 길 흔적이 묻어있다. 아! 이제 산으로 올라가겠구나... 이때만 해도 별생각 없이 올라가는 정도다.
- 08시 50분, 묘지 있는 봉우리(주 등산로 만남)
산비탈로 붙어 몇 발짝 진행하자 어? 얼마안가 산길이 흐지부지 해진다.
그때사 음... 이쪽길이 아니구나! 그러나 때는 늦었다. 이제 와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첫 진입로를 놓치고 봉우리를 삥 돌았지만 그래도 이 비탈을 올라서는 것이 그나마 더 이상 방향을 벗어나지 않는 길이라고 판단, 그대로 비탈을 쳐 올린다.
다행히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게 있다면 가끔 참나무에 노란 페인트표시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이정표 삼으면 될 것 같아 열심히 따라보았다만 그러나 번번이 쓰러진 나무더미와 우거진 잡목가지가 가로막히는 통에 얼굴만 얻어맞고는 돌아서기를 수 차례, 이것도 믿을 바가 못되었다.
경사는 더욱 급해지고 그야말로 코가 땅에 닿는다는 말이 꼭 맞는 대단한 급사면이다.
산자님은 남자라서 그렇다지만 아내가 밑에서 고생이 말이 아니다. - 에구~ 난 또 찍혔다.
그 와중에서도 언젠가 뒤따라 올 후답자를 위한 표시기를 달아가며 최선의 길을 찾아가다 보니 영 못 다닐만한 곳만은 아니라는 느낌이드는 것은 가끔씩 나타나는 희미한 길 흔적이 말해주고 있었다.
35분 정도를 그렇게 오르다 보니 드디어 봉우리에 섰고, 꼭대기엔 묘 1기가 덩그러니 있다.
- 09시 17분, 쌍두 1봉 정상.
좌우로 또렷한 산길이 나있는 주 등산로를 만났다.
원래 진입로를 바로잡아 산자락으로 오를 경우 이곳까지 얼마 되지 않지만 봉우리를 한바퀴 돌아서 뒤쪽 급사면을 오르는 바람에 시간소요가 거의 배가 걸린 꼴이다.
이곳에서 전방에 높다랗게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 같았다.
잠시 한숨을 돌린 뒤 봉우리를 향해 또 한번 비탈길을 쳐 올린다.
약 20분 가량 비탈길을 오르자 전망이 시원스레 트이는 바위봉에 올라선다.
흔히들 말하는 쌍두봉 즉, 두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있다하여 불리는 쌍두봉 1봉이다.
정상엔 봉우리를 알리는 그 어떤 상징물하나 있지 않았고 단지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하나는 가히 일품 이였다. 남쪽으로 가지산, 운문산, 억산으로 뻗어간 영남알프스 산줄기들, 그리고 동쪽으로 문복산, 옹강산이 지척이고 운문령넘어 고헌산 백운산으로 이어진 낙동정맥 줄기가 가늠되는가 하면 저 아래 대가람 운문사와 천혜비경을 간직한 천문지골, 학심이골, 심심이골이 수줍은 듯 모습을 감추고 있다.
정면에 미끈하게 생긴 암봉이 쌍두 2봉으로 추정된다.
2봉까지 이어지는 길엔 바윗길이 연결되어있어 바위를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2봉 정상은 1봉보다 약간 좁은 바위봉이고 이곳 역시 전망은 비슷하다.
- 09시 52분, 1042봉 정상.
2봉에서 모처럼 내리막길을 한번 내려선 후 다시 10여분을 한번 더 오르면 1042봉이다.
정상엔 아담한 헬기장을 갖추고 있고 숲 때문에 전망은 일일이 다 보여주지 않는다.
봉우리를 올라선 좌측으로 상운산 가는 길, 우측이 배너미재, 지룡산 가는 길이다.
여기서 '쌍두봉'에 관해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기에 밝혀 두고자 한다.
이 역시 하산 후 '쌍두봉가든'을 경영하는 주인(삼계리 원주민)에게서 들은 이야기지만,
흔히들 알고있는 쌍두봉이란 봉우리가 마을에서 보이는 두 개의봉우리 즉, 지금 아래서 올라온 1봉과 2봉을 가리키는 것으로만 알고있는데 그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의 쌍두봉 정상은 지금 서있는 1042봉, 즉 이곳을 쌍두봉이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하시는 말씀, 쌍두봉이란 원래 봉우리 두 개가 아니고 이 봉우리에서 두 개의 지능이 머리모양을 하고 갈라지는 중심에 있기 때문, 쌍두봉이라 부른다는 이야기다.
두 개의 지능이란 방금 올랐던 삼계리쪽 지능과 또 하나는 배너미쪽 지능이라는 것이다.
헉~ 충격... !! 그렇다면 지금껏 알려져 왔던 쌍두봉이란 봉우리는 뭐란 말인가?
'쌍두봉가든' 주인장 이야기로는 동네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외지인들이 무슨 자료에 그렇게 되어 있다며 한사코 저 두 봉우리를 쌍두봉으로 알고 오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 "뭘 알고 와야지 내용도 모르고 등산들을 하는 꼴 아닙니까" 하면서 끌끌... 하며 혀를 차신다.
그 외에도 이분께 많은 이곳의 내력을 들었지만 이곳에서는 이만 생략키로 한다.
- 10시 25분, 세 번째 헬기장
1042봉 즉, 주민이 말하는 쌍두봉 정상에서 산자님이 가져온 막걸리한잔을 딸군다.
햇볕이 따스한데다 바람도 불지 않아 마치 초봄 같은 날씨다.
걸죽한 막걸리 한잔에다 삶은 계란 하나씩을 까먹고 이 자리를 떠난다,
지금부터 산길은 편안한 능선길이다.
얼마 전 지룡산에서 올라 이곳을 지나갈 때 달아놓았던 나의 표지기도 간혹 보인다.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 진달래 나무사이로 완만하게 오르면 세 번째 헬기장을 만난다.
- 10시 41분, 상운산(1114m)정상
그렇게 멀리 보이던 상운산도 시커먼 그림자 색깔이 걷히면서 손에 닿을 듯 서있다.
언제 온 눈인지 빳빳하게 굳은 눈을 밟고 가다보니 이산에서 귀하게 보는 산죽밭을 지나가게 된다. 산죽밭이라..., 지리산에서는 이놈의 산죽 때문에 몸서리치는데 이곳에서는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산죽밭을 뒤로하고 마지막 오르막을 오르자 곧 산길이 사방으로 갈라지는 상운산 직전 갈림길이 나오고 바위 쪽으로 20m를 더가면 사방이 시원스럽게 보이는 상운산 정상에 선다.
정상 부근에 다다르자 비로써 오가는 산객들을 여럿 만나고 정상에는 어느 듯 만원이다.
- 11시 15분, 석남사 삼거리 표지판
정상에서 비좁은 바위날등을 타고 잠시 내려서면 진달래 나무가 빽빽한 능선길이다.
10분 채 못되어 근사한 '귀바위'위에 올라선다.
누가 쉬었다 갔는지 귤 껍데기가 너저분하게 버려져있다.
날씨도 좋고 산길도 수월하고 처음 시작할 때와의 상황과는 딴판으로 마음이 한가롭다.
산자님과 아내, 언제 힘들었냐는 듯 금방 콧노래라도 나올 것 같은 밝고 즐거운 표정들이다.
귀바위... 그 위에 올라서면 그 웅대함을 못 느끼나 잠시 내려와서 쳐다보는 귀바위의 모습은 거대한 바위뿌리가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 그 자태가 너무나 멋있다.
귀바위를 내려서자 곧 임도를 만나고 다시 샛길 난 길로 내려오면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바로 석남사 하산길이 만나는 곳, "석남사 2.0Km, 가지산 4.2Km, 쌀바위 2.5Km" 지점이다.
- 11시 25분, 운문령 고개
이곳에서 다시 임도를 버리고 샛길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날이 얼마나 가물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듯 온통 먼지투성인 길이 이어지고 나무계단 길을 만들어놓은 먼지투성인 산길로 오르고 내리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과거 10수년 전, 여름 땡볕이 쏟아지는 임도길을 피해 숲길로 들어서서 걸었던 그 아늑한 오솔길이 지금은 이토록 넓은 길로 변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곳을 와본지도 어연 10년이 넘었군!
샛길을 빠져 나와 임도를 잠시 걸으면 이내 운문령 도로 길에 내려선다.
운문령 고갯길은 우측엔 경남, 그리고 좌측은 경북이 갈라지는 도 경계의 곳이다.
도로양쪽엔 빈터하나 없이 차들이 빽빽이 세워져 있고 과거 두 곳밖에 없던 주막집도 열 군데도 더되어 보였다. 주막집을 보자 과거 여기서 말아먹었던 국수 한 그릇 생각이 절로 난다.
국수를 워낙 좋아하는 나로선 이곳에서의 국수생각이 고통으로 다가온다.
곧 올라가서 식사할텐데 국수를 먹자니 안되겠고... 아! 먹고 잡아라 따끈한 국수여~~
- 11시 55분 ~ 12시 25분, 점심식사
도로를 건너 문복산 오르는 언덕길에 웬 집이 하나 들어서 있다.
그 때문에 아래쪽 초소 뒤로 돌아가는 산길이 새로 나있고 뒤로 돌아가자니 괜히 화가난다.
능선에 올라서자 당분간 완만하고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10여분을 진행한 뒤 비탈을 10여분 올라가자 억새풀이 우거진 봉우리위로 올라선다.
저만치 높다란 봉우리가 보일 때쯤, 도저히 배가 고파 안되겠다 -국수생각 때문일까...?
하여튼 자리를 깔고 식사보따리를 풀어 뱃속을 진정시키고 볼일이다.
양지바른 억새풀숲에서의 오붓한 식사, 산에서의 식사는 언제나 운치가 있어 좋다.
- 12시 43분, 894.8봉 정상
식사를 끝내고 배는 불렀지만 어쩔 수 없다 전방 봉우리를 향해 천천히 오르기 시작한다.
배도 부르고 가파르기도 하고... 15분 정도를 꾸역꾸역 올라서자 삼각점이 있는 894.8봉이다.
발아래 경주시 산내 들판이 건천 가는 도로를 끼고 그림같이 펼쳐진다.
그리고 건너편 고헌산과 백운산이 어깨를 맞대며 서있는 모습이 지척이다.
봉우리에서 산길은 둘로 나뉘는데 우측, 고헌산 가는 낙동정맥 길이고 좌측, 문복산 길이다.
이곳에서도 문복산에서 오는 여러 산객들을 만난다.
이제부터 좌측 삼계리도로와 우측 산내리 마을을 번갈아 보면서 걷는 편안 길의 진행이다.
그러고 보니 식사 끝내고 감기약 먹는다는 게 그만 깜빡 해버렸다.
으흐흐.... 이놈의 팔자, 뭔 먹고 살일 있겠다고 감기약 갖고 다니면서 등산하는지 모르겠다. 한심한 지고...
- 13시 15분, 964봉 정상
솔일 깔린 푹신한 길, 그리고 진달래나무 사잇길, 그리고 이따금씩 돌길도 나타난다.
큰 굴곡 없는 고만고만한 산길을 30분 가량 진행하자 갑자기 바위가 있는 봉우리에 선다.
지형도상에 있는 '964봉' 봉우리에 올라선 것이다.
봉우리 직전 좌측으로 갈라지는 능선엔 삼계리에서 올라오는 산길이 열려있었고 때마침 부산에서 오셨다는 10명의 일행들을 이곳에서 맞닥뜨린다.
이분들은 문복산을 목표로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중이라 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문복산은 좌우로 거대한 산줄기를 거느리고 그야말로 산더미 같은 모습을 한 채 우뚝 서있다. 산이 산더미 같다면.... 어째 좀 이상한가...? 하여튼 그런 모습으로 서있었다.
- 13시 55분, 문복산(1013.5m)정상.
부산 팀들과의 자연스런 동반 산행이다.
그들 뒤에 붙어서 줄곧 발맞추며 따라가다 문복산 턱밑에 붙어 오르막이 시작되면서부터 하나둘 뒤로 쳐지면서 우리 일행들에게 앞길을 모두 내어준다.
문복산 정상직전 전위봉이 꼭대기에 숨을 헐떡이며 올라선다.
쉬기 좋은 너럭바위가 있는 이곳이 꼭 정상으로 착각하기 쉬운 곳이다.
올라온 좌 전방 쪽으로 계곡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고, 정상은 100m 정도 더가야 한다.
문복산 정상은 넓다란 공터와 함께 '청도산악회'에서 세운 사각 정상석이 서있었다.
이곳 정상에서도 갈림길이 있는데 직진길이 산내쪽 하산 길과 옹강산 이어가는 능선길이고, 좌측길이 역시 삼계리계곡 하산 길과 지능선 하산하는 길이 열려있다.
오늘 산행은 옹강산 까지의 종주산행 이였으나 여기서 잠시 갈등의 시간을 가지게된다.
지금시각 2시 5분, 옹강산 까지 갔다가 하산하려면 3시간 정도 예상된다. 그렇다면 5시 30분 안에 하산 완료...? 일몰이 아슬아슬하다. -다시금 아침에 내다버린 시간 40분이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아내와 산자님께 의사타진을 해본다. 그러나.... 계속진행이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다.
내가 강행한다면 따라야 오겠지만 나도 이럴 땐 분위기를 타기 마련...,
이렇게 갈등하는 사이 시간은 또 20분이 후딱 흘러 가버리고.... 아무래도 시간이 애매하다.
김빠진 맥주랄까...? 하산 앞으로..!! 이렇게 결정하자 아내가 무척 좋아하는 눈치다.
- 14시 32분, 너럭바위 전망대.
옹강산 까지의 시간이 무리라면 중간 '삼계리재'에서도 내려올 수 있다.
하지만 옹강산이 아니라면 어차피 그것은 별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산자님의 생각,
그렇다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하산을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아쉬움을 떨구고 하산 길로 접어들자 잠시 응달진 눈길로 내리 빠진다.
얼마 뒤, 계곡과 능선이 갈리는 곳에서 잘 나있는 계곡 길을 버리고 능선 길로 올라선다.
자칫 계곡 길로 따르기 쉬운 곳으로서 능선 길은 상대적으로 덜 뚜렷하다.
좌측 아래로 골이 차츰 깊어갈 때 근사한 너럭바위 지대가 나온다.
암반이 넓고 반반하여 쉬어가기 그만인 곳이다.
햇살도 따뜻하고 시간여유도 있고 바위마저 좋다. 암 그렇다면 당연히 쉬어야지...!
남은 막걸리에다 삶은 계란을 까서 모두 비워버린다.
- 15시 39분, 삼계리 하산완료
호젓하고 부담 없는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많이 다니지는 않는 듯 리본들도 별로 없지만 길이 아늑하고 걷는 맛이 꽤 좋은 길이다.
그리고 우측으로 눈을 돌이면 옹강산의 줄기들이 진행방향으로 계속 따라오면서 "여기에는 언제 오시겠습니까" 하면서 그 멋진 자태를 은근히 자랑하는 것만 같다.
산이 아름답다거나 멋져 보인다는 것, 그리고 산이 정답게 보인다는 것, 이것은 산꾼에게서 치유될 수 없는 불치의 병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 걱정도 팔자...
30분 정도 가다 평탄한 능선길이 완만한 고개 하나를 넘는다.
그리고는 서서히 경사를 낮추기 시작하더니 저만치 마을전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에 금방이라도 내려설 것 같았지만 산길의 심술은 만만찮다.
낙엽 쌓인 급경사 길은 미끄럽기 그지없고 계속 내리 꽂히는 경사는 그 각도를 더해간다.
돌과 먼지가 뒤 썩힌 비탈길, 나무 가지를 잡아가며 겨우 다 내려서자 마지막 산자락에서 길이 둘로 나뉜다. 직진 길은 마을 어귀로 떨어지고 좌측 너저분한 길은 마을 앞 묵밭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묵은 밭을 가로질러 마을 안으로 들어선다.
향나무집, 고향집 등 식당들이 보이고 개천 길을 잠시 따르자 삼계 2교 다리 앞이다.
다시 도로를 건너 5~6분 정도 걸으면 아침에 세워둔 쌍두봉가든 식당 앞에 온다.
아쉬움은 있었지만 오후 4시가 채 못되어 오늘산행을 마친다. (15시 47분)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