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강정식씨 1940년대부터 교과서·사진 등 5천여점 모아
`걸어 다니는 홍천 박물관' 표어와 함께 살아온 인생 화제
“주는 만큼 부정하고 받는 만큼 부패된다.” 어디선가 듣고 본 듯한 이 표어는 `걸어다니는 홍천박물관'으로 통하는 시인 강정식(68)씨가 199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명선거 표어에 출품해 대상으로 당선된 작품이다.
인생을 표어와 함께 살아왔다고 말하는 강정식씨의 인생이 6·2 지방선거를 20여일 남겨 놓은 요즈음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강원문인협회이사와 강원시인협회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강씨는 홍천중 홍천농고를 졸업한 홍천 토박이다.
강씨는 어릴 적부터 표어에 남다른 감각을 갖고 있어 중학생 시절이던 1956년 반공표어대회에서 `비밀이 새는 구멍, 크기 전에 막아내자'로 첫 입상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표어와 더불어 인생을 즐기고 있다.
홍천군이 개최하고 있는 한서문화제(현 무궁화축제)의 슬로건인 `무궁화 큰잔치, 화합의 한마당'도 16년전 강씨의 작품이다.
강씨가 주로 기거하고 있는 희망리의 개인서재에는 과거 194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종 교과서와 사진 등 5,000여점의 물품이 곳곳에 간직돼 있다.
문교부(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행한 교과서, 때 묻은 습작시집을 보고 있으면 어느덧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소설가 전상국, 허기영홍천문화원장과 홍천중학교 동기동창인 강정식씨는 학창 시절 문학도의 길을 걸으며 함께 찍은 사진도 책장 한 쪽에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친구인 전상국씨는 “인생 그 자체를 즐기며 유쾌하게 사는 친구의 모습을 보면 언제나 청춘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홍천의 모든 역사를 간직하며 사는 인생이 부럽고 자랑스럽다”고 치켜세웠다.
강씨는 “한평생 살면서 누린 모든 것을 간직하고 싶었다”며 “남은 인생에서도 이러한 `남김'의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천=이무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