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1996-10-03 27면 (생활/여성) 판 기획.연재 3280자
◎거리를 가득메운 고건축물과 유적들/호손의 생가와 ‘일곱 박공의 집’/‘마녀재판’의 과거가 있는 박물관 등/매사추세츠주 최대의 관광지로 각광
미국 북동부 대서양을 끼고 있는 매사추세츠주는 미국의 역사가 시작된 유서깊은 지역이다. 1630년 주도 보스턴을 중심으로 한 주변 도시에 1,000여명의 영국 청교도들이 정착한 이래 이 지역은 미국사회의 주류세력인 「와스프」(WASP·앵글로색슨계의 백인 프로테스탄트를 일컫는 말)들의 정신적 고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한국 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이지역을 찾는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지만 놓치기 쉬운 명소가 많다. 미국 역사의 시발점이면서 상공업, 어업의 중심지이기도 한 이 지역의 가볼만한 유적지와 휴양지를 소개한다.<편집자의 도움말>
보스턴에서 북쪽으로 약 25㎞ 정도 떨어진 세일럼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중의 하나다.
세일럼은 최초의 미대륙 정착자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역사적 도시다. 붉은 선으로 표시된 「헤리티지 트레일」을 따라 세일럼 시내를 걷다보면 곳곳에서 300여년전 이 도시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연들이 발걸음에 밟힌다.
세일럼은 산업혁명 이후 중국·인도·아프리카 등과의 활발한 무역으로 세계각지의 보물이 모여드는 주요 항구로 성장했다.
지금도 17세기 당시의 고건축물이 거리마다 가득 들어차 있다. 유적지와 박물관, 각종 문화행사, 독특한 비법의 요리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쇼핑센터 등이 밀집돼 있는 매사추세츠주 최대의 관광지역으로 매년 1백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세계각국에서 몰려든다.
세일럼은 「주홍글씨」의 작가 너새니얼 호손의 고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호손의 생가와 그의 유명한 소설 「일곱 박공의 집」의 무대가 된 고저택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돼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바닷가가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이 집의 내부는 300년전의 가구와 무역을 통해 미국에 들어온 세계각국의 예술품과 진귀한 장식물로 치장돼 있다. 호손의 유적지를 돌아보는 30분짜리 투어코스가 있다.
세일럼은 유명한 「마녀재판」으로 모두 19명의 무고한 시민을 처형한 섬뜩한 과거를 가진 도시다.
1692년 마을 목사의 딸과 조카가 병들어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의사가 마을에 마녀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술진단을 내리면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이듬해 10월 주지사의 명령에 의해 재판이 정지될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고 처형당했다. 몇년뒤 이 사건에 대한 주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자 보상이 이뤄졌지만 이를 통해 매사추세츠만 식민지인들의 신앙관과 도시 내부의 분열, 전염병에 대한 불안감 등 당시의 사회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당시 격렬했던 마녀재판을 경험할 수 있는 마녀박물관과 재판을 맡은 판사가 살았던 마녀의 집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바디에섹스 박물관에서 세계각국의 문화와 예술을 감상할 수 있으며 미국 동북부 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고래관광, 해적박물관 등도 필수 관광코스다.
비지터스센터에서 매시간 가이드가 딸린 트롤리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대한항공이 서울에서 보스턴까지 주 3회 운항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관광항만청 한국사무소 (02)733-7045<보스턴(미국 매사추세츠)=유신모 기자>
◎청교도 첫 정착지 ‘플리머스’/미국의 민속촌 ‘플리머스 농원’/바다에 떠있는 메이플라워호/인디언 매사소이트동상 등 볼만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영국에서 건너온 청교도들이 미국땅에 첫발을 내디딘 도시 플리머스.
보스턴에서 남쪽으로 차로 1시간 남짓 걸리는 이곳에는 당시 청교도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복원해 놓은 플리머스 농원이 있다. 초기 정착민들의 청교도적 생활양식과 그들에게 농경기술을 전수해준 인디언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재현되는 「미국의 민속촌」이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당시의 생활을 직접 경험할 수도 있다.
플리머스 앞바다에는 104인의 청교도가 타고온 메이플라워호가 떠 있고 해변에는 필그림들이 신대륙에 첫발을 디뎠던 바위가 있다. 플리머스 언덕에는 인디언 추장 매사소이트의 동상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매사소이트는 신대륙 상륙직후 기아로 죽어가는 필그림들에게 옥수수와 칠면조를 제공한 인물이다. 매사소이트의 도움으로 살아난 절반의 필그림들은 이듬해 인디언과 함께 추수한 그들의 첫 농작물로 추수감사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매사소이트가 죽은뒤 인디언과 정착민 사이에는 대륙의 소유권을 놓고 거대한 전쟁이 벌어졌다. 결국 아메리카 인디언은 그들이 살려준 정착민들에게 땅을 뺏기고 멸망해 버렸다.
하지만 그들의 추장 매사소이트의 이름은 매사추세츠주의 어원이 돼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리고 칠면조 요리와 옥수수빵, 호박파이 등 당시 필그림들이 먹던 음식은 추수감사절의 전통음식이 됐다. 미국최대의 명절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이곳 플리머스에서 비롯된 매년 11월 마지막주 목요일의 추수감사절이다.<유신모 기자>
◎천혜의 휴양지 ‘프리포트’/아름다운 숲에 둘러싸인 항구도시/대형 아웃렛 상점들 세계적 명소/쇼핑·낚시·사냥·스키 연중 만끽
보스턴에서 해안선을 따라 95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 정도 달려 메인주로 넘어가면 아름다운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항구도시 프리포트가 나온다.
총인구가 7,200명에 불과한 프리포트는 지난 84년에야 맥도널드가 처음 생겼을 정도로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15년전만 해도 사냥과 고기잡이 그리고 사냥용 신발제조가 이곳 사람들의 생업이었다. 하지만 82년 이후 대형 아웃렛 상점이 들어서면서 프리포트는 변하기 시작했다. 아웃렛의 탄생과 함께 천혜의 자연환경과 쇼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면서 프리포트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관광 휴양지로 탈바꿈했다.
지금 프리포트의 메인스트리트 주변에는 캘빈 클라인·도나캐런·리바이스 등 120여개의 대형 아웃렛 상점이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LL 빈」이라는 이곳의 사냥·등산용품 전문판매장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쇼핑과 함께 낚시·사냥·스키를 연중 즐길 수 있다. 가장 붐비는 계절은 크리스마스 연휴 직후의 겨울 휴가철이다. 아웃렛 상점의 물건이 가장 많고 쌀뿐 아니라 눈이 많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주변 스키리조트와의 연결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지역에서 나는 바닷가재는 유명하다. 뉴잉글랜드의 명물 바닷가재는 가을이 제철이다. 그림같은 항구를 배경으로 크루즈를 즐기고 레스토랑에서 싱싱한 바닷가재 요리를 실컷 맛볼 수 있는 것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즐거움이다.
아름다운 전원풍경 속에 파묻힌 컨트리스타일의 호텔과 숲속의 오두막 등 숙소도 일품이며 캠핑장도 쉽게 발견할 수 있어 한적한 곳을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최적의 휴양지다. 프리포트 실업인협회(2078651212)<유신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