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구리 잡기 특강중^^ >
외갓집 뒷산에는 방공호라는 게 더러더러 있었다.
오빠들과 어울려 외숙모가 싸 주신 콩가루에 굴린 주먹밥 몇 개를 바가지 채 싸 들고
엉금엉금 산을 올라 가 그 방공호를 내 방인 냥 놀았던 어릴 적이 있다.
마른 떡갈나무를 엉성하게 엮은 그 안에서 맡던 흙냄새,,,
또, 그 마당에는 큰 배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그 나무는 나를 포함한 그 동네 아이들의 간식창고였다.
내 기억속의 그 배는 제법 딱딱하고,
물도 별로 없었고,
그리 크지도 않았던 걸로 기억되지만,
우리 외갓집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동네 아이들에게 제법 권세를 누렸던 것 같고,
그 나무를 기둥으로 또 우리의 아지트를 만들어 놀기를 좋아했다.
엄마가 외출한 틈을 타서 이불장 속에서 놀며 느꼈던 아늑함,
발재봉틀을 기둥으로 아버지 책상 의자로 걸쳐 놓고 이불로 지붕을 만들며, 그 아래에서 놀던 따스함,,,
그런 엄마를 닮아서 인가,
나의 셋 아이들은 식탁 밑이며, 이불장에 들어 가 자주 놀곤 했었다.
비 오는 불당리,,,
오늘은,,, 잊고 살았던 내 기억들이 빗소리에 고스란히 담겨져 가슴으로 온다.
지난 주, 가깝다는 이유로 승용차로 세미원에 간 탓에 얼마나 부러웠던고!!
<한국야외수채화가회>라고 턱~하니 이름표를 달고 나타난 그대들이~~
이런 내 맘을 눈치 챘는지, 아들에게도 이름표를 달아 주시는 고마우신 회장님,
비만 오면 뵐 수 있는 우리의 멋---진 손 요ㅇ 부회장님,
일주일을 기다려서 내 손에 전해진 붉은 연서의 김 나 ㅇ 샘,
멋쟁이 박 재ㅇ 샘, 지 정ㅇ 샘,
.
.
.
따스한 커피 한 잔 나누는 압구정은 오늘도 변함없이 향기롭고 따스하다.
해 마다 선녀바위와 남한산성은 꼭 따라나서는 우리 아들~
내가 다른 곳을 사생 갈 때도 아빠와 즐겨 찾던 곳이라 그런지 녀석의 눈은 산성이 가까워질수록 초롱초롱하다.
일찌감치 도착한 불당리는 새 옷으로 싸--악 갈아입은 화장실을 빼고는 그대로였다.
새 지붕으로 어색했던 지붕이 몇 해가 흘러 좀은 자연스러워졌고,
세월을 곰삭히는 계곡의 이끼는 오늘따라 더 무성하고,
지난 밤 내린 비로 계곡을 내리는 물은 더 없이 시리고 깊어 보인다.
넉넉한 시간으로 높이 한 바퀴 휘---돌아보는 동안에도 아들 녀석은 뭔가를 찾느라 분주하다.
요즘 나에겐, 사생을 손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지 원ㅇ 선생님의 MP3 빼앗아 들으며 황홀 해 지기!!
오늘은 나를 위해 아예 증폭기를 통째 가지고 오셨다 하신다.
인심 쓰는 척,내 옆에 자리를 내어 드리고, 오늘은 주황색 지붕에 펄럭이는 야수회의 깃발을 그려본다.
오후엔 비가 온댔으니 작은 것 한 장, 밥 먹기 전에 끝내야지...하는 계산으로...
오늘도 음악이 심상치 않다.
연필이 춤을 추고, 붓 자루가 춤을 추더니 마침내는 내 몸에 붙은 다리가 절로 움직인다.
그러다 발길질로 물통까지 엎어 바지가 다 젖으니, 핑계가 좋다. 비가 있으니,,,
위에서 그림 그리고 있던 화우들이 나의 이런 생소한 모습을 보며 깔깔 웃는다.
가까운 곳이라 계속해서 화우들이 삼삼오오 도착하고, 금세 불당리는 만원이 된다.
스케치를 끝냈는가 싶은데,,,아뿔싸!! 길이 너무 올라갔구나.
왜 스케치에서는 못 느끼고 채색을 해야 감이 오는지,,
어쩔 수 없어 윗부분의 테이프를 떼어 내고 1센티를 벌었지만, 그래도 1센티가 모자란다.
또,,, 2프로 모자란다.
세미원에서의 단조로운 초록을 피하기 위해 오늘은 이리저리 초록을 만들어 덕지덕지 발라본다.
아이들이 배고프다며 바지 끈을 당긴다.
좁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간 식당에는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은 김치찌개와,통통한 콩나물 무침,
너---무 부드러운 고사리 참기름 무침,
무생채, 길 다란 총각김치에,걸---쭉한 동동주 한 양동이...
늘 식탁에서 먹으니 거리가 있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아들 녀석과 딱 붙어서 밥을 먹는다.
그러다 동동주를 한 모금 들이키고,
장난삼아 아들 녀석의 입에 살짝 갖다 댔더니 너---무 짜다고 한다.ㅋㅋ
어울려 먹는 점심은 시골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다.
비가 온다는 소리가 들리고,
하나 둘 식당을 빠져 나와 짐들을 옮기고, 우산을 챙겨든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그 주황색 지붕을 그리고, 시원한 계곡물도 그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기웃거리다. 주춤거리다, 다음 그림꺼리를 찾는다.
비는 한 두 방울 더 굵어지고, 아직도 꺼리는 못 찾고,,,
그러다 휙--돌아 서는데, 그림이 하나 보인다.
엠피3도 귀에 꽂았겠다. 이제 신나게 그릴 일만 남았나,,,싶은데 비는 점점 더 온다.
이젤에 우산을 테이프로 고정하니 그림은 비가 안 맞지만, 내가 비를 맞는다.
가방을 뒤적거려 갈아입히려고 가져 온 아들 녀석의 옷을 머리에 둘러쓰니 좀 낫다.
누가 보면 참,,,청승이다.
비는 점점 더 굵어지고, 우거진 나뭇잎 사이사이로 비가 떨어진다.
오전부터 하던 회원들은 비 피해서 이리로 저리로 들어가도 되겠지만,,,아직 스케치도 덜한 나는 방법이 없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큰 스치로폼을 두 장 번쩍 들어다 집을 짓는다.
기둥 한 장 세우고, 지붕 하나 덮으니 어릴 적 놀던 딱!! 그 모습이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는 따닥따닥----또닥또닥----스치로폼 답지 않은 싱그럽고 아름다운 초록소리를 낸다.
그러다 갑자기,,,
그저 빗속에 이러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더 많아질 때면, 지금 이 순간도 내 어릴 적 기억처럼 아름답겠지.
내 몸뚱이 하나, 겨우 들어 갈 작은 공간에서 오늘 나는 커다란 행복함을 맛보며
비라는 녀석을 데리고 놀아보자,,,,,,맘을 고쳐 먹는다.
그러는 사이에도 아들 녀석은 개구리 잡으러 가자고 한 번씩 와서 조르고 가지만,
어디 녀석도 엄마에게 한 ,두 번 당해 보았을까---
내 큰 키에 지붕이 어설픈지, 기둥도 더 올려주고 가시는 추 연ㅇ샘,
스치로폼을 한 장 더 얹어 지붕을 더 튼튼하게 엮어주고 지나가는 정 윤ㅇ샘,
한 두 방울씩 비가 종이 위로 흐른다.
내가 좋아하는 색의 흙물이 카메라에도 내 바지에도 달라붙어 이 좁은 자리에 한사코 같이 있자한다.
마르지 않은 종이 위에 그리고, 닦아내고,,,또 그리고,,,
빗소리에 음악 소리에,,, 흐르는 시간이 못내 아쉽다.
돗자리를 둘러쓴 이,
가방을 둘러 쓴 이,
비닐하우스로 들어 간 이,
저마다 비를 피해 그리는 방법을 물색한다.
시간이 지나니 지붕이 샌다.
스며들어 주르르 타고 내 얼굴에 내리고,
타고 들어 조르르 내 종이 위에 내리고,,,
그래도 조금의 양심은 있어,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를 위해 30분 일찍 정리를 한다.
배고픔에, 추위에 닭 껍질까지 냉큼 먹던 녀석이 졸려 꾸벅거린다.
온 산을 온 언덕을 우산을 든 채 하루 종일 쫓아다니더니,,,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얼른 재울 요량으로 잰 걸음으로 버스로 걸어간다.
와----개구리다!!
튼튼하게 익어가는 벼들을 보더니 언제 졸렸냐는 듯이 생생해지는 녀셕...
이리저리 논두렁을 헤집고 다니며 개구리를 찾는다.
버스가 출발하자 말자, 잠이 드는 녀석이 하루의 고단함을 내 허벅지 위에 내려놓는다.
녀석의 이마에서 땀 냄새가 난다.
향기로운 아이의 냄새가 난다...
이래서, 난 또,,,
아이의 엄마가 된다.
지금부터 며칠은 김 용선을 접고서, 이 아이의 엄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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