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락정에서 맞이한 휴일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봄날, 영해와 석무는 작은 여행을 떠났다. 손수 싼 김밥과 컵라면, 그리고 따뜻한 커피를 가방에 챙기며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이었다.
"자, 다 챙겼지?"
"응, 컵라면이랑 커피는 내 배낭에 넣었어. 김밥은 당신이 잘 간수해."
두 사람은 웃으며 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칠곡의 높은 산속에 자리한 금락정. 금호강과 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멀리서 보면 한반도 지형처럼 보이는 자연의 신비로운 경관이 펼쳐지는 곳이었다.
길 위에서
산길은 험하고 가파랐지만, 영해는 능숙한 운전 솜씨로 차를 몰았다. 창문을 살짝 내리니 봄바람이 솔솔 불어와 기분이 상쾌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꽤 험하네."
"그러니까 더 특별한 거 아니겠어? 우리가 이렇게 쉽게 올 수 있으면 다들 오고도 남았지."
석무는 웃으며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길가엔 진달래가 피어 있었고, 저 멀리 산등성이에는 연초록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금락정에 오르다
금락정은 산속 깊숙한 곳에 있었다. 차를 세우고 한참을 걸어야 했다. 두 사람은 배낭을 둘러메고 천천히 산길을 올랐다.
"이제는 이렇게 여유롭게 걸을 수 있어서 좋아."
"그러게. 아들들 키울 때는 어디 한 번 마음 편히 나서기 어려웠지."
두 아들은 몇 년 전 결혼해 출가했다. 한때는 온 집안이 시끌벅적했지만, 이제는 둘만의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엔 적막함이 낯설었지만, 이젠 그 적막이 주는 평온함을 즐길 줄 알게 되었다.
한 시간 남짓 걸어 도착한 금락정. 작은 정자가 산마루에 자리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가히 절경이었다. 굽이굽이 흐르는 금호강과 낙동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였고, 멀리 보이는 강줄기는 한반도의 지형을 닮아 있었다.
"와… 정말 멋지다."
"그렇지? 여길 한 번 와 보고 싶었어."
석무는 가방에서 김밥과 컵라면을 꺼냈다. 영해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두 사람은 정자에 앉아 금락정의 풍경을 감상하며 김밥을 한입 베어 물었다.
"음~ 내가 싸 놓고도 맛있네."
"당신 솜씨야, 원래 최고지."
뜨끈한 라면 국물을 마시며 두 사람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바빴던 나날, 그리고 이제야 누리는 여유로운 시간들.
"우리 앞으로 자주 여행 다니자."
"그러자. 아직 못 가본 곳도 많잖아?"
영해와 석무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서야 비로소 둘만의 인생이 시작된 듯했다. 금락정에서 바라본 저 강물처럼, 두 사람의 남은 시간도 유유히 흐를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둘은 함께할 것이다.
봄날의 데이트
금락정에서의 시간이 참 좋았다. 산 정자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김밥과 컵라면을 먹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바쁜 일상에선 하지 못했던 사소한 대화들이 오갔다.
"이제 슬슬 내려갈까?"
"응, 내려가서 커피 한잔 더 하자. 괜찮지?"
석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내려가던 중 문득 영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당신, 옷 좀 사야겠어."
"옷?"
"응, 봄도 됐는데 좀 멋지게 입고 다녀야지. 그냥 카페 가지 말고 코스트코 가자."
영해는 웃었다. 늘 자기보다 영해의 옷을 더 신경 써 주는 석무였다. 영해는 대충 입어도 된다는 주의였지만, 석무가 원하면 또 따라가 줘야 했다.
코스트코에서의 쇼핑
코스트코에 도착하자마자 석무는 영해를 이끌고 남성 의류 코너로 갔다.
"이거 어때?"
"너무 젊은 스타일 아니야?"
"그럼 이건?"
석무는 셔츠며 바지며 이것저것 들춰 보며 영해에게 대보았다. 결국 네이비색 봄 재킷과 캐주얼한 면바지를 샀다. 영해도 석무를 위해 연한 핑크빛 블라우스를 골라주었다.
"이거 입으면 당신 더 예쁠 거야."
"어머, 나 아직도 예뻐?"
"그럼, 내 눈엔 항상 예쁘지."
석무는 웃으며 블라우스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쇼핑을 마친 후 두 사람은 장을 보러 갔다. 오늘 저녁은 간단하지만 맛있게 먹기로 했다. 생선 한 마리, 신선한 채소, 그리고 와인 한 병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맛있는 저녁 식사
집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은 함께 저녁을 준비했다. 석무는 생선을 굽고, 영해는 샐러드를 만들었다.
"와인 따를까?"
"좋지."
저녁 식탁엔 갓 구운 생선과 신선한 샐러드, 그리고 와인이 놓였다.
"이렇게 같이 요리하고 먹는 것도 참 좋다."
"그러게. 예전엔 애들 챙기느라 정신없었는데, 이제 우리만 신경 쓰면 되니까 더 여유롭지 않아?"
잔을 부딪치며 두 사람은 웃었다. 맛있는 저녁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참 달콤했다.
불타는 밤
식사를 마치고 와인의 기분 좋은 취기가 오르자, 영해는 석무를 바라보았다.
"당신, 오늘 참 예뻐 보이네."
"당신도 새 옷 입으니까 멋져 보여."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거실에서 두 사람은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봄밤의 설레는 공기 속에서, 오래 함께한 부부지만 여전히 뜨거운 감정이 남아 있었다.
"오늘 하루 정말 좋았어."
"그러게. 봄이 와서 그런가, 마음도 더 설레고 말이야."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긴 세월을 함께했지만,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엔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봄밤은 깊어가고, 두 사람의 사랑도 더욱 깊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