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이라는 담론은 19세기에 발생했다.19세기는 세계사적인 안목에서 볼 때 「제국주의」의 시대였다.어떤 의미에서,인류학이라는 학문은 이 제국주의라고 하는 정치 체제를 밑받침하기 위해 생겨난 담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미개인들을 잘 다스리려면 우선 그들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이렇게 시작된 인류학은 그 뒤 본격적인 과학으로 자리잡으면서 많은 성과를 배출해냈다.
대부분의 인류학 이론은 미개 사회를 「비합리적인」 사회로 보았다.예컨대 레비_브륄(Lucien Levy_Bruhl)은 미개인들이 일종의 「전(前)논리적인」 사고를 한다고 보았다.늑대를 토템으로 가진 부족은 스스로를 늑대와 동일시한다는 것이다.이 밖에도 많은 인류학자들이 미개인들의 문화를 그 자체로서 분석하지 못하고 유럽인들의 가치관을 투영해서 분석했다.
레비_스트로스는 미개인들의 삶이 철저하게 「합리주의적인」 토대 위에서 전개된다고 보았다.그것은 꼭 미개인들이 합리적이어서라기보다는 인류의 무의식 구조가 모두 같기 때문이다.레비_스트로스는 미개인들의 삶을 기능주의적으로 설명한 영국 인류학자들에 반대해,미개인들의 삶을 「구조주의적으로」 설명했다.예컨대 어떤 지역에 사는 세 부족이 각각 곰,독수리,수달을 토템으로 한다면,과거의 인류학은 곰을 토템으로 하는 부족과 곰 사이에는 모종의 실질적 연관성이 있다고 보았다.이것을 어떤 인류학자는 「동일시(identification)」로 해석해,늑대를 토템으로 가진 부족은 보름달이 뜨면 실제 늑대가 된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레비_스트로스는 곰,독수리,수달은 단지 「변별적(辨別的)으로」만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다시 말해 독수리라는 토템이 어떤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곰과 수달 「사이에」 존재한다는 위상학적(位相學的)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다.그것은 육군 중령이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소령과 대령 사이에 있음을 말할 뿐인 것과 같다.
토템만이 아니라 우리가 집짓는 방식,음식을 먹는 방식,옷 입는 방식을 비롯해,신화,미술,친족 체계 등등이 모두 일정한 무의식적 구조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이 레비_스트로스의 생각이다.예컨대 서양인들은 음식을 통시적으로 먹는다.「에피타이저」가 있고 「메인 코스」가 있으며,음식을 먹은 뒤에는 「후식」이 나온다.반면 한국인들은 공식적인 식생활을 한다.『한 상 가득 차려 오너라』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한 상에 모든 음식을 담아 한꺼번에 내오는 것이다.레비_스트로스는 문화 형성을 보이지 않게 지배하는 이런 무의식적 구조를 드러내는데 한 평생을 바쳤다.
서구인들은 서구 바깥의 문명을 모두 「야만적인」것으로 보았다.그리고 한 손에는 총을,다른 한 손에는 「바이블」을 들고서 서구 이외의 나라를 정복해 왔다.이것이 「제국주의」이다.오늘날에도 총칼을 앞세운 제국주의는 상당 부분 소멸했지만,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경제적,문화적 제국주의가 팽배하고 있다.특히 미국은 오늘날 전세계를 점령하려는 야욕에 불타고 있다.영어와 미국 문화가 세계를 주무르고 있는 것이다.레비_스트로스는 알제리와 베트남을 비롯한 여러 식민지들을 침탈한 프랑스 제국주의의 과거를 지식인의 양심을 가지고서 반성하고 있다.또 얼핏 보기에 현저하게 다른 문화 형태들이 사실은 동일한 추상 구조에 입각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역설함으로써,모든 것이 분열되어 있는 현대에 있어 인류에게 공통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이 점에서 「슬픈 열대」는 현대인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한 고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