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데 집에서 놀까 하다가 철도회원홈페이지에서 우연히 알게된 누나를 만나기로 하고 일주일전에 1508통일호와 577무궁화를 예약하였답니다..
기차를 타본지도 오래되었고(지난 7월 8일 이후..)
1508통일호(남춘천10:05->청량리11:59)은 정말 오랜만에 타는 열차편입니다(올 설 직후에 책사러
서울에 올라오느라 이용한 이후..),577무궁화(청량리21:40->춘천23:26)은 지난달에도 이용(오늘도 신형객차면 좋겠당(다른 노선 다니는 신조객차말고)~~~)
아침부터 비가 몰아쳐서 기분이 꿀꿀했는데 다행히도 오전 8시 30분쯤 되니 비는 그치고 구름사이로 햇빛이 보이는군요..
원래 해가 쨍쨍내리쪼이는 날보다 구름 낀 날이 더 푹푹찌고...
열심히 자전거를 몰아 9시 40분쯤 남춘천역에 도착..엄청덥네^^;;
벌써 등이 땀으로 축축...
조금 있으려니 1505(청량리07:50->춘천09:45)가 들어오고 막바지 휴가철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내립니다..저는 남은 시간동안 저번에 523을 타지 못해 물게된 위약금 1100원을 납부하였답니다..
친구녀석이 지 여자친구를 만나러 원주에 갈일이 있다고 해서 예매했는데 창구직원의 업무착오로
지정된 좌석이 아닌 엉뚱한 표를 구매해 물게된 수수료죠....아까워라..ㅜ.ㅜ)
영수증은 전산발매표에 위약수수료 영수증이라고 적혀 나온답니다..
잠시후 우리 열차의 개찰이 시작...개찰은 남춘천역 역무원이신 박윤삼님이 수고해주시고..
플랫폼에 음악을 들으며 조금 있으려니 7113디젤기관차가 끄는 1508통일호가 들어오는군요..
참고로 7113 디젤기관차는 지난 3월말에 521무궁화를 타고 강릉 가느라 1502통일호로 청량리로
올라갈때 평내 교행인 1503통일호를 끌었던 그 기관차로 기억..
정시에 도착한 1508통일호에 승차하여 지금은 신남역 정차중인데 예정시간보다 약간 지연될듯(교행때문은 아닌듯 싶은데..)
강촌 도착 예정 시각이 10:22분인데 벌써 10:22분은 훨씬 넘어서..
서울역광장에서 12시 30분에 그 누나를 뵙기로 했는데 까딱하면 늦을듯...
순간,안내방송이 563무궁화가 열차사정으로 10분이나 연착된다고(나중에 안것이지만 운전상의
점검을 하느라..) ㅎ ㅓ ㄱ ㅓ...
막간을 이용하여 신남역에 이야기 하자면 김유정 선생님의 생가인 실레마을이 있고 선생님이 세우신 학당인 금병의숙도 있구요..예전에 간이역이라는 MBC 드라마의 촬영장소였다고 하네요...
친구녀석말로는 장혁하고 전지현 나오는 017CF에도 나온다고 하던데..(왜 있잖아요..장혁이
폰번호 적힌 손바닥을 비오는 차창에 대고 누군가를 향해 소리치는..)
에고~에어컨 시원타...^^
주위에는 경춘선 복선화 공사를 하느라 여기저기 공사장이..
7119 디젤기관차가 끄는 563무궁화(청량리08:35->춘천10:23)와
신남에서 10:27분에 교행(1508통일호가 강촌에 10:22분인데 이런..ㅡ..ㅡ
과연 정시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가...
팔미리를 지나는데 교량아래로 시뻘건 흙탕물이..(아이고..무서버라..
아침에 온 비때문인듯..)
오른편으로 보이는 의암터널을 빠져나오면 경춘국도와 나란히 달리는데 이
계곡으로 달리는 풍경이 경춘선에서는 최고랍니다..*^.^*
특히 안개라도 끼면 정말 환상적..
우와 멋지다..북한강도 적당히수량이 풍부해졌네요..
왜가리와 백로등의 여름철새들도 많이 먹이를 찾으러왔고..삼악산 정상
부근에는 구름이 걸려서..신비 그자체..
강촌에는 결국 예정시각보다 15분이나 지연된 10:37분 도착.(이 시간에는
가평에 이미 도착해 있어야 하는시각..)
역시 강촌답게 승차하는 승객 대부분이 엠티왔다 돌아가는 대학생들..
그래도 빈좌석이 조금씩은 있었는데 이제는 만석으로 채워집니다..
가평과 대성리에서는 또 얼마나 많이 탈 것인지..
기차를 타는 한무리의 대학생들을 보니 갑자기 레일로드님들 생각이..
휴일이라 그런지 경강까지 이어진 자전거도로에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 많네요?..
백양리(10:41)을 지나 경강역으로 가다보니 오른편 경춘가도에 범선모양의
카페가 보이네요...저번에는 못본거 같은데.정동진에만 범선 카페가 있는줄
알았더니...
지금 조관우의 "사랑했음으로"를 듣는데 흘러가는 강물가 엷게 낀 안개에 싸인
산을 보고 있으려니 괜히 슬퍼지네요..지금은 연락이 끊어저벼린 그애..
한달전만해도 이길을 따라서 그애를 만나러 갔는데..이제는 또다른 이별을
준비하는 저의 다른 모습이 왠지 낯설어보입니다..그애가 보냈던 문자가 못내
마음에 걸립니다..:"오빠가 좋은 사람 만나도 나는괜찮아.."
그애에게 바다를 보여준 것 빼고는 정말 잘해준 것이 없었는데..
경강에서는 10:47분에 무궁화와 교행했는데 열차시각표에 없는 걸 보니
563무궁화의 열차사정 관계로 임시로 편성된 열차인듯...
가평에 10:52분 도착. 가평역은 경춘선에서는 꽤 큰역에 속하는데 담장에는
가평군의 관광지를 소개한 그림이 걸려있고 장승도 서있고 신축역사가
깔끔한 이미지를 보여주죠..
준규님이 늘 지적하시는 경춘선 열차내의 소란스러움..
그때문에 밤에는 거의 안하는 안내방송을 낮에 승차하는 승객이 좀많다
싶으면 거의 계속..특히 강촌, 가평, 청평, 대성리...
(차내방송하시느라 얼마나 힘드실까..다른 노선에 비해 여객전무님과 차장님의
고생이 많으신 노선입니다..)
상천역에는 11:02분에 도착하였답니다...오늘은 승차하시는 분들도 많네요..
상천역 주위에는 볼거리가 굉장히 많답니다..박준규님과 저의 여행기에도
가끔 등장하는 에펠탑이 서있는 호텔과 "오마니!고향열차가 그립습니다"라고
문구가 적힌 열차카페가 있는데 열차카페 주변의 제법 널찍한 공간을 가족
공원 비슷하게 조성하고 있어서(골프연습장,산책길)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좋을듯 합니다..
청평역에는 예정시각보다 거의 20분이나 늦은 11:13분 도착..이시각을 어디서
만회할 것인가..아무래도 청량리에도착하면 엄청 뛰어야 할듯...ㅡ..ㅡ
비가 내리는 날이라 그런지 한없이 가라앉는 기분이네요...
좀 서럽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이기분도 괜찮네요...
강성훈의 '축복'은 왜 이런 나를 더 슬프게 하는지..
건널목을 건너 대성리역으로 걸어들어가는 저 다정해 보이는 커플...
항상 마음을 다잡고 내가 지금 이럴때가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해보지만..
영원을 향한 인연을 찾으려는 끝없는 방황은 아마도 어쩔수는 없는가봅니다..
오전 11:25분에 대성리에서 565무궁화(청량리10:35->춘천12:23)와 교행하는데
(아이고..오늘은 엄청나게 상하행선 모두 지연이 되고 임시열차까지 편성되는
바람에 시간이 뒤죽박죽...)저쪽을 물꾸러미 바라보니 거의 만석에 입석손님도
장난이 아니고...어라?..저기 장병태 차장님이잖아?..보고 꾸벅인사를 하는데
거의 못알아보시고...우띠..ㅡ..ㅡ
암튼 경춘선은 승객이 장난이 아니랍니다..
마석통과(11:35), 평내정차(11:41), 금곡정차(11:48)...
마석을 지나면 이 구간부터는 거의 교행이 없는 관계로 엄청난 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답니다..(물론 경부선이나 호남선만큼은 아니지만..)
퇴계원(11:55),화랑대(11:59), 신공덕(무배치 간이역 12:02)
=.=(어휴..무지졸렵네..)
성북역에는 12:05분 도착..7114디젤기관차가 끄는 1509통일호(청량리11:50->
춘천13:45)통일호와 교행,(여전히 많은 사람들..)
석계,신이문,외대앞,회기의 수도권 전철구간을 거쳐 결국 종착역인
청량리에는 11:59분 예정시각보다 16분이나 지연된 오후 12:15분에 도착하였답니다..ㅜ.ㅜ
옆에는 503무궁화(청량리13:00->안동17:44)가 대기중..
저는 그 누나가 20분정도 늦어질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서 그래도 덜 미안하겠다 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잰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인천행 전동차를 탔답니다..일이 잘되느라 그러는지 바로 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잡아타고 서울역으로 이동..서울역에 도착하니 12:30분..
전 그누나가 영등포역쯤 도착했으려니하고 전화를 했더니 벌써 광장에 와 계신다고..이론..(..)^
그래서 이리저리 고개를 내밀고 둘러보고 있는데 핸드폰을 들고 내쪽으로
걸어오더니 "안녕~"하고 미소를 보내며 인사를 건내는 누나..
우리는 간단한 인사를 했습니다..원래 누나가 잘챙겨주고 동생처럼 잘 대해주셔서 그런지 별로 어색함 같은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우리는 4호선을 타고 혜화역으로 이동하여 4번 출구쪽에 있는 일식집으로 가서는 새우볶음밥을 먹었답니다..
그 누나는 정말 좋은 사람같았습니다..비록 안지는 두달이 아직 안되었지만
왜..사람이 느낌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웃을때 살짝 패이는 입가의 우물에.맑은 미소,아담한 단발머리하며..
정말 이쁘더라구요..오늘 나만나러 올때 입을려고 안입고 있었다던 그 멜빵
치마하며..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는 것 하며..
누나가 사준 점심이라 그런지 정말 맛있게 먹었답니다..*^.^*
우리는 누나의 자취생활 이야기와 나의 여행다니며 겪은 일등을 이야기하며
밥을 먹고 창경궁에 가기로 하고 나란히 길을 걷기 시작했답니다..
원래 계획은 삼성동 코엑스몰에 가서 전시회도 보고 메가박스에서 "엽기적인
그녀"를 보기로 했지만 휴일이라 분명 매진되었을테고..누나는 내가 같이
보자고 하여서 안보고 있었다는데..정말 미안한 생각이..ㅜ.ㅜ
돌담길을 마침 오던 비에 나란히 우산을 같이 쓰고 걷는데 기분이 너무좋더군요,,,행복했답니다....^^
창경궁에서는 궁 안쪽으로 나 있는 길을 걷다가 휴게소 비슷한 곳이 있어
음료수를 뽑아 마시며 다시 걸음을 재촉하는데 누나가"땀을 많이 흘리네"
하면서 손수건을 꺼내어 제 이마를 닦아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그 순간은 가슴이 꽁닥꽁닥 뛰어서...
저 덥다고 이마 닦아준 사람은 우리어머니 이후론 처음..
음료수를 마시며 언덕길을 오르니 종묘로 가는 육교가 있길래 그곳을 건너
종묘로 들어가 다시 산길을 돌아돌아 내려갔답니다.원래는 종묘를 돌아
창경궁으로 나와서 대학로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하였으나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냥 종묘 정문으로 나와서 수많은 사람속에 걷기 시작..
그러다가 마침 근처에 서울극장 생각이 나서 혹시 표가 있을지도 모르니
가보자는 누나의 제안에 서울극장쪽으로 가다가 근처에 시네코아가 있길래
일단은 그곳으로 먼저 가서 '엽기적인 그녀'가 상영중인지 알아보기로 하고
...
가면서 우리는 마치 오랫동안 못만났던 친구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시네코아앞에 오자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지만 일단은 다행히도 엽기적인
그녀가 상영중(와 다행이다..)
줄을 서고 표가 매진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조마조마 하고 있는데..
극장직원인듯한 사람이"3시 엽기녀 보실분~!"하며 표를 흔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아싸!)
그래서 두장을 구입하고 여유롭게 누나와 난 영화를 봤습니다..내가 친척 아닌
여자와 영화를 같이 본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은 설레이기도 하고..
누나가 팝콘은 즐기지 않는다고 해서 전 2%를 하나 사서 나누어 먹기로 하고는
나란히 앉아 영화관람시작..
저번에 봤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었던 사람과 같이 봐서 그런지
잼나고 슬프고 그러네요^^
이로서 한가지 기적은 이루어진 셈이네요..
영화가 종영된 시간이 오후 5시쯤 되어서 우리는 뭘할까 하다가 삼청동쪽을
거닐어 보기로 하고 경복궁 옆길로 삼청로를 따라 걸으며 아까 본 영화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나는 그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고..
"운명은 노력하는 자에게 놓여지는 다리와도 같은 것이라는"(맞나요?)
저는 그 대사도 좋았지만 차태현의 대사중에..전지현을 다시 만나길 기다리는
2년간의 시간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는 것과 그 2년후에 다시 만났을때는
나와 그녀와의 미래를 위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느라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냈다는 그 대사랑 임호에게 말하는 10가지 계명과 그 뒤로 깔리는
신승훈의 노래가 멋졌다고..(보신 분들은 다 아실테죠?)
삼청동에서 성북동 넘어가는 길을 따라 고풍스런 분위기를 느끼며 우리는
순두부식당에 들러 도토리 냉면을 먹고는 다시 오던길을 걸어 오는데
갑자기 하늘이 황토빛이 되더니 순식간에 쏟아지는 장대비..
우리는 종로쪽으로 가는 길을 포기하고 가장 가까운 3호선 안국역으로
가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조그마한 우산을 둘이 쓰고 가는데 비가 어찌나 쏟아지던지 누나의 오른쪽 어깨가 젖는것 같아 저는 실례를 무릎쓰고 누나의
어깨밑으로 손을 올려 좀더 붙어 걸었답니다..
정말 그 순간은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었지요..
어머니 같은 따뜻함을 느낄수 있었던 그 순간..
아마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듯 합니다..
안국역에서 우리는 종로3가까지 3호선을 이용한뒤 1호선으로 환승하고
청량리도 향했답니다...청량리에 오니 1시간쯤 시간이 되어서 대합실에서
음료수를 뽑아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누나의 지갑도 보고 사진도 보고..
보면 볼수록 참 순수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인상이었습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마스크..
아쉬운 1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작별의 악수를 했답니다..
부드러운 누나의 손을 살며시 잡아보며 저는 여지껏 돌아오면서 들었던
이름모를 가슴절임 대신에 새로운 희망같은게 생겼답니다..
아까 차태현이 전지현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2년 동안 자신을 위해
열심히 살았듯이 나도 이 누나에게 부끄럽지 않고 누나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때까지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법관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는 처음으로 대합실에서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계단 철망에 손을 올리고 서서
역을 빠져나가는 누나에게 다시 인사를 하였답니다..그리고는 물끄러미
방긋 웃음을 내게 와서 보내고는 돌아가는 누나의 모습이사라질때까지
전 그렇게 철망에 손을 올리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었습니다..
그런데 누나의 모습이 사라지자 갑자기 맥이 탁 풀려서 계단에
주져앉아버렸습니다..왜그랬는지는 저도 잘..아마도 힘들어서 그랬던것은
아니겠지요...
1518통일호(춘천19:10->청량리21:19)가 13부 지연된다는 구내안내방송을
들으며 저는 577무궁화호열차에 올라 다시 오늘의 일을 공책에 적기 시작했습니다.(조영상 여객전무님,신동욱 차장님 승무중)
그리고 조용히 회상을 했습니다..캔맥주한개를 사서 한모금씩
마시고는 알콜이 주는 이름모를 편안함을 느끼면서..
청량리와 성북간에선 576무궁화(춘천20:05->청량리21:50)교행
평내에서는 7178디젤기관차연결 1520통일호(춘천20:55->청량리22:49)교행
청평역 신호대기 관계로 역밖에서 1분 정차
청평역 도착 시간 6분 지연 22:44분 도착 춘천발 청량리행 제 578무궁화(춘천21:50->청량리23:37)와 교행
가평역 도착 시간 5분 지연 23:00분 도착 춘천발 청량리행 제 580무궁화(춘천
22:20->청량리00:16)와 교행
강촌(23:13) 끝으로 남춘천역에는 약 5분 정도 지연된 23:26도착을
끝으로 잊지못할 여름 여행을 정리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