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를 사기 위해 자동차 영업소에 갔다.
"이 차는 200마력의 힘을 냅니다. 그리고 토크도 다른 차에 비해 엄청 높습니다."
영업사원이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문이 든다.
"마력은 뭡니까? 토크는 또 뭡니까?"

그러나 이 두 단어 속에 숨겨진 또 다른 비밀이 있다. 단순히 단어 뜻 풀이가 아니라 그 수치가 그 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다른 차와 비교했을 때 그것이 어느 정도의 차이를 내는 것인지?
자동차 제원표에 나타나 있는 여러가지 수치 중에 소비자들이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그 차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한 때 국산차 회사들은 너도나도 자동차 카탈로그에 <자동차 성능곡선도>라는 그래프를 표기해두었다. 이 그래프에는 그 차의 마력과 토크, 연비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해둔 것이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이것이 슬쩍 자취를 감춰버렸다. 이 자동차 성능곡선도는 그 차의 가장 핵심적인 성능을 이해하게 해주는 "비밀 그래프"이다. 알만한 사람은 그 그래프만봐도 그 차의 진정한 실력(?)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이것이 사라져버렸을까? 여러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겠지만 뭔가 감추고 싶은 게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필자는 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어쨌든 토크와 마력에 대해 한 번 되돌아보자.

엔진성능의 잣대, 토크와 마력!
엔진 성능을 표시하는 마력과 토크는 다른 개념이다.
토크는 회전력을 말하고 마력은 그 힘으로 일을 한 양을 나타낸다. 비유하자면 근육질의 힘센 일꾼은 토크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힘이 세다고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힘이 약해도 빨리 움직이면 힘센 일꾼보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엔진에서는 마력이 더 중시되고 가속성능 등은 마력과 직결된다. 휘발유 엔진은 마력이 높아 승용차에 어울리고, 디젤 엔진은 토크가 커 트럭이나 버스 등에 많이 쓰인다
엔진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자. 엔진의 세부적인 동작과 여러 가지 형식을 다 알아보려면 한 두권의 책으로도 다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분야를 떠나 종합적으로 엔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자동차 카탈로그를 보면 엔진을 설명하면서 최고출력이 얼마, 최대토크는 얼마 하는 표현을 본다. 엔진을 구성하는 많은 부품이 모여 결과적으로 발휘하는 엔진의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가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다. 독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 중의 하나가 마력과 토크가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표시할 때 왜 엔진회전수(rpm)까지 표시하는가도 단골질문사항이다.
- 토크는 힘, 마력은 일을 한 양이다
토크(torque)와 마력(horse power)는 물리학에서 나온 용어다. 토크는 엔진의 회전력을 말하고, 마력은 엔진의 출력을 표시하는 단위다. 토크가 엔진의 힘을 표시한다면 마력은 엔진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를 어떤 작업을 하는 일꾼의 힘과 일한 양에 비유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결론적으로 토크는 일꾼의 힘이고 마력은 그가 하는 일의 양이다. 엔진이 돌아가는 회전수는 일꾼이 움직이는 속도로 보면 된다. 토크가 큰 엔진은 근육이 발달해 큰 힘을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엔진회전수는 그 사람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로 이해할 수 있다.
힘과 일은 서로 다른 의미다. 무거운 바위를 옮길 만큼 아무리 힘이 좋은 사람이라도 전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고, 바위는커녕 자갈밖에 못 옮길 정도로 힘이 약한 사람이라도 부지런히 자갈을 많이 옮기면 일을 많이 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일꾼이 하는 일은 그의 힘이 셀수록, 그리고 재빨리 움직일수록 많이 하게 된다. 이런 관계는 엔진의 성능에서도 마찬가지다. 엔진이 하는 일에 해당하는 출력은 엔진 토크가 클수록 그리고 엔진 회전수가 높을수록 높아지게 된다.
토크는 엔진의 힘이고 마력은 엔진이 일한 양으로 생각한다면 최대토크가 큰 엔진은 힘 이 좋은 엔진으로, 최고출력이 높은 엔진은 일을 잘하는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힘 좋은 일꾼이 큰 바위도 거뜬히 들어 옮기듯 힘 좋은 엔진을 얹은 차는 가파른 언덕길을 쉽게 오르내리고 많은 짐을 실어도 가뿐하게 차체를 움직일 수 있다.
엔진의 출력은 토크×엔진회전수로 나타낸다. 토크는 실린더에서 폭발하는 폭발력과 직접 관련되고, 높은 엔진회전수에서도 폭발력이 잘 유지되면 출력도 커진다. '출력=토크×엔진회전수' 라는 공식에서 몇가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먼저 출력을 높이려면 엔진의 회전력(토크) 자체를 키우거나 높은 회전수에서도 토크가 떨어지지 않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엔진이 개발된 초창기에는 엔진 회전력만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같은 회전력으로도 엔진회전수를 높이면 출력이 커진다는 사실을 알고 엔진회전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다. 승용차보다 스포츠카의 엔진회전수가 높고, 고성능 경주차일수록 엔진회전수가 더 높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토크와 마력 모두 엔진의 성능을 나타내는 기준이 되지만 좀더 부각되는 것은 마력이다. 힘 좋은 일꾼이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지만 재빨리 움직이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하는 일은 가벼운 짐을 재빨리 나르는 일꾼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토크에 엔진의 회전수를 곱한 출력(마력)이 엔진의 가속능력 등 성능을 좌우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휘발유 엔진은 회전수를 높이기 쉬워 출력이 크고, 경유를 쓰는 디젤엔진은 압축비가 높아 회전력은 커지지만 출력이 떨어진다. 디젤엔진은 출력에 비해 토크가 크고, 휘발유 엔진은 토크에 비해 출력이 큰 셈이다. 엔진의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화물차, 승합차 등 빠른 속도보다는 큰 힘을 발휘해야 하는 차는 디젤 엔진이 적합하고, 큰 힘보다 운동성능이 중시되는 승용차에는 휘발유 엔진이 주로 사용된다.
- 연료에 따라 폭발시간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최고출력이나 최대토크를 나타낼 때 엔진회전수를 함께 표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엔진이 발휘할 수 있는 토크는 엔진회전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통 4행정 엔진의 실린더 하나는 크랭크축이 2바퀴 돌 때 한번 폭발력을 얻는다. 4기통이면 2바퀴 회전할 때 4개의 실린더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6기통 엔진은 2바퀴 회전할 때 6번의 폭발이 생긴다. 폭발이 생기는 횟수는 회전수를 2로 나누고, 여기에 기통수를 곱하면 구할 수 있다. 결국 엔진의 토크는 '실린더 하나의 폭발력×회전수'에 비례하게 된다.
폭발이 생기는 횟수가 회전수에 비례하므로 엔진 회전이 빠를수록 많은 폭발력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엔진에서 발휘되는 힘은 회전수가 높을수록 커진다. 때문에 지나치게 낮은 회전수에서는 충분한 엔진힘을 얻을 수 없다. 그런데 회전수가 빠르다고 항상 토크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실린더에서 생기는 폭발력은 모든 회전수에서 똑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기와 연료를 섞어 태우는 내연기관은 어떤 연료를 어떤 상황에서 태우는가에 따라 연소되는 속도가 다르다. 적절한 순간에 순식간에 연소되면 폭발력이 커지고, 연소되는 시간이 길어져 엔진힘을 얻는 시간도 많이 걸리면 순간적인 힘이 약해진다. 엔진에서 연료와 공기가 연소되기 위해서는 짧지만 일정한 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 때문에 지나친 고회전에서는 폭발력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져 연료가 연소할 때 충분한 힘을 뽑아낼 수 없다.
입자가 작은 휘발유는 연소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고, 입자가 큰 경유는 입자가 커 연소시간이 길다. 이런 이유로 휘발유 엔진은 높은 회전수에서 큰 폭발력을 얻을 수 있고, 디젤 엔진은 최대토크가 낮은 회전수에서 나온다. 바꿔 말하면 연소효율이 가장 좋은 회전수는 어떤 연료를 쓰는가, 공기와 연료를 받아들이는 엔진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가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가능하면 넓은 회전수 영역에서 연소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많이 강구되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가변흡기 시스템과 가변밸브 타이밍이다.
가변흡기 시스템은 공기가 흡입되는 매니폴드의 길이를 고회전일 때는 짧아지도록 만들어 흡입효율을 높이는 VICS(Variable Inertia Charging System)가 대표적인 예다. 포르쉐는 비슷한 개념의 흡기 시스템을 바리오 램(Vario Ram)이라고 부른다. 가변밸브 타이밍(Variable Valve Timing)은 고속에서 흡기쪽 캠샤프트가 회전하는 각도를 변화시켜 흡입효율을 높여주는 장치다.
- 마찰 때문에 제한되는 엔진회전수
연료에 따라 연소속도가 달라 사용할 수 있는 회전수도 휘발유 엔진이 더 높다. 호기심 많은 독자는 엔진회전수에 왜 제한을 두는지 의문을 갖는다. 엔진 힘(토크)이 유지된다면 고회전을 사용하기만 하면 파워가 커질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에 엔진회전수의 붉게 표시된 영역(레드존)까지 엔진회전수를 쓸 수 있도록 ECU를 튜닝하기도 한다.
엔진회전수에 제한을 두는 것은 마찰 때문이다. 엔진이 6천rpm으로 회전한다면 1초에 100바퀴 도는 것이고, 피스턴은 100번 왕복하게 된다. 피스턴의 스트로크(stroke, 작동거리)가 10cm라고 할 때 '10cm×2왕복×100회'하면 1초에 20m를 움직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피스턴이 빨리 움직이면 그만큼 마찰이 커지고, 피스턴 링, 피스턴과 같은 부품이 열로 손상을 입는다. 이런 이유로 내구성 보강 없이 엔진회전수를 높이는 튜닝은 무모한 것이다.
한가지 더 관심 가질 만한 엔진의 동작특성은 연료소비율이다. 이는 일정한 양의 연료로 뽑아낼 수 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연료소비율이 낮을수록 적은 연료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연료소비율이 낮은 회전수로 운전하는 것이 연비를 높이는 길이다. 연료소비가 가장 작은 회전수는 엔진마다 다르지만 대개 2천rpm 전후다. 이 때문에 지나치게 낮은 회전수로 운전하는 것은 연료를 낭비하고 엔진 힘도 못쓰는 어리석은 행위다
☞ TORQUE 계산공식
1) 1kg.m = Nm ÷ 9.81
2) 1Nm = kg.m × 9.81
3) 1In.lbs = Kg.m × 86.71
4) 1kg.m = In.lbs ÷ 86.71
5) 1Nm = In.lbs ÷ 8.85
6) 1In.lbs = Nm × 8.85
7) Nm = (kW×9550) ÷ rpm
8) kg.m = (kW×974) ÷ rpm
9) In.lbs = (Hp×63025) ÷ r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