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본 8·31 대책 문제점
종부세 세대별 합산 위헌소지에 노령가구 배려없어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오랜 고심 끝에 내놓은 8.31부동산대책에 대하여 수많은 전문가들의 고견이 이미 나왔으므로 저는 간략히 3가지 측면에서만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8.31대책 문제점 많다
첫째,보유세 강화 정책은 민간임대물량 공급을 축소시키고 공공임대를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주거생활 수준의 양극화와 공공임대거주지의 슬럼화를 초래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주택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들은 반대로 생각하면 1주택 이외의 나머지 주택들을 서민들에 대하여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는 역할을 수행해온 가구들입니다.
2주택 이상 보유자들중 금융자산이 없는 자들은 높은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 때문에 더 이상 임대를 위한 주택 소유를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임대 목적 주택들을 처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처분되는 임대주택을 매수할 여력이 위 임대 주택에서 세를 얻어 살고 있는 서민들은 없습니다.
따라서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이 매물로 내놓게 될 강남권 이외의 지역 주택들의 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이며, 경우에 따라 집이 처분되지 않을 경우에는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전가시키기 위해 세를 더욱 높이게 될 것입니다. 이에 정부는 저렴한 공공임대주택건설을 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미 역사의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듯이 국가가 제공하는 주택의 수준과 질은 사유재산제도에 기초한 민간임대주택과 비교될 수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공공임대주택 지역은 관리소홀, 부자들의 거주 기피 등으로 슬럼지역화되어 갈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투기가 아닌 실제로 임대사업을 하는 자들에 대한 긍정적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이들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주택공급시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정부가 대신 수행하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자기 집이기 때문에 집을 꾸미고 아끼고 관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종부세 세대별 합산은 위헌의 소지가 있습니다. 종부세 부과 기준인 6억 초과 주택의 기준을 개인이 아닌 배우자, 자녀 명의의 주택까지 모두 합하여 판단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으며, 실질과세의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종부세 세대별 합산의 근거로 내세우는 종부세 제정 취지에 비추어 세대별 합산이 그 본질에 부합한다는 주장은 한 가족의 경우 주택 투기를 할 때 남편, 배우자, 자식들의 명의를 빌려서 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인식에 기초한 것입니다. 하지만 위 인식은 한 세대의 수입원이 남편이나 아내 한 사람에게만 있고 그 수입으로만 부동산 투기를 하는 제한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는 가설인 것입니다.
만일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아내가 자신의 정당한 노동에 의해 벌어들인 소득으로 자신의 명의로 구입한 아파트가 있는데 이를 남편 명의의 아파트와 시가를 합산하여 종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이는 분명히 단지 결혼을 하였다는 이유로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게 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고 실질과세의 원칙에도 어긋나며 개인의 재산권을 그 목적에 비하여 너무 과도한 방법으로 침해하여 비례의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할 것입니다.
위헌의 소지를 피하려면 종부세 집행에 있어 맞벌이 부부의 경우를 고려하는 좀 더 세밀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방치하면 종부세를 피하기 위한 위장 이혼 등 가족 파괴 현상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셋째,금융자산이나 소득이 없는 퇴직 노령 가구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정책입니다. 퇴직 후 자식들의 용돈 및 얼마 되지 않는 연금만을 가지고 단 한 채의 아파트만을 소유한 채 노후 생활을 하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갑자기 몇 배나 오른 재산세, 종부세와 각종 공과금, 생활비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특히 요새는 수명 연장으로 은퇴 후의 삶이 수십 년에 이르는 경우도 많을 것인데 사회보장제도가 완비되지 않고 갈수록 부모 부양 미덕이 없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태에서 주택정책마저 노인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이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의 대안으로서 보유세율을 나이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생애 흐름에 있어서의 평균 소득 수준을 파악하여 노인들에게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정책을 도입하거나, 아니면 담세 능력이 없는 노인들에게는 세금을 부과하되 그 징수는 노인의 사망시 또는 해당 부동산 처분시까지 유예를 해 준 후 상속인에게 부담시키거나 경매대금이나 매매대금에서 우선 공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늘 높이 오르는 강남 집값을 잡아보겠다고 정부는 매번 무시무시한 정책을 내놓았지만 중, 장기적으로는 강남 집값은 더욱 오를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강남은 대한민국 자산 상위 1%에 해당하는 진정한 부자들만의 거주지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강남의 주택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경제학적으로 대체재가 될 수 있는 거주지를 충분히 공급하면 시장경제가 알아서 해결할 것인데, 정부는 송파 신도시안을 발표하면서 임대주택 물량을 40%나 포함시키는 우를 범하였습니다.
임대주택비율이 이렇게 높은 송파 신도시는 절대로 강남 대체지역이 될 수 없고 오히려 강남의 우월성, 희소성을 더욱 부각시키게 될 것입니다. 둘째로 보유세의 과중한 부담과 주택담보대출비율 축소 정책은 강남에 거주하되 금융자산이 부족하거나 일정 소득 이하의 월급쟁이들은 강남에서 자진하여 물러나지 않을 수 없게 만들 것이 분명합니다.
그 결과 이들을 대체하여 강남에 입성할 자들은 진정한 부자, 보유세율이 얼마가 되든 충분히 버틸 수 있고 주택 구입에 있어 담보대출을 할 필요가 없는 대한민국 상위 1%에 해당하는 부자들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강남에 거주하는 자들은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것이므로 국민의 존경을 받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강남 집값이 그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측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강남에 대한민국 1% 부자들만 모여 살아도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단 국민들은 모두 투명하게 룰을 제대로 다 같이 지키면서 살되 정부의 정책은 전체의 관점에서 약자를 북돋워주고 강자를 설득하여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8·31대책은 그 목적에 있어 절반 정도는 무조건 강남 집값을 떨어뜨려야겠다는 식의 비시장경제적인 감정적인 불순물이 섞여 있었던 점이 아쉽고, 그러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반대로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이 또한 아쉽습니다. 제일 아쉬운 점은 많이 가진 자에 대한 추상적인 적대감에 사로잡혀 칼을 휘두르다가 그 칼바람에 사회의 제일 약한 자들이 스쳐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점입니다.
강남 집값 오를 것을 단기적으로 걱정하기 보다는 강남 같은 좋은 주거환경 지역을 서울 전 지역에 만들도록 장기적으로 제시하는 정책을 희망해봅니다. 우리나라 수도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은 참 아름답고 깁니다.
그런데 그 강변에 있는 아파트들이나 주택은 들쑥날쑥하고 높이도 가지가지이고 대체적으로 너무 낮습니다. 압구정동에 60층 초고층 아파트를 지으면 어떻습니까.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어떻습니까. 홍콩이나 뉴욕의 강변 아파트나 건물의 높이를 보십시오. 우리나라는 너무 낮습니다. 아직도 더 높이 지을 수 있습니다. 대신 도로를 더 넓히고 공원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이번 8·31대책 중 반드시 강행해야 될 것은 부동산실거래가 신고제와 등기부등본에 가격 등재하는 정책입니다. 투명해져야 가벼워질 것입니다. 낼 것 제대로 내고 보니 너무 많다고 세율 낮추어 달라고 하면 됩니다. 이중거래와 뒷거래가 있으니까 투기가 가능한 것입니다. 강남 집값이 높아지니까 투기가 많아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식을 사면 투자고 부동산을 사면 투기라고 보는 것은 편견입니다. 부동산 투기라는 말보다 부동산 투자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운 날이 오리라 기대해보며 이번 8·31 대책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 출처 : 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