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대리
설악의 단풍이 절정이라고도 하고 최근에는 설악산을 다녀온 일도 없는터라 등산객이 많이 찾지않는 호젓한 계곡들을 한번 다녀오기로 한다.
평일인데도 대진가는 버스를 꽉 채운 등산객들을 보니 단풍철이라는 말이 실감은 나지만 마치 관광버스처럼 시끄럽고 휴게소에서도 들뜬 사람들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연된다.
백담사를 찾는 인파와 함께 용대리에서 내리고 홀로 반대방향인 구만교를 항해 내려가니 가을 바람은 살랑거리듯 불어오고 북천의 푸른 물은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구만교를 건너고 아니오니골과 반대방향인 왼쪽으로 꺽어져 공사중인 펜션들을 지나면 노송들이 반겨주고 전에 "백담학생야영장"이었던 오토캠프촌이 나온다.
구만2교를 건너서 뚜렸한 숲길로 들어가니 계곡에는 물이 전혀없이 돌멩이들만 굴러다니고 철지난 캠프촌도 휑하니 비어있어 황량한 분위기가 든다.
- 음지골
조금은 실망한 기색으로 계곡을 따라가면 건너편 캠프촌에서 많은 길들이 연결되고 울창한 숲길이 이어지더니만 숨어있던 물줄기가 나타난다.
설악산이 6.25때 동부지역 최고의 격전장이었다는 말처럼 최근 돌로 쌓은 포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누군가 살었던 무너진 집터를 지나며 완만하고 걷기 좋은 낙엽길이 이어진다.
계곡쪽으로 흙더미가 무너져내린 한곳을 가느다란 밧줄을 잡고 통과하면 작은 소와 폭포들이 연신 나타나지만 이웃하고있는 아니오니골은 물론 어느 설악의 계곡보다 작고 볼품이 없어 그저 수수한 시골아주머니를 보는듯 평범하다.
산책하듯 편안한 길을 올라가면 줄곳 왼쪽으로 이어지던 등로가 물길을 건너고 바로 좌골과 우골이 합류하는 지점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음지골의 등로는 우골을 따라가거나 좌우골을 가르는 지능선으로 붙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보이던 한 산악회 표지기를 계속 따라가니 족적은 좌골을 따라 덤불지대로 들어가 버린다.
계속 좌골을 타고 올라가면 엉뚱한 능선과 만날것 같아 가파른 오른쪽 사면으로 붙어 능선으로 올라가니 초입에서 놓쳤었던지 뚜렸한 등로와 만난다.
(수수한 음지골)
- 주능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호젓한 등로를 올라가면 백담사계곡을 가르는 왼쪽능선이 엿보이고 785봉인듯 험준한 암봉이 솟아있어 관심을 자아낸다.
점차 고도를 높히며 깨끗한 낙엽길을 올라가니 새빨간 단풍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고 아니오니골과 음지골을 가르는 오른쪽 능선너머로 아주 파란 가을하늘이 대비되듯 펼쳐진다.
최근 아는 분이 큰옥수굴에서 커다란 송이를 3개나 캤다는 이야기를 떠 올리고 소나무들을 기웃거리다 노송들이 많은 산사면을 30여분 헤메며 힘만 빼고 돌아온다.
관목들이 빽빽한 뚜렸한 산길따라 바위지대들을 한동안 올라가면 주능선과 만나고 1241봉은 지척인데 왼쪽으로 이어지는 1097.1봉 방향으로는 길이 전혀 안 보인다.
즉 십이선녀탕 갈림길에서 1369봉과 1241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타고가면 등로는 자연스럽게 음지골을 가르는 지능선으로 연결이 되는 것이다.
(지능선의 단풍들)
- 미답의 등로들
햇볕이 따사한 나무등걸에 앉아 김밥을 먹고 1097.1봉쪽으로 내려가니 처음에는 길이 없어 보이지만 조금 들어가면 잡목들사이로 아주 희미한 족적이 나타난다.
계속 능선을 이어가면 험한 암봉으로 이루어진 1097.1봉을 넘어 백담사쪽으로 내려가거나 829봉과 785봉을 지나 용대리로 원점회귀할수 있을텐데 그 능선을 가늠하기가 힘들어 기웃거린다.
작은 봉우리를 넘고 남쪽으로 휘는 족적을 따라가면 밑으로는 수렴동계곡이 까마득하게 보이고 급사면 길이 위태스럽게 이어져 옛지도에 간혹 표기된 흑선동계곡으로 떨어지는 길로 추정된다.
흑선동쪽 등로를 확인하고 천천히 되돌아오다 붉은 비닐끈이 하나 보여 방향을 잡아 들어가니 1097.1봉쪽 능선인데 10여분 들어가봐도 잡목만 무성하고 족적은 전혀 찾을수 없다.
벼랑이 있을것 같은 흑선동계곡이나 족적이 전혀없는 1097.1봉은 길만 확인한채 뒷날로 미루고 그저 한가한 단풍산행을 위하여 음지골초입으로 되돌아온다.
(가운데의 1097.1봉)
- 대승령
길 찾느라 40여분 시간을 보내고 주능선으로 꺽어져 바위지대로 이루어진 1241봉에 오르니 중청봉과 설악일대가 훤하게 보이고 공룡능선과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이 시원하게 펼쳐지며 너덜을 품고있는 귀떼기청봉도 여전히 뾰족하다.
암릉지대들을 지나 내려가면 아니오니골에서 올라오는 희미한 등로와 만나고 응봉능선과 합류하는 1369봉에 오르면 응봉쪽으로는 무성한 잡목덤불들이 철조망처럼 길을 막고있다.
인적 끊어진 쓸쓸한 산길따라 십이선녀탕 갈림길을 지나고 안산과 치마바위를 바라보며 반질반질한 등로를 올라가니 단풍놀이 온 한떼의 중년남녀들이 술잔을 주고받으며 행복한 미소들을 보낸다.
간간이 등산객들을 만나며 오랫만에 바람부는 대승령으로 올라가 베어진 나무밑둥에 걸터앉아 사과 한개를 먹고있으려니 산악회 사람들이 몰려오고 주위가 시끄러워진다.
(1241봉에서 바라본 설악)
(대승령에서 바라본 1369봉)
- 흑선동계곡
공단에서 막아놓은 줄을 넘어 흑선동계곡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내려가면 아름드리 고목들 사이로 완만하고 깨끗한 산길이 시작되고 잔잔한 바람이 불며 낙엽들이 이리저리 휘날린다.
감상에 젖은채 단풍이 조금씩 물드는 능선길을 내려가니 지나왔던 1369봉 능선이 왼편으로 보이는데 급한 암벽지대로 이루어져있어 저 틈으로 어떻게 등로가 생겼는지 의아스러울 정도이다.
서늘한 골바람을 느끼다가 곧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계곡 최상단의 물줄기를 건너면 밀려온 낙엽들이 물살에 춤을 추며 산객을 맞아준다.
큰감투봉과 작은감투봉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암봉들을 바라보며 께끗한 물줄기를 따라가니 1369봉쪽에서 길이 하나 내려오는데 아마 아까 봤었던 길과 연결이 될것이다.
점차 굵어지는 물줄기를따라 계곡을 몇번 건너서 암반지대를 내려가면 환한 햇살이 비춰지며 넓은 수렴동계곡과 만나고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휴식년제구간으로 묶였다는 안내판이 서있다.
북적거리는 등산객들과 백담사로 내려가니 야금야금 용대리에서 백담사 앞까지 진출한 순환버스 정류장이 서있고 낮술에 불콰해진 관광객들로 장터처럼 시끌벅적하다.
첫댓글 설악의 길들은 바위땜시 맘대로 가기가 좀 그런데 잘도 찾아 가시네요... 원제 다 가보나요???
초보자에게는 너무 부러운 내용이네요^^ 잘 부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