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주 – 사람은 사주팔자대로 사는가
l 남자와 여자 사이를 보는 궁합 宮合
자기의 사주팔자는 물론 태어나면서 정해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가 사주팔자대로 사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이 사주팔자와 직접 만나는 때는 대개 결혼식을 앞둔 시점이다.
우리는 보통 결혼을 의논한다는 ‘의혼 議婚’을 하는 과정에서 ‘궁합 宮合’을 보기도 한다. 궁합의 궁은 집 궁 宮으로, 사람이 직접 거주하는 곳을 말하는데, 이 글자 아랫 부분 두 개의 네모는 제사를 올리는 방을 뜻하는 모습으로, 원래 조상의 위패가 안치된 곳을 가리키던 글자였다.
이 궁합이란 말은 우리 나라에서만 사용하는 말로, 신랑 신부의 사주를 오행에 맞춰 풀이하여 길흉 吉凶을 점치는 것이다. 궁합에는 겉 궁합과 속 궁합이 있다고 한다. 겉 궁합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남녀관계를 가리킨다면, 속 궁합은 남녀의 육체적인 관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신체의 리듬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는 것이 좋은데, 서로 어긋난다면 속 궁합이 좋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궁합을 보는 데에는 일반적인 속설이 아주 많다. 예를 들면 범띠와 닭띠, 토끼띠와 원숭이띠, 용띠와 돼지띠, 뱀띠와 개띠, 쥐띠와 양띠가 만나면 좋지 않다는 등의 설이다.
요즘도 사랑하지만 궁합이 나빠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예전 사람들은 궁합에 그렇게 의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 주고 싶다. 궁합이란 두 사람의 성격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가를 비교해 보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니 사주와 궁합에만 의존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궁합이란 말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나라에서만 쓰고 있다. 공원 근처에 가면 운명이나 사주, 관상, 궁합 등의 메뉴를 펼쳐 놓고 앉아 있는 점쟁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어깨에 힘 없는 중년의 남자는 용기를 얻기도 하며, 다정해 보이는 젊은 남녀는 그들의 운명적 사랑을 다시 확인할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l 인간사 새옹 塞翁의 말
그러나 ‘인간사 人間事 새옹지마 塞翁之馬’이다. 세상 사람들의 길흉 화복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래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일까?
이 새옹지마 塞翁之馬란 말은 <회남자 淮南子>라는 책에 실려 있는 의미 깊은 이야기에서 비롯되었다. 새옹이란 ‘변방에 사는 늙은이’라는 뜻이니, 새옹지마란 ‘변방에 사는 늙은이의 말’이다.
하루는 그 새옹의 말이 오랑캐 땅으로 도망가 버렸기에 이웃 사람들이 찾아와 새옹을 위로하였다. 그랬더니 새옹은 “나중에 복이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라고 말하였다.
몇 달 후, 그 말은 늘씬한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이번에는 이웃 사람들이 찾아와서 축하를 하였다. 그러자 새옹은 “나중에 화가 될 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말을 좋아하던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다리가 부러졌다. 이번에도 이웃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 다시 위로의 말을 하였다. 그러자 새옹은 “이것이 복이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말하였다.
머지 않아 오랑캐의 침입으로 한 판 싸움이 붙었다. 젊은 장정들은 다 싸움터로 나가서 죽고 말았는데, 다리가 부러진 아들은 다리가 낫지 않았기에 집에서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복은 재앙이 되기도 하고, 재앙은 복이 되기도 한다는 이 말은 너무도 유명한 고사가 되었다.
<김대현 박사의 ‘테마가 있는 생활 한자’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