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친가(思親歌) 작자미상
(1)
정월이라 십오일에 완월(玩月)하는 소년들아
흉풍도 보려니와 부모봉양(父母奉養) 생각세라
신체발부(身體髮膚) 사대절은 부모님께 타 났으니
태산(泰山)같이 높은 덕과 하해(河海)같은 깊은 정을
어이하여 잊으리오 천세만세(千歲萬歲) 믿었더니
봉래방장(蓬來方丈) 영주산(瀛洲山)에 불로초(不老草)와 불사약(不死藥)을
인력으로 얻을손가 슬프다 우리 인생
수욕정이(樹欲靜而) 풍부지(風不止)하고 자욕양이(子欲養而) 친부재(親不在)라
공산낙목(空山落木) 일배토(一杯土)에 영결종천(永訣終天) 되겠구나
일년삼백 뮥십일에 일일사친(一日思親) 십이시(十二時)라
음풍(陰風)이 적막(寂寞)하고 소식(消息)이 영절(永絶)하니
슬프다 우리 부모 상원(上元)인 줄 모르시나 그 달을 허송하니
(2)
이월이라 한식일(寒食日)에 천추절(千秋節)이 적막하니
개자추(介子推)의 넋이로다
원산(遠山)에 봄이드니 불탄 풀이 속잎난다
후인(後人)들이 슬퍼하여 한식을 지었도다
당우삼대(唐虞三代) 성제들도 승피백운(乘彼白雲) 하시도다
여산송백(驪山松栢)과 무릉춘초(武陵春草)는 만고영웅(萬古英雄) 일과처(一過處)라
무서산지(憮西山之) 퇴일(退日)하니 이영백(李令白)의 사정이요
망태행지(望太行之) 고운(孤雲)하니 적인걸(狄仁傑)의 생각이라
슬프다 우리 부모 청명(淸明)인줄 모르시나
(3)
그달 그믐 다 지나고 삼월이라 삼진날에
연자(燕子)는 날아들어 옛 집을 찾아오고
호접(蝴蝶)은 분분하여 구색(舊色)을 자랑한다
기수(沂水)에 목욕하고 무무(無雩)에 바람쏘여
등동고이(登東皐而) 서숙(敍潚)하고 임청류이 부시로다
산화는 홍금이요 세류는 청사로다
촌가에 농부들은 신춘(新春)을 만났다고
농구를 둘러메고 처처에 왕래하며
백마금편(白馬金鞭) 소년들은 화류춘풍(花柳春風) 흥에 겨워
쌍을 지어 노닐적에 산화작작(山花灼灼) 난만개라
슬프도다 세월이여 애오생지 가련하나
탄광음지 여류로다
슬프도다 우리 부모 답청절(踏靑節)을 모르시나
(4)
그달을 허송하고 사월이라 초파일에
남풍지(南風之) 훈혜(薰兮)하고 해오민지(解吾民之) 온혜(溫兮)로다
삼각산(三角山) 제일봉에 봉황(鳳凰)앉아 춤울 추고
한강수(漢江水) 깊은 물에 하도락서(河圖洛書) 나단말가
백공상화(百工相和) 경성가(景星歌)를 오늘날 보리로다
요지일월(堯之日月) 순지건곤(舜之乾坤) 태평성대(太平聖代) 이 아닌가
만사인간(萬事人間) 저문 날에 소년행락(少年行樂) 얼마하리
타기황앵(打起黃鶯) 아희들은 막교지상(莫敎枝上) 우지마라
황금갑옷 떨쳐입고 세류영(細柳營)에 들어갈 제
우뢰같이 소래질러 겨우 든 잠 깨고보니
장안만호(長安萬戶) 등을 달아 산호만세(山呼萬歲) 하는구나
슬프도다 우리 부모 관등절(觀燈節)을 모르시나
(5)
그달을 허송하고 오월이라 단오일(端午日)에
일지지어(日遲遲於) 창외(窓外)하니 하운(夏雲)은 다기봉이라
산양(山陽) 자규(子規) 우는구나
광풍제월(光風霽月) 너른 곳에 연비어약(鳶飛魚躍) 노는구나
백구야 나지마라 너 잡을 내 아니라
일신이 한가키로 너와 놀자 찾았노라
나물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 아니 넉넉한가
일촌간장(一寸肝腸) 매친 설움 부모생각 뿐이로다
오창앵도 붉었으니 원정부지 이별이요
몽중매화(夢中梅花) 피었으니 음풍진어 영욕이요
남린북사 보리타작 방방곡곡(坊坊曲曲) 농부가(農夫歌)로다
송백양류(松柏楊柳) 긴긴 남게 높다랗게 그네매고
녹의홍상(綠衣紅裳) 미인들은 오락가락 하는구나
슬프다 우리 부모 추천절을 모르시나
(6)
그달을 허송하고 유월(六月)이라 유두일(流頭日)에
건곤(乾坤)이 유의하여 양진(良辰)이 삼겼세라
홍로유금(紅爐流金) 되었으니 나체로발(裸體露髮) 못견디네
나도 미리 피서하여 어디로 가잔말고
죽장망혜(竹杖茫鞋) 단표자(單瓢子)로 천리강산(千里江山) 들어가니
만장폭포(萬丈瀑布) 좋거니와 여산이 여기로다
비류직상(飛流直上) 삼천척(三千尺)을 옛말로 들었더니
의시은하(疑是銀河) 낙구천(落九天)이 허언(虛言)이 아니로다
기산(箕山)을 넘어들어 영수(潁水)로 나가려니
소부(巢父)는 어이하여 물가에 귀를 씻고
허유(許由)는 무삼일로 쇠고삐를 거스렸노
창랑가(滄浪歌) 반겨듣고 소래조차 나가려니
엄릉탄(嚴陵灘) 여울물에 고기낚는 저 어옹(漁翁)아
양구는 무삼일로 벗을 줄 모르는고
세인(世人)이 기군평(棄君平)하니 미재라 군평(君平)이 역기세(亦棄世)라
황산곡(黃山谷) 들어가니 죽림칠현(竹林七賢) 모였어라
영척(寧戚)은 소를 타고 맹호연(孟浩然)은 나귀타고
두목지(杜牧之)를 본 연 후에 백락천(白樂天) 찾아가니
여동빈(呂洞賓)은 사슴타고 장건(張蹇)은 사자로다
와룡거사(臥龍居士) 초당중에 백우선(白羽扇) 손에 쥐고
학창의에 혁대로다 팔진도(八陳圖) 축지법(縮地法)과
손오병법(孫吳兵法) 흉중(胸中)에 감추고
초당(草堂)에 졸면서 양보음(梁甫吟)만 읊는구나
물외협경(物外狹經) 다 버리고 탄탄대로(坦坦大路) 다시 찾아
문수(汶水)에 배를 타고 이천(伊川)으로 흘리저어
명도(明道)께 길을 물어 염계로 내려가서
회암(晦菴)에 들어가니 성리대전(性理大典) 가례책(嘉禮冊)을
좌우에 벌려놓고 사서삼경(四書三經) 예기춘추(禮記春秋)
집주(集註)를 내리시니 호걸지풍(豪傑之風)이요 성현지학(聖賢之學)이로다
고래천지(古來天地) 기천년고(旣千年考) 금성옥진(金聲玉振) 여기로다
강산풍경(江山風景) 매양보니 풍월(風月)이나 하여보자
음풍완보 석양천(夕陽天)에 촌려로 돌아오니
청풍(淸風)은 서래하고 명월(明月)은 만정(滿庭)이라
강산풍경(江山風景) 이러하니 금지할 이 뉘 있으리
어와 벗님네야 빈천(貧賤)을 한치마라
이렇듯 노닐적에 슬프도다 우리 부모 유두절(流頭節)을 모르시나
(7)
그달 그믐 다 지내고 칠월이라 칠석일(七夕日)
금풍삽이 석기(夕起)하고 옥자곽이(玉字廓而) 쟁영이라
유종원(柳宗元)의 걸교문(乞巧文)은 물득탐정(物得貪精) 송교래(送巧來)요
주문공(朱文公)의 칠석부(七夕賦)는 독승인간(獨勝人間) 거불회(去不回)라
추수공장(秋水共長) 천일색(天一色)은 왕발(王勃)의 문장(文章)이요
계자천향(桂子天香) 운표표(雲飄飄)는 송지문(宋之問)의 유서(遺書)로다
아미산월(峨眉山月) 반륜추는 이적선(李謫仙)의 청응이요
청풍명월(淸風明月) 적벽부(赤壁賦)는 소동파(蘇東波)의 승유로다
추우오동(秋雨梧桐) 엽락시(葉落詩)는 백락천(白樂天)의 즉경이요
추풍홀억(秋風忽憶) 송강로는 장사군지(張使君之) 귀사로다
초충오어 사시하니 오작산어 악진이라
슬프도다 우리 부모 칠석(七夕)인줄 모르시나
(8)
그달 그믐 허송하고 팔월이라 추석일(秋夕日)에
백곡(百穀)이 풍등(豊登)하니 낙엽(落葉)이 추성(秋聲)이라
무정(無情)한 절서(節序)들은 해마다 돌아오네
여기 저기 곳곳마다 벌초향화(伐草香花) 하는구나
도서산지 석조하고 단층송지(但層松之) 점점이라
불승감창 일국루를 쇄백양지 한가지라
슬프도다 우리 부모 추석인 줄 모르시나
(9)
그달 그믐 허송하니 구월이라 중구일(重九日)에
천봉이 엽탈하니 산빛이 판이하다
만학에 단풍드니 꽃이 핀듯 반가와라
시유구월 이때런가 서속삼추(序屬三秋) 가절(佳節)이라
짚은 막대 자주 놀려 절피남산(節彼南山) 올라가니
지세(地勢)도 좋거니와 풍경(風景)도 기이(奇異)하다
천고지후(天高地厚)하니 각우주지무궁(覺宇宙之無窮)이요
동으로 머리들어 관동(關東)을 바라보니
금강산(金剛山) 만이천봉은 청룡방(靑龍方) 둘러 있고
응천상지 삼광이요 계명성(啓明星)이 되어 있고
남으로 머리들어 영남(嶺南)을 바라보니
지리산(地離山) 천왕봉은 주작방(朱雀方)에 둘러 있고 울울창창 기가지라
서로 머리들어 해서(海西)를 바라보니
구월산(九月山) 천추봉은 백호방(白虎方)에 둘러 있어
용반호거(龍蟠虎踞)로 북극(北極)을 괴어 있고
북으로 머리들어 개북산천(開北山川) 바라보니
백두산(白頭山) 조종봉(祖宗峰)은 현무방(玄武方)에 둘러 있고
태극성(太極星)이 되었는데 고왕금래(古往今來) 인걸지령 몇몇인고
산간이 적막하고 소식이 영절하니
황계백주(黃鷄白酒) 없었으니 만행루수 한심하다
슬프도다 우리 부모 중구일(重九日)을 모르시나
(10)
그달 그믐 다 보내고 시월이라 천마일(天馬日)에
증일월지 기하하오 이상견빙(履霜堅氷) 되었어라
청천(靑天)에 울고가는 홍안소식(鴻雁消息) 바랐더니
창망(蒼茫)한 구름밖에 빈 대소리 뿐이로다
한월잔등(寒月殘燈) 상대하니 번개우에 눈물이라
슬프도다 우리 부모 천마일(天馬日)을 모르시나
(11)
그달 그믐 허비하니 십일월 동지일(冬至日)에
만물이 미생하니 일양(一陽)이 초동(初動)이라
왕상(王祥)의 한빙잉어 지성(至誠)이 감천(感天)이요
맹종(孟宗)의 설상죽순(雪上竹筍) 신명의 도움이라
언념급사 생각하니 통곡망곡 새로와라
슬프도다 우리 부모 동지일(冬至日)을 모르시나
(12)
그달을 허송하고 십이월 제석일(除夕日)에
홀세모어(忽歲暮於) 인간하니 가련금일 뿐이로다
암하처이(暗何處而) 종거(從去)며 월하처이(月何處而) 종래(從來)런고
사친절어 차시하니 감구로지 여상이라
반한등이(伴寒燈而) 욕면(欲眠)하니 야초초이 경심이라
계환신어(鷄喚晨於) 등창하니 경일년지 춘광이라
슬프도다 우리 부모 제석일(除夕日)을 모르시나
일년 일도 구십춘광(九十春光) 덧없이 돌아오니
무정세월(無情歲月) 약유따라 사친지일(思親之日) 부다하니
부모봉양(父母奉養) 힘을 쓰고 부랑방탕 말지어다
이팔청춘(二八靑春) 자제들아 부디부디 명심하소
슬프도다 우리 부모 한 번 가면 다시 사나
생전에 극진봉양(極盡奉養) 힘쓰고 힘을 쓰소
해설
부모님 섬기는 도리를 노래한 것으로 규방가사의 하나. 작자 미상으로 조선 후기 때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사친가는 현재 2종류의 이본이 있다. 하나는 1921년에 창작된 <사친곡(事親曲)>으로 불리는 것으로 친정아버지가 시집살이하고 있는 딸에게 유교 예절에 따른 시부모 섬기기의 교훈을 적어 보낸 것이다. 2음보 1구로 총 336구이며 지중 4.4조가 184구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천지 만물 중에 사람 밧게 잇는가 여보시오 시쥬님 이내 말씀 들어보소."로 시작하여 "회심곡을 업신여겨 선심공덕 아니하면 우마 배암 못 면하네."로 끝맺고 있는 것으로 불교가사<회심곡>과 흡사한 내용의 사친가이다. 2음보 1구로 총 281구이며 그 중 4.4조가 260구이며 3.4조가 19구에 지나지 않아 율조의 산만성이 없이 정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