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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삶과 시대를 위협하다
조선규 (서울시민, 사업가)
2026-05-18
2026년, 미국 'AI 반란'이 드러낸 기술 문명의 임계점, 환호에서 경종으로, 3년 만의 반전, 2022년 11월 30일, 챗GPT가 세상에 공개되던 날 실리콘밸리는 자축했습니다. 출시 5일 만에 사용자 100만 명, 두 달 만에 1억 명. 인류 역사상 어떤 소비자 기술도 이처럼 빠르게 확산된 적이 없었습니다. 생성형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류의 해방자로 환영받았고, 기술적 유토피아의 도래를 믿어 의심치 않는 집단적 흥분이 세계를 지배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3년 뒤인 2026년 봄, 미국 전역에서 전혀 다른 신호가 울리고 있습니다. 퓨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일상 속 AI 확산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4명 중 3명은 AI가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스탠퍼드대 2026년 AI 인덱스는 AI는 전력 질주하고 있으며, 인류는 따라가기 버거운 상황"이라고 직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저항은 여론조사 수치에 머물지 않습니다. 2026년 2월, 런던에서는 수백 명의 시민이 오픈AI, 구글 딥마인드, 메타의 본사 앞을 행진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AI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같은 달, 텍사스 출신의 한 남성은 오픈AI CEO 샘 올트먼의 자택에 화염병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 주변에는 안전장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구가 분필로 새겨졌습니다. 분노는 추상적 불안을 넘어 물리적 행동으로 표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월, 미국 정치사에 전례 없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복음주의 교단 지도자, 노동조합 대표, MAGA 계열 미디어 인사, 진보적 사회운동가들이 뉴올리언스의 한 호텔에서 비밀 회합을 갖고 '친인간 AI 선언에 공동 서명했습니다. 이 선언에는 스티브 배넌과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 소비자운동의 상징 랄프 네이더, AI 개척자이자 딥러닝의 아버지 요슈아 벤지오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념의 스펙트럼이 정반대인 인물들이 같은 문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은, AI가 이미 특정 계층의 불편함이 아니라 인간 문명 전반의 존립을 건드리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세 개의 전선, 하나의 본질
이 저항이 왜 이토록 광범위하고 이질적인 연대를 형성하게 되었는지 이해하려면, AI의 침습이 구체적으로 어느 영역을 어떤 방식으로 파괴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갈등은 크게 세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있습니다.
전선은 종교와 영성의 영역입니다.
친인간 AI 선언의 핵심 조항 가운데 하나는 AI가 가족, 우정, 신앙 공동체, 지역 사회 등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근본적 관계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조항이 삽입된 배경에는 구체적인 현실이 있습니다. 미국 전역 약 35만 개 개신교 교회에서 목회자들은 생성형 AI가 설교문을 작성하고 기도문을 대신하는 현상에 직면해 있습니다. 복음주의전국연합이 AI 반대 연대에 공식 참여한 것은 이러한 현실의 제도적 표현입니다.
종교적 발화는 본질적으로 공동체의 고통을 함께 겪은 인간이 내면의 성찰을 거쳐 전달하는 고백적 행위입니다. 확률적 언어 조합이 그 행위를 재현할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종교 공동체에게는 존재론적 모독으로 수용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보수주의적 반발이 아닙니다. 인간 고유의 실존적 언어가 시뮬레이션될 수 있다는 전제에 대한 철학적 저항이며, 기계가 만든 위로'와 인간이 건네는 위로'의 차이가 과연 무의미한가를 묻는 근본적 질문입니다.
고용과 생존권의 영역입니다.
2026년 초, 핀테크 기업 블록은 전체 직원의 40%를 해고했으며, 소프트웨어 기업 아틀라시안은 1,6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직전 해 조사에서 AI가 아직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기도 전에 고용주들이 선제적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는 결과가 확인되었다는 점입니다. AI는 실제로 일자리를 대체하기 전에, 그 가능성만으로도 이미 노동 시장을 수축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농업 전선도 조용하지 않습니다. 중서부 농업지대에서 존 디어를 비롯한 농기계 기업들은 AI·소프트웨어 기반 트랙터에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잠금장치를 탑재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농부들의 자가 수리 관행을 법적 위반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수리를 원하면 반드시 공인 딜러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토질 분석 데이터, 기상 반응 데이터, 수확량 데이터가 자동으로 기업 서버에 전송됩니다. 농부들은 자신의 땅에서, 자신의 노동으로 데이터를 생산하면서도 그 데이터의 소유권을 갖지 못하는 구조에 편입된 것입니다. 이것은 농업의 플랫폼화이며, 독립적 농업인을 알고리즘의 하청 노동자로 전환하는 구조적 종속입니다.
창작 생태계의 붕괴입니다.
법정은 이미 가장 뜨거운 전장이 되었습니다. 2026년 1월 28일, 유니버설 뮤직 퍼블리싱, 콩코드 뮤직 그룹, ABKCO 뮤직은 앤트로픽을 상대로 31억 달러 규모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앤트로픽이 해적판 파일을 기반으로 클로드를 구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달, 퓰리처상 수상 언론인 존 캐리루를 포함한 작가들은 앤트로픽, 구글, 오픈AI, 메타, xAI,퍼플렉시티 등 6개 AI 기업을 상대로 의도적 절도 혐의의 집단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편, 앤트로픽과 저자 집단 사이의 별도 소송은 2026년 중 합의로 종결되었습니다. 배상 규모는 15억 달러였으며, 저작물 1건당 약 3,000달러가 지급될 예정입니다. 법원은 AI 훈련을 위한 저작물 학습 자체는 공정 이용에 해당할 수 있으나, 해적판 파일을 서버에 저장하는 행위는 공정 이용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한 개별 소송의 종결이 아니라, 업계 전반의 소송 전략과 합의 기준을 동시에 재설정하는 사실상의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책임 없는 기술이 만든 새로운 법리
저항이 시위와 청원을 넘어 법적 공방과 제도적 쟁점으로 전환된 데에는 세 가지 결정적 계기가 있습니다.
AI가 생명 위협과 직결되는 사례의 누적입니다. 챗봇이 청소년의 자살이나 자해를 유발했다는 소송이 줄을 잇고 있으며, 일부 도시에서는 학부모들이 학교 내 AI 도입에 2년간 유예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는 AI 동반자 봇에 대한 안전 규제를 신설했습니다.
AI가 고용 기회를 알고리즘으로 차단하는 구조에 대한 법적 문제 제기입니다. 2026년 1월, 구직자들이 AI 채용 플랫폼 에잇폴드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플랫폼이 소셜미디어 이력, 위치 정보, 온라인 활동을 망라한 방대한 개인 데이터를 동의 없이 수집·활용해 지원자의 '성공 가능성'을 점수화하고, 사실상 취업 문을 닫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 핵심 주장입니다. 인간의 가능성을 데이터로 환원하고, 그 데이터로 인간을 배제하는 구조에 대한 정면 도전입니다.
데이터 센터의 물리적 침습입니다. 2025년 2분기, 미국 시민 활동가들은 총 98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 센터 개발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시간주에서는 16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데이터 센터 개발사가 재조닝 요청을 거부한 농촌 타운십 전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그 여파로 2월 기준 미시간주 내 19개 자치단체가 신규 데이터 센터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습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46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9억 달러 규모가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유타주에서는 4만 에이커 규모의 'Stratos Project' 승인에 반발한 4,000명의 주민이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 수자원 사용 신청에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2026년 5월 7일 해당 신청이 철회되었습니다. 지역 활동가 나탈리 클라크의 말은 이 운동의 본질을 압축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죽음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해 여기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 전선을 관통하는 핵심 법리 쟁점은 하나입니다. AI는 '도구'인가, 제조물'인가. AI 기업들은 이용약관의 면책 조항을 방패 삼아 우리는 도구를 제공했을 뿐, 최종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친인간 AI 선언은 "개발자와 배포자는 결함, 기능 오표현, 불충분한 안전 통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진다"고 명시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이 논리적 전환은 역사적 선례를 갖습니다. 1990년대 담배 소송이 개인 선택의 문제'에서 기업의 위험 은폐 책임'으로 프레임이 이동하면서 천문학적 집단 배상을 이끌어냈듯이, AI 법정 공방의 구조가 정확히 그 경로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그 기술이 유발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더 이상 이용약관 몇 줄로 회피될 수 없습니다.
새로운 계약의 시간
19세기 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에 의한 육체 노동의 대체에 저항했습니다. 그 운동은 기술의 흐름을 멈추지 못했지만, 노동법·공장법·아동 노동 금지법 등 산업 사회의 핵심 규범을 형성하는 강력한 압력으로 작동했습니다. 기술은 멈추지 않았지만, 기술이 인간 사회와 맺는 계약의 조건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2026년의 AI 저항은 그보다 훨씬 깊은 차원의 저항입니다. 위협받는 것이 육체 노동만이 아니라 정신·창의·영성·고용 자율성, 그리고 민주적 의사결정권 전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번 저항에서는 스티브 배넌과 수전 라이스, 복음주의 목사와 진보 노동조합이 같은 문서에 서명하는 전례 없는 정치적 연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비관론이 아닙니다. 이념을 초월한 연대가 형성될 때, 역사는 실제로 움직였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그 방향을 확인시켜 줍니다. 미국 유권자의 73%는 어린이를 조작적 AI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72%는 기업이 AI로 인한 피해에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AI 개발 속도보다 인간의 통제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응답은 8대 1의 압도적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숫자는 소수의 불만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윤곽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합니까.
AI 기업에 제조물 책임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알고리즘의 결함으로 발생한 피해는 이용약관의 면책 조항으로 회피될 수 없도록, 입법과 판례를 통해 명확한 법적 기준을 확립해야 합니다. 15억 달러 앤트로픽 합의는 그 출발점입니다.
창작 데이터 무단 학습에 대한 상호 호혜적 보상 체계가 제도화되어야 합니다. AI 기업이 인간의 창작물로 수익을 창출한다면, 그 수익의 일정 비율을 원저작자에게 귀속시키는 구조적 메커니즘이 법제화되어야 합니다.
데이터 센터 확산에 대한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지역 공동체의 동의 없이 전력망과 수자원을 잠식하는 AI 인프라 확장은, 기술 진보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유타 주민 4,000명이 댐 앞에 선 것은 기술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킨 것입니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기술적 질문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지금은 AI에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규범적 질문이 이 시대의 본질적 과제입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가치를 탐구하는 인간, 철학자들이 '호모 퀘렌스라 불렀던 그 존재는, 기술을 창조했지만 기술에 흡수되어서는 안 됩니다.
미국의 AI 반란은 그 격차가 임계점을 넘었음을 알리는 거대한 경종입니다. 인간과 기술 사이의 오래된 계약이 파기되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계약을 써야 할 때입니다. 그 계약서의 첫 줄은 기술 기업이 아니라, 반드시 인간이 써야 합니다.
이 글은 저의 순수 지적 산물이므로 인용시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사람으로 사람들과 사는날 말랑말랑한 뇌와 관점의 감성으로 전등이 등불을 전합니다.
